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시대의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주로 거대한 사건이나 문화가 그 시대의 이미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1998년을 상기하면 으레 'IMF 사태'가 생각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요즘은 한창 1994년의 이미지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때문일 텐데,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시대의 이미지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 좋은 아련함에 빠져들곤 한다.
시대의 이미지 중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인식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패션이다. 패션은 그 시대의 생활방식과 문화, 그리고 흐름 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응답하라 1994'에서도 1994년의 시대상을 보여주는데 있어 패션이 가장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통 넓은 힙합바지와 벙거지 모자, 일명 떡볶이 코트라 불리는 더플코트, 그리고 데님 쟈켓 등은 1994년 전체를 관통하는 패션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주로 연예인들의 의상을 따라 입는 경우가 많았는데 더플코트와 데님쟈켓은 20여년이 지난 현재에 다시금 재조명 받는 불멸의 패션아이템이기도 하다.
시대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중요 포인트는 바로 통신기기다. 아마도 이 통신기기는 1994년 즈음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강렬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는데, 그 시초를 나는 삐삐로 생각한다.
012, 015의 번호를 쓰던 삐삐는 허리춤에 걸기도 하고 작은 가죽케이스에 넣어 다니기도 했다. 아마 이 즈음부터 통신기기가 사람들에게 있어서 단순히 연락을 주고 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시대의 이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길어 올리다가 그 두레박이 2000년대를 지나면서부터, 무언가 가물가물해지는 느낌이 있다. 분명 1990년대보다 가깝고 생생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각인되지 않은 이유, 나는 그것을 너무 급격하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과 허황된 이미지들의 범람이라고 진단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이 탄생되는 것을 지켜봤고 또 그것들이 초라하게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어제는 유행이었는데, 오늘은 한물간 패션이 되고 또한 내일은 또 다른 패션이 창조된다.
또, 1세대 스마트 폰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구부러지는 스마트폰까지 개발됐다고 하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간직해야 하는지 그 지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쉼표 없이 계속 진화하는 세상. 수많은 말줄임표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도통 쉼표를 찾지 못해 서성거리고 있다.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허황된 이미지로 우리를 포장하고 또 때론 이미지를 연기하기도 한다.
먼 훗날, 2013년을 뒤돌아봤을 때 우리는 어떤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을까. 1994년처럼 강렬하게 2013년 역시 기억할 수 있을까. 볼 것도, 들을 것도, 할 것도 너무 많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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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