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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 위축·환율 난국 속 '통화완화 카드' 재조명

기준금리 인하에 인색한 한국은행 "문제 키운다" 우려 상승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1.20 09: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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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민간 부문에 일정한 경제적 역할, 구체적으로는 소비 진작에 대한 주문이 나오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하반기 출입기자단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올해 정부 주도로 불황에서 탈출했다면, 내년에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져 나온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 민간소비 회복 등을 통해 내수 경기가 수출과 균형을 이뤄 성장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소비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민간소비 확대를 구원투수로 꼽는 것은 당국만이 아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빨라진 원화강세 한국경제 위협한다' 보고서는 "내수 부문 수요창출력을 높이는 것이 잠재적 성장능력을 증가시키고 빠른 원화절상을 막는 방안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출 위주 경제시스템에서 민간 소비(내수)가 일정하게 떠받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분석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내수 부진과 교역조건 개선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 바탕을 둔다. 내수가 부진한 만큼 수입을 줄인 결과 경상흑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상황 인식인 셈이다.

환율의 경우도 경상흑자 폭이 너무 큰 만큼 하락하는(절상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풀이인데, 다만 그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은 "기업 재무상황 여건은 현재 2000년대 들어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원화절상을 버틸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일부 기업들의 높은 성장이 평균을 끌어올렸지만 전년대비 매출액이 오히려 감소한 기업들이 절반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절상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역할을 내수, 즉 민간소비에 맡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민간소비 좀처럼 늘기 어려워…특정 계기 작용 여부 주목

민간 소비 진작은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0월 하순 발표한 '평균소비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는, 가계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평균소비성향이 급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 보고서는 △노후 △일자리에 대한 불안 △전셋값에 대한 걱정이 크게 작용 중이라고 판단했다.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해 환율과 소비진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프라임경제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해 환율과 소비진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프라임경제

소비가 활성화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 엥겔계수에 대한 상식(소비 규모 작을 경우 식비 비중 증가)도 이미 통하지 않는 경향도 감지된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 13일 내놓은 '금융위기 전후 가계소비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음식·의복·교통 등 생활 필수부문의 지출이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는 반면 의료비와 연금 등 보장성 지출은 상승했다.

이 두 보고서를 종합하면 현재 한국 민간소비는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와 함께 불안감이 지배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어 특정한 모멘텀이 외부에서 공급되지 않는 한 진작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개발원(KDI)의 18일자 '최근 물가상승률에 대한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 등이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주장을 내세우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준금리 내릴 여력 충분' 주장 대두

이 보고서는 최근 낮은 물가상승률이 수요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공급 측면의 저물가를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 인색했던 한국은행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KDI의 논리대로 현재 낮은 물가상승률은 단기적 통화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고 본다면, 다른 중요한 아이디어와 연결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물가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도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인하는 또한 근래 다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환율전쟁' 대응책으로도 유의미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환율정책이나 호주 등에서는 외환시장 구두개입이나 금리 인상 연기 카드를 쓰고 있다.

다만 이런 논의에는 장기 기대소득이 줄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은퇴 생활자 등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등 문제가 없지 않은 선택이다.

바꿔 말하면, 기준금리 조절을 활용해 환율을 제어하고 소득 상위 20%를 제외하고는 빚이 증가하는 현상황에서 이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는(소비의 여력을 늘리는) 효과를 함께 거두는 게 나을지, 장기 기대소득을 보존하는 게 나을지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 이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인 이유에서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