[프라임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초 테이퍼링, 즉 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바클레이즈의 진단이 26일(현지시간) 나오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시기가 다가왔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화유동성에 관련된 시장의 대비와 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 국면과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대외적 여건에 갑작스러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한 데다, 매번 외신의 '월 위기설' 등 유동성 부족 시각에 시달리는 등 피해가 컸기 때문에 대비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나 현재 원화 가치에 대한 줄다리기 문제, 즉 외부 절상 압력과 이에 대한 우리 당국의 돌파 가능성을 언급한 이른 바 '환율전쟁' 시나리오를 생각하더라도 외화유동성부터 점검할 이유는 상당하다.
◆움츠러든 외화대출 "필요성 점검, 옥죈 효과 커"
금융감독원이 지난 24일 내놓은 지난 9월말 국내은행의 거주자 외화대출 잔액을 보면 외화대출 잔액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지표에 따르면 잔액은 293억1000만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19억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도 외화대출 잔액은 6억2000만달러 줄었다.
미달러화대출은 198억80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8억9000만달러 줄었다. 엔화대출도 92억엔을 기록해 전 분기에 비해 10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일선 기업의 외화대출 대응부터 당국의 관리지표 문제까지 환율의 급격한 변동 여파와 외화유동성에 관련해 여러 각도에서 관심이 뜨겁다. ⓒ 프라임경제 |
이미 우리 금융시장은 외화대출과 관련, 뼈저린 경험을 갖고 있다. 엔화대출을 받았던 기업들이 2008년 이전 엔저 시절에 엔화대출을 받았다가 서브프라임 위기 및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급격한 엔고 현상으로 큰 손해를 본 바 있다.
이후 은행권에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원화대출로 전환을 유도해 왔다. 아울러 환차익 목적의 신규 외화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비, 이미 외화대출 취급 때 해외 실수요 및 중소기업의 국내시설자금용도로만 쓸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근래의 외화대출 감소 경향은 이런 복합적 효과에 기인한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환차익을 얻거나 큰 후폭풍에 시달리는 가능성 모두를 제어하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외화유동성 연쇄위기 차단 주목, LCR 활용한 효율적 관찰도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환율 변동 관련 파장과 이에 대한 대응도 중요한 문제지만, 외화유동성 전반의 관찰과 관리에서도 정중동 행보가 이뤄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외채 중 단기외채(만기 1년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14년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단기외채는 우리나라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돈이므로, 경제 충격요인 발생 때 급격히 유출될 수 있는 속성이 있고 이 비중이 낮을수록 경제 기본체력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일단 당장의 불안감은 크지 않다고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개미 구멍으로 방죽이 무너질' 연쇄파급효과의 위험성은 아직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외화유동성의 경우 안정적인 것으로 총평하면서도, 올해 6월말 기준으로 볼 때 지난 번 글로벌 위기 수준의 충격이 가해지면 일부 은행에서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수 있어 취약성에 따른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대부분 은행들이 유동성 부족 규모가 크지 않아 이들 은행의 유동성 부족이 현실화하더라도 금융시스템 자체적으로 충분히 흡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쇄적인 영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는 분명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서는 시장 관찰도구 강화에도 시선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의 10월 금융안정보고서에는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외화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통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드러나 있다. 외화LCR과 현재 외환모니터링 지표인 외화유동성비율이 갖는 설명력을 비교한 결과 외화LCR이 외화유동성 비율보다 위험성 모니터링에 더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됐다는 것.
한국은행은 바젤III 유동성 기준 권고처럼 통화별 LCR을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하기 앞서 우선 유동성 규제 도입시기에 맞춰 외화LCR을 이용한 모니터링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편 현재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의 은행 외화LCR은 분자 항목인 고유동성자산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은행들의 지속적인 고유동성 자산 확보와 글로벌시장 안정에 따른 순현금 유출액 감소에 따른 것이다.
바꿔 말하면 급격한 상황 변동으로 순현금 유출을 제어하기 어려운 경우 LCR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현재 우리시장이 외관상 별 문제를 발견하기 힘든 것처럼 보이면서도 좀처럼 안심하기 어려운 대목이자 개방형 소규모 경제의 특성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같은 여러 문제를 빠짐없이 챙기는 동시에 가장 빠른 시간에 감지하고 실제 효과와 연결해 해석하겠다는 고심이 수면 아래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