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5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인권위원회 1주년 기념 '120 다산콜센터 감정노동 및 고용실태'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토론을 진행한 서울시 인권위원장과 토론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과 간접노동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들을 구제하고 있다는 사명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토론에 참가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너무 한쪽으로만 모든 것을 보는 경향으로 인해 말하는 모습이 매우 투쟁적으로 비춰져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100% 공감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기는 어려워 보여 안타까웠다.
토론자를 포함해 이 자리에 온 사람 대부분은 120 다산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서울시에서 직접 고용하면 모두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그들을 고용해주고 일자리를 제공한 아웃소싱기업을, 그들은 마치 악덕기업처럼 거론하고 있지만 그들은 서울시에서 지급한 예산으로 기업이 얻어야 할 최소한의 이익을 내면서 520명의 상담사를 고용한 고용창출기업이라는 것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날 토론을 들으면서 같은 것을 보면서도 '이렇게 다르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언어폭력을 구사하는 '못난 고객'에 대해서 그들을 계도할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를 줄여보고자 고소·고발도 하고, 마음을 다친 상담사를 위해 심리상담과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와 아웃소싱기업에 책임을 물었다.
"왜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냐"며 저임금을 언급하면서 마치 아웃소싱기업들이 많이 받아 착취하고 있는 듯 얘기했다. 이는 다산콜센터에 충분한 예산을 배정해주지 못한 시 의원들에게 해야 할 얘기가 아닌지?
물론 현재도 노력만 하면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가 아니라 꼭 필요한 민원만 받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든가 365일 24시간 받는 시스템에서 긴급한 콜만 그렇게 하고 일반 콜을 받는 부서는 주5일 근무로 바꾸자는 의견, 좌석을 다른 동료와 함께 사용하더라도 헤드셋은 개별적으로 지급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 120다산콜센터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날 나왔던 얘기 중에서 몇 가지 현안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감정노동
이날 이슈 중 가장 많이 언급됐던 것은 센터에 전화를 걸어 언어로 폭력을 가하거나 성희롱을 하며 상담사를 괴롭히는 '못난 고객'으로 인해 상담사들이 얼마나 힘든 지였다.
그러면서 이런 '못난 고객'들로부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해 서울시나 아웃소싱 기업들은 무엇하고 있는지를 강하게 질타했고, 그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언어폭력을 구사하는 '못난 고객'문제는 서울시나 아웃소싱 회사도 상담사와 똑같은 피해자라고 인식해야 한다.
그래도 다른 어떤 기관이나 기업도 손대지 못하는 '못난 고객'들을 2번씩이나 고발해 법적으로 제재를 가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기관이나 기업들도 이제는 범죄자인 '못난 고객'들의 콜은 끊을 수 있도록 상담사에게 재량권을 주기 시작했다.
언어폭력을 구사하는 '못난 고객'들에게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같은 피해자인 서울시나 아웃소싱기업에만 "왜 우리는 보호하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싶다면 언론을 통해 국민들을 계도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 직접고용
토론자들이 모두 직고용(서울시 직접고용 의미)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마치 오늘 거론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직고용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마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상담사들이 정말 공무원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며, 폭력을 구사하는 '못난 고객'이 사라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임금이 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려운 공무원시험을 보고 합격한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잘된다면 서울시 산하 어느 기관에 무기계약직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지금처럼 상담사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전문 아웃소싱기업의 정규직으로 있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도 아웃소싱기업들은 그들이 생존하기 위해 상담사를 늘리고자 노력을 할 것이며, 그로 인해 조직이 커져 진급할 기회도 많은데다 서울시에 여러 자료를 내놓고 계약금액을 올려 상담사의 임금을 올리려고 노력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말 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공무원시험을 보고 정정당당하게 9급 공무원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왜 이 중요한 일을 아웃소싱에게 맡기냐고 얘기하던데 아웃소싱 주지 않고 공무원으로 120다산콜센터를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500명이 넘는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을까? 말도 되지 않는 얘기다. 아마 많아야 50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행정업무' 민간기업 위탁 OK?
행정업무를 어떻게 민간기업에 위탁하냐고 항변한다. 중앙정부를 비롯한 모든 기관들이 핵심업무를 제외하고는 다 민간에 위탁을 주고 있다. 기관들이 그들이 필요한 모든 업무를 전문 민간기업에 위탁하지 않고 다 한다면 국민의 대부분이 공무원이 돼야 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모든 것을 다 공무원들이 할 수 있겠는가. 요즘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는 부품을 속여서 납품한 일로 세상이 시끄러운데 원자력관련 중요한 부품도 정부가 아닌 그 분야의 전문기관에 위탁을 해서 납품을 받고 있다.
황규만 사단법인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 ⓒ 프라임경제 |
왜냐하면 그 부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장을 만들어 생산하는 것보다 그 기업에 생산한 우수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애플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도 핵심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기업에 위탁을 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CPU칩을 포함해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 모든 부품부터 조립생산까지 검증된 기업에 위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핵심적인 업무에 집중해야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