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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정겨운 놀이감, 전쟁에 쓰일 때는…

이지숙 기자 기자  2013.11.22 14: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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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날씨 좋은 가을날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찾았습니다. 요즘은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가 완연한 겨울 날씨를 나타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따뜻한 가을볕에 임진각은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붐볐는데요.

잔디밭이 사람들로 붐볐다면 하늘은 연들로 가득했습니다. 평화누리공원은 바람이 많이 불어 연날리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였는데요. 그 중에서도 눈에 띄던 꼬리연이 있어 사진기를 꺼내들었습니다.

연은 서양에서 BC 400년경 플라톤의 친구인 알투스가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요. 동양에서는 BC 200년경 중국의 '한신'이라는 장군이 처음 제작했다고 합니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봄이나 가을이면 연을 날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평화누리공원에서 날리고 있는 꼬리연의 모습. = 이지숙 기자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봄이나 가을이면 연을 날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평화누리공원에서 날리고 있는 꼬리연. = 이지숙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 '열전(列傳)'에 연이 처음 등장합니다. 647년 신라 진덕여왕을 반대하는 일부 대신이 반란을 일으켜 김유신이 토벌을 담당하게 됐는데 성안에 별똥이 떨어져 군사들이 사기가 떨어졌습니다.

이 때 김유신이 꾀를 내어 불을 붙인 허수아비를 연에 달아 하늘로 띄웠고 '저녁에 떨어진 별이 하늘로 올라갔으니 진덕여왕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소문을 내 싸움에서 이겼다는 것입니다. 이후 고려의 명장 최영도 제주도를 정벌할 때 연을 이용하여 적을 함락시켰다는 얘기가 전해오죠.

최근에는 연날리기가 민속놀이 중 하나지만 예전에는 전쟁에서 다양하게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처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부 놀이도구는 전쟁이나 사냥에서 유래됐습니다.

새해 들어 첫 쥐날인 상자일(上子日) 저녁에 쥐를 쫓기 위해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놓는 놀이인 '쥐불놀이'. 최근에는 농경사회가 약화되고 산불 등을 염려해 정월 대보름 저녁 이벤트행사의 일환으로만 행해지는 등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데요, 쥐불놀이 또한 전쟁과 연관돼 있습니다.

원래 쥐불놀이는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놓는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깡통에 불을 담아 돌리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생겨났는데요, 전쟁 중에 공수된 군수물자 중 각종 통조림이 있었고 그 깡통을 놀이도구로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쥐불놀이와 결합된 것입니다.

쥐불놀이에는 각 지방마다 액을 막고 복을 비는 바람이 표출돼 있어 쥐불의 크고 작음에 따라 그해 풍흉 또는 그 마을의 길흉을 점치기도 하고 불의 기세가 크면 좋다고 해 각 마을이 서로 다퉈가며 불 기세를 크게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놀이기구로 더 많이 사용되는 부메랑 또한 원래 사냥, 전투 등에 사용하던 도구인데요, 부메랑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새나 작은 짐승의 사냥이나 전투에 썼던 도구로 고대 이집트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과 인도 등에도 사용됐다고 하네요. 다양한 곳에서 여러 용도에 따라 이용한 만큼 각 대륙이나 나라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부메랑은 흔히 던지면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부메랑이 그런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사냥이나 놀이에 사용되는 것은 명중하지 못하면 되돌아와 일일이 회수하지 않아도 되지만 전투에 사용되는 것은 되돌아오지 않는데요. 상대를 맞히지 못한 부메랑이 되돌아온다면 적에게 공격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공격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