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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스코,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길

이보배 기자 기자  2013.11.26 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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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백기를 든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차기 회장 내정설이 불거졌다. 정부가 차기 포스코 회장 자리에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을 지명했다는 것.

민주당에서 14~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16대는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소속으로 활동한 김 고문은 김대중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2007년부터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캠프 활동을 하며 박 대통령 당선에 공신 역할을 해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민간회사의 CEO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정권 출범 시기에 맞춰 포스코 CEO가 교체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고, 사퇴의 변도 매번 비슷하다. 벌써부터 박근혜정부가 끝나면 포스코 회장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내부인사로 수장이 바뀌던 포스코의 전례를 무시하듯 박 대통령의 측근인 외부인사를 포스트 정준양 자리에 앉히는 것은 더욱 우려스럽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외부 인사가 수장을 맡은 적이 없는 데다 최근 철강업계의 불황으로 전문 경영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경력이 하나도 없는 외부인사가 포스코 회장직에 오른다니 안될 말이다. 이번만큼은 어떤 이유에서 회장이 바뀌었든 간에 정부 입김이 배제된 인물이 나와야 한다.

정권 입맛에 맞는 회장이 자리한다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다는 박근혜정부에서 정권에 의한 회장 교체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포스코 회장 교체 비운의 역사는 앞으로 계속될지도 모를 일이다. 

철강업계의 장기불황을 이기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포스코를 잘 아는 내부인사가 회장직에 올라야 한다는 게 상식 아닐까. 낙하산이 아닌 포스코 전문인이 수장으로 와야 외부청탁 등에서도 자유롭고 소신껏 일할 수 있다. 정권 입김으로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며 3년 정도 호사를 누리다 가면 그만인 인사는 필요 없다. 시급한 현안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처리할 '진짜 CEO'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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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 맞고 있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낙하산 논란을 없애야 한다. 정치권과 권부의 낙점 내지 내정유혹을 단호히 뿌리쳐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다"는 정 회장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외부인사가 재계 서열 6위,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수장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