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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브리핑] 한국경제, 문제는 엔화가치 하락이다

조재호 기자 기자  2013.11.21 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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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21일 한국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의 이탈로 크게 하락 마감해 추가 폭락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날 외인들은 현물보다는 선물을 대거 내다파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인은 선물을 무려 6000 계약 이상 매도를 했고 기관은 8000 계약 이상을 매수했다. 

현물은 외인이 2300여억원, 기관이 500여억원을 매도했고 개인은 2700여억원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해 보아야 대목은 바로 개인들의 콜옵션 매수. 이날 오후 1시30분께 개인들은 무려 55억원이나 콜에 베팅을 했다.

그러나 외인들의 포지션은 정반대 방향에 서 있었다. 오후 2시께 외인들은 콜 매도 금액이 35억원에 달했다. 풋 상황도 복기해 보면 개인들이 1시30분께 29억원을 매도한 반면 외인들은 같은 시각 39억원을 순매수 중이었다.

이들 투자 주체들은 시장을 극명하게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시장의 방향을 맞춘 주체는 누구였는가. 정답은 외인들이었다.

장 마감 상황에서 콜을 무려 55억원어치나 들고 있던 개인들은 손절을 하며 무려 17억원 매도한 반면 외인들은 35억원 매도에서 20억원 매도로 나타났다. 개인들은 커다란 타격을 받은 반면 외인들은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며 돈을 자루에 쓸어 담았다.

이날 또 하나의 투자 주체인 기관들의 성적은 어땠을까. 우선 선물을 보면 이날 기관은 무려 8100여 계약을 매수했고 현물은 500억원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콜 옵션은 외인들을 따라 줄기차게 매도를 하다 장 막판에는 무려 46억원어치가 매수했다. 풋 옵션은 외인들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서 61억원 매도를 했다.

기관의 포지션은 시장을 상방향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하방향으로 보는 것도 아닌 헤지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현물을 매도한 것을 보면 하방으로 시장을 보는데 반해 선물 및 옵션의 방향은 상방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날 한국 주식시장이 이처럼 폭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엔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인다.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이날 오른 곳은 일본 니케이225지수와 베트남 지수 밖에 없다. 이날 니케이지수는 15365를 기록 무려 1.92%나 폭등했다. 반면, 한국 코스피 지수 1.16%, 대만 지수 1.28%, 인도 지수 1.28%, 인도네시아 지수 1.06%, 홍콩 H 지수 0.75%, 항셍지수 0.30%가 각각 하락했다.

한마디로 일본 시장만 독야청청 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환율에 있었다.

이날 달러 대비 엔화 가격은 0.75%가 오른 100엔을 돌파해 버렸다. 더구나 앞으로 이 추세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달러당 엔화 가격이 82엔을 기록했으나 불과 1년 만에 무려 20엔 가까이 엔화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추가적으로 엔화가치는 더 추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조선일보'는 공교롭게 이날 자 지면에 애드리안 모왓(Mowat) JP모간 아시아·신흥시장 담당 수석 투자전략가(strategist)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앞으로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원화 대비 엔화 환율이고 둘째는 가계 부채, 그중에서도 전세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엔화 환율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선진국 시장 등에서 수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환율이 수출 경쟁력에 중요한 변수"라며 "그동안 외부에선 한국 경제에 대해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문제 등을 주위협 요인으로 봤는데, 올해 들어선 원엔 환율(엔화 가치 하락)이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인들이 이날 한국 주식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주요 증시를 하락으로 바라본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온 외인들이 집중됐던 시기는 지난 6월 한국 주가가 1770선을 유지할 때 집중됐다. 당시 달러 당 원화 가격은 1150원을 웃돌 때이다. 그러나 지금 달러 당 원화 가격은 1062원으로 약 10% 이상 원화가치가 상승한 상황이다.

그러면 달러를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 이를 비교하는 것은 글을 읽는 독자가 외국인이라고 가정할 때 어느 시장에 투자하는 게 정답인지를 보여주는 판단의 잣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에 지난 6월 투자한 외국인들은 무려 환차익을 10% 정도 낼 정도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그러나 주식에 투자했다면 약 15%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둔데다 환차익까지 거두어 들었으니 지갑이 두둑해질 만큼 두둑해졌다.

이제 일본 시장에 지금 외인들이 투자한다면 어떨까.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니 환차손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해 엔화 가치가 20% 이상 떨어져 추가적 환차손을 입더라도 일본 기업 실적이 호전되는 속도가 더 가파르다면 투자하기에 안성맞춤인 시장이 아닐까.

게다가 한국 시장은 모왓 JP 모건 수석 투자가의 지적대로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명약관화해지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가 무려 2% 남짓이나 폭락한 것에서 보여 주듯이 전기, 자동차, 철강 등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기업들의 채산성은 매우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우선 가격경쟁력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유럽시장 점유율이 16개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유럽에서 6만1855대를 판매,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5.9%) 이후 최저치다.

반면 일본 도요타그룹(16.5%)를 비롯, 세계 주요 자동차 경쟁사들은 판매량이 5% 이상 급증하면서 현대·기아차와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제 서서히 환율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경제 문제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대책을 논의해 수습하기 보다는 선제적 대응이 더 중요하다. 경제 당국은 환율 공포가 우리 시장에서 악영향을 가속화하기 전에 수습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조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