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3.11.20 17:09:54
[프라임경제] 동부건설이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임직원 30여명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여 파직, 면직, 감봉 등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징계대상자 가운데 금품수수액이 크거나 혐의가 무거운 임직원은 배임혐의 책임을 물어 형사고발하고, 하청업체를 공범으로 추궁해 배임증재죄 고발을 계획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 동부건설 자체감사는 일부 공사대금 미지급에 따라 부도 위기에 몰린 하청업체 A사의 진정으로 시작됐다. A사는 공사대금 비지급, 각종 향응 제공 압력 외에도 동부건설의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A사는 시스템에어컨, 세대환기 시스템 관련 기계설비 중소기업으로 2007년부터 동부건설과 거래를 시작, 현재까지 연간단가 시공을 포함해 200여억원에 대한 납품 및 시공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계약기성 미지급과 추가공사대금 미지급이 발생했고, 동부건설 대표이사에게 직접 민원을 넣는 등 여러 차례 공사대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금까지 동부건설 임직원에게 전달된 금품 내역과 명단을 직접 작성해 동부건설 측에 전달하면서 내부 자체감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기금 요구·각종 향응대가 '현금 5억여원 상납'
A사 김모 대표는 "7년여동안 동부건설과 거래를 하면서 설령 그것이 부당한 것이라 해도 하청사 입장에서는 동부건설 본사와 공사 현장에서 요구하는 바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금품 제공 배경을 설명했다. 추후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고려, 최선을 다해 원청사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했다는 주장이다.
동부건설 동자동 사옥. ⓒ 동부건설 |
특히 '본부 발전기금의 모금'이라는 명목으로도 지원을 요구했고, 일부 임직원은 개인적 차량 등 물품 구입을 위한 대금 대답, 정기적 지원비와 함께 각종 식대 및 회사 영업차원에서 지출한 골프비용에 대한 대납까지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또 특정현장의 납품을 대가로 발주처에 대한 영업비 명목으로 선비용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공사현장에서는 계약과 달리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청소 및 고용보험료 등을 하청사에 과다하게 부과하고, 이로 인해 남는 현장 경비는 현장에서 회식비 등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관례화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장에서 과다하게 부과된 폐기물 등의 처리 비용과 추가 공사 선지급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임직원 개개인에게 지급한 비용만 5억원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대표가 기록한 '동부건설 경비 지출현황표'를 살펴보면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지급한 각종 발전기금과 골프비용, 차량구입비 등 총액은 5억57000만원에 이른다. 부가세까지 합하면 6억원을 상회한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표와 함께 지난 8월 동부건설 이순병 부회장에게 직접 메일로 보냈고, 동부건설은 곧장 자체감사를 시작했다. 개인적 물품 대납 및 정기적 골프 등 향응에 관련된 인원만 총 30여명으로 동부건설은 1000만원 이상을 수수한 임직원 대상의 집중 감사를 벌였다.
◆10여명 징계·2명 배임죄 형사고발에도 '개인비리' 일축
감사를 바탕 삼아 동부건설은 1차로 파직 1명, 면직 3명, 10여명에게는 감봉 2개월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 중 수수한 금액이 큰 A부장과 B차장 두 사람은 배임혐의를 물어 형사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일부 발전기금은 본사에서 진행, 내부결제를 통해 모금을 진행하고 상부에도 상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역시 부당한 행태임에도 관행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조직적 금품갈취를 임직원 개인 비리로 합리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개인적인 비리가 있었던 사실은 내부 감사를 통해 밝혀졌고, 내용이 심각한 임직원은 배임죄로 고소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공사대금 미지급과 부실공사 주장에 대해서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연말 공사대금을 지불했고, 부실공사 의혹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이상이 없다는 검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건설업계가 어렵다보니 하청업체도 힘든 곳이 많을 것"이라며 "부당하게 선지급하거나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 있다면 공정위나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되지 않나, 그렇다면 동부건설도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위법한 일이 있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동부건설 관계자는 김 대표가 이 부회장에게 금품수수 명단을 보낸 이후 스스로 금품을 제공한 임직원과 접촉해 자신이 줬던 돈을 다시 받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전했다.
반면 김 대표는 "동부건설 자체 감사가 시작되자 자발적으로 일정 금액을 반납한 사람은 있지만 이들은 총 30여명 중 3명에 불과하고, 받아간 금액 전체가 아닌 일부 금액만 돌려줬다"고 역설했다.
동부건설은 내주 2차 징계자를 발표해 약 3명은 면직, 10여명은 감봉 조치를 취하고 A사에 공범 여부를 물어 배임증재죄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 대표는 동부건설의 부당한 금품요구와 함께 받지 못한 수십억원대의 공사대금, 일부 현장의 부실공사 내용 등을 진정서와 함께 민주당 모 의원에게 제출, 지난 18일 의원실에서 3자대면해 서로의 입장을 나눴다. A사와 동부건설의 입장차가 분명한 가운데 차후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