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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살 떨리는' 스타벅스 바리스타대회 찾아가보니…

지역예선 거쳐 '5200대 1' 경쟁률 뚫은 커피대사 탄생

정수지 기자 기자  2013.11.26 08: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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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일 추운 날씨 탓에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은 추위를 녹일 따뜻한 커피향으로 가득했다. 국내 커피전문점업계 대표브랜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최고 바리스타를 가리는 '2014 앰버서더컵'을 개최한 것. 전국 각지 내로라하는 바리스타들의 커피가루 날리는 경쟁현장을 직접 찾아봤다. 

이날 앰버서더컵 대회장은 일찍부터 전국에서 모인 300명의 바리스타 평가단으로 북적였다. 여기에 대회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동료 바리스타, 가족을 비롯해 바리스타에 관심 있는 사람까지 자리해 대회장의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스타벅스 바리스타 중에서도 최고 바리스타를 뜻하는 '커피 앰버서더(커피 대사)'라는 타이틀을 놓고 겨루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 스타벅스 바리스타 5200여명 중 지역예선을 거쳐 출전한 52명의 DCM(Distric Coffee Master·지역커피마스터)이 참가했다. 
 
대회 시작 직전 용산·마포대표인 비아 DCM과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름이 특이해 물어보니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은 이름(본명) 대신 별칭을 사용한다고 했다. 우승까지 자신이 있냐는 물음에는 "다른 참가자들이 너무 쟁쟁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면서도 "떨리지만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10대 앰버서더 탄생 서막…살 떨리는 4대 테스트
 
오후 2시, 대회의 막이 오르자 대회장은 응원과 함성으로 가득 찼다. 대회장 벽면을 가득 채운 응원 현수막도 모자라 대회 참가자의 동료, 가족들이 너도나도 응원도구를 이용해 저마다 지지하는 참가자의 이름을 부르며 힘을 보탰다.    
 
개막식에 이어 시작된 대회는 △커피지식 평가 △커핑 테스트 △라떼아트 표현 △My coffee ceremony 종목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떨림이 고스란히 전달된 1차 시험. 커피 지식 평가는 대형 화면에 표시된 문제를 보고 각자 스케치북에 정답을 적은 뒤 동시에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퀴즈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형 화면에 표시된 문제를 보고 각자 스케치북에 정답을 적은 뒤 머리 위로 정답판을 올리고 있다. = 정수지 기자  
대형 화면에 표시된 문제를 보고 각자 스케치북에 정답을 적은 뒤 머리 위로 정답판을 올리고 있다. = 정수지 기자
 
마치 '도전! 골든벨'을 떠오르게 했던 이 시험은 총 10문제로 30분가량 이어졌다. 모두들 침착하게 스케치북에 답을 써내려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문제 탓에 고민하는 DCM들도 눈에 띄었다.     
 
1차 시험평가가 이뤄지는 동안 지난해 우승자 최용석 앰버서더가 무대에 올라 지난 1년간의 앰버서더 활동 소감을 전했다. 그는 "곧 탄생할 10대 앰버서더의 활동도 기대된다"며 대회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미국에서 온 존 리티 스타벅스 AP 총괄디렉터가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안녕하세요"라고 서투른 발음으로 인사를 전한 그는 "대회 참관이 처음이지만 모든 참가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감사하고 누가 우승할지 무척 떨리고 기대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살 떨리는 순간을 뒤로 하고 진행된 1차 시험 발표에서는 22명의 바리스타가 안타깝게 탈락하고 30명의 DCM이 2차 시험(세미 파이널 파트 원)을 이어가게 됐다. 2차 시험은 커핑 테스트로, 각자 유리컵에 담긴 커피를 시음하며 커피 원산지와 로스팅 단계, 원두의 종류를 맞히는 방식이었다.  
 
◆코․혀 감각 극대화…고난이도 테스트도 거뜬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고 감각만으로 원두를 맞추는 '커핑 테스트'를 하고 있는 DCM. = 정수지 기자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고 감각만으로 원두를 맞추는 '커핑 테스트'를 하고 있는 DCM. = 정수지 기자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고 감각만으로 원두를 맞추는, 만화에서 나올법한 고난이도의 테스트가 이어졌다. 그러나 5분의 시간 동안 서른 명의 DCM은 차분히 문제를 풀어나갔다. 쉽게 답을 적지 못하는 바리스타도 있었지만 대다수 바리스타들이 신중히, 그러나 막힘없이 답을 써내려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커피 마스터의 모습이 엿보였다.  
 
커핑 테스트 성적이 집계되는 동안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파트너 퀴즈 타임'이 열렸다. 퀴즈를 통해 관객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펼쳐져 높은 관객호응도를 보였다. 이 시간 긴장감 가득했던 대회장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졌다. 퀴즈 타임 막바지에는 DCM들이 직접 선물바구니를 들고 객석을 돌아다니며 관객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퀴즈 타임 후 2차 시험 통과자 14명이 호명되면서 또다시 대회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통과자들은 1차 시험 통과 때보다 더 큰 축하와 환호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랐다. 관객들은 3차 시험진출자의 이름을 부르며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고, 현수막을 들고 환호해 대회장의 열기는 최고조로 치달았다. 
 
3차 시험(세미 파이널 파트 투) 주제는 라떼 아트 표현이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DCM들은 2인 1조가 돼 각자 창작 라떼 아트를 선보였다. 3차 시험은 이전 시험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긴장감이 극에 달해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DCM들은 모두 라떼 아트를 끝냈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한 DCM은 "너무 떨려 제 실력이 안 나왔다"며 끝내 속상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의 아쉬움과 속상함이 무색하리만큼 이들의 라떼 아트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완성된 라떼 아트를 본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관객들은 저마다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라떼 아트를 사진으로 남기는 이색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야 했던 '라떼 아트'는 많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 정수지 기자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야 했던 '라떼 아트'는 많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 정수지 기자
 
이후 심사위원들의 심사숙고 끝에 최종 파이널 진출자가 호명됐다. △민 시청대표 DCM △세라 신림·방배·과천대표 DCM △케빈 종로대표 DCM △모카 부천대표 DCM △나난 수원대표 DCM이 파이널 진출 티켓을 얻었다. 
 
5명의 최종 진출자는 My coffee ceremony를 주제로 파이널 라운드를 이어나갔다. 이 시험은 각자 선정한 원두를 소개하고 원두에 얽힌 자신만의 스토리나 생각을 얘기하는 방식이다. 
 
또한 직접 원두를 그 자리에서 추출해 내린 커피를 심사위원들에게 맛보였다. 이때마다 무대에는 짙은 원두향이 깔렸다.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통차도 하나씩 준비해 내보였는데 어떤 전통차가 커피와 어우러질지 절로 궁금해졌다. 
 
◆결국 최대 적(敵)은 시간…세라 DCM 영광의 우승
 
파이널 라운드는 한 참가자가 시험을 치룬 뒤, 다른 참가자의 시험을 위해 다시 무대 세팅을 해야 하는 관계로 앞선 라운드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세라 DCM의 첫 시험 후 순차적으로 테스트가 진행됐으나 시간 배분에 조급함이 컸던 탓인지 나머지 참가자들은 시간에 쫓긴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4시간 넘게 치러진 모든 시험이 끝난 뒤 심사위원들은 최종 평가에 들어갔고 이 사이 스타벅스 사이렌 밴드가 축하공연을 펼쳤다. 무사히 대회를 끝낸 참가자들은 물론 관객들 모두 공연을 즐겼다.  
 
이날 대회 우승자는 심사위원 평가와 전국 300명 바리스타들의 모바일 투표를 합산해 최종 결정됐다. 
 
이 결과 10대 커피 앰버서더컵의 영광은 세라 신림·방배·과천대표 DCM에게 돌아갔다. 우승자로 호명된 세라 DCM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 트로피를 건네받은 그는 "다른 분들이 너무 잘해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며 "제가 운이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세라 DCM은 내년 한 해 동안 스타벅스의 커피 앰버서더로 활동하게 된다. 스타벅스를 대표해 커피 지식과 문화를 대내외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며 해외연수를 통한 커피 전문가들과의 교류 기회도 갖는 등 글로벌 커피 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날 시상자로 나선 고유찬 스타벅스 상무는 "앰버서더컵이 매년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고 모두의 역량이 하루하루 날로 성장하는 것 같다"며 "스타벅스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바리스타들의 노력이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