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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 하면 재발 은행원 비리, 원인 어디에?

불황기 사각지대 악용 유혹 차단할 감시망 상시보강 절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1.25 0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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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국민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을 위조, 횡령한 일이 드러나면서 은행권 금융사고가 왜 반복되는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근래 5년 동안 은행권에서 벌어진 내부직원의 횡령·사기 등 금융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약 3700억원에 달한다. 은행업이 저수익시대를 맞이하고 상당수 금융지주사들이 지배구조 변화 등을 겪은 상황에서 이 같은 기강해이 징후가 다수 나오는 것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부 불안 영향이지만 직접 원인 아냐?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이 10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6월말)까지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18개 은행에서 311건의 금융사고가 일어났다. 금융사고 한 건당 은행이 입은 피해금액은 평균 11억8000만원 수준이었다.
   은행원 비리는 직접적인 사기보다는 횡령이나 배임에 대한 노출이 크다. 사각지대의 악용 유혹과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내부감시망이 제대로 가동된다는 점만 주지시켜도 사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은행창구 장면(특정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없음). ⓒ 프라임경제  
은행원 비리는 직접적 사기보다는 횡령이나 배임에 대한 노출이 크다. 사각지대의 악용 유혹과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은 은행창구(기사내용과 직접 연관없음). ⓒ 프라임경제

일부에서는 최근 지주 회장과 은행장 교체 상황을 겪은 KB와 시스템 개편을 겪은 농협 등을 특히 주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은행별로 사고건수를 보면 신한은행에서 2008년 이후 66건이 발생해 1109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농협은행(63건·392억원), 우리은행(49건·325억원), 하나은행(27건·66억원), 국민은행(24건·350억원) 등 순으로 금융사고 발생건수가 많아 특별히 조직적 요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 발생건수와 액수가 정확히 비례하지도 않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사실상 돈을 만지는 업황의 특수성상 어디서나 사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내부의 불안정으로 인한 사기 문제, 이로 인한 도덕적 해이 상황은 비리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바로 결론을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규모로 보면 경남은행의 배임 사건(4132억원), 지난 2010년 신한은행의 금강산랜드 불법대출(719억원), 외환은행의 자금 유용사건(499억원) 등이 컸다.

눈먼 돈 인식하는 안일한 생각이 사건 야기

다음 유형을 보면 은행권에서 일어난 금융사고는 주로 횡령·유용(75.2%)이나 배임(5.8%) 등 내부직원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이 밖에 사기(14.1%), 도난(4.9%) 등의 피해도 있었다.

행원이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일삼는 유형보다는 돈을 돌려줘야 하거나 은행 이익을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눈을 감아주고 돈을 받는 유형 등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를 방기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고 볼 수 있다. 즉 '눈먼 돈'의 유혹이 크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실제 순위권을 기록한 사건을 피해규모로 나열하면 경남은행의 배임 사건(4132억원), 지난 2010년 신한은행의 금강산랜드 불법대출(719억원), 외환은행의 자금 유용(499억원) 등이 두드러진다.

경남은행은 부동산대출(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로 거론된 경우며 금강산랜드 역시 대출 적정성 문제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사안이다. 부정소지가 있는 곳에 사고가 따른다는 점과 PF 등은 호황기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통해 안일하게 일을 처리하고 부정으로 연결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터져 나오는 시기는 별개로, 호황엔 큰 비리에 가담하거나 눈감는 문제에 대한 유혹, 불황기에는 허점(사각지대)을 악용하려는 유혹이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진단된다.

감독망 사각지대·대형비리 "사고크기 비슷할 수도"

이번 90억원선의 채권 비리 역시 소멸시효가 만료되는 경우 국고로 귀속되는데, 이 같은 구조를 아는 행원 간 공모로 채권 위조 후 현금화 과정을 거친 것이다. 구조는 간단해 보이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곳을 파고들었다는 점과 극히 적은 가담인원으로도 이런 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외환은행이 중소기업 대출금리 조정으로 최근 몇 년에 걸쳐 챙긴 부당이익이 은행 차원에서 180억원에 달했다고 해 논란이 불거졌던 사안과 비교하면, 일개 '개인적' 비리로 사각지대에서 노릴 수 있는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사안이다.

특히 같은 직무를 오래 반복하는 경우 부정의 유혹이 크다는 점은 과거부터 여러 사고에서 제기돼 온 문제점인 만큼 금전적 유혹을 느낄 만한 업무적 허점이나 직무권한 및 재량이 어디인지를 계속 찾아내는 노력과 이에 해당하는 직원들의 모니터링 강화가 당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