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18일 청와대 직원과 국회의원간에 폭행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대강의 사정은 이렇습니다. 박 대통령이 연설 후 국회를 빠져나간 뒤, 집회를 열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관 계단으로 이동하면서 일이 시작됐는데요. 경호용 버스 3대가 본관 정문 앞에 여전히 세워진 것을 보고 "대통령도 갔는데 왜 아직 차를 여기 세웠는지" 시비가 붙었다는 것입니다. 본관 계단 위에 마치 차벽을 세우듯 간격을 좁혀 주차한 탓에 계단으로 내려가기조차 어려웠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어쨌든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버스 중 한 대의 출입문을 발로 찼고, 이에 차에 타고 있던 경호진 중에서 한 사람이 나와 강 의원의 뒷덜미를 잡으면서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시비의 완벽한 진상, 또한 과연 국회의원과 청와대 중 어느 쪽의 잘못에 더 무게가 있는지 100% 확실히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두 기관 모두 전력(?)으로만 보면 만만찮게 안하무인의 혐의(?)가 있으니 사실관계는 차치하고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시비가 붙은 본관 정문, 그리고 앞쪽 계단은 대체 어떤 공간일까요. 이번에 시정연설이 많은 지상파나 케이블 TV 채널에서 생중계되어 어느 곳인지 지켜본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국회에 들어가도 이 공간은 사실 일반인으로서는 발디딜 일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국회에 민원이나 견학을 위해 적잖은 이들이 찾지만, 본관의 경우 빙 돌아 뒤로 설치된 문으로 통과해 방문증을 교부받아야 합니다. 의원회관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앞쪽으로 방문자를 맞이했으나 증축공사 등으로 이제는 뒤편으로 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아서 올라가야 하지요.
국회 직원들은 신분증으로, 정치부 기자들은 출입기자증 하나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을 보니 좀 편하긴 합니다. 기자들은 본관 '아래쪽' 출입구를 쓸 수도 있긴 합니다. 아, 그렇다고 기자들도 오늘 박 대통령을 맞이한 그 카펫이 깔린 계단 위의 길을 사용하지는 않고, 본관 아래쪽으로 다닙니다만(이 문은 카메라로 비춰도 보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나마도 특례라면 특례겠지요.
그래서 오랜만에 국회를 잠깐 들른 과거의 정치부 기자들은 일반방문증을 받으러 다니는 불편함을 새삼 대단히 크게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대체 이 정문 앞 계단에 바짝 붙인 청와대 소속 버스를 왜 안 뺐느니 어쨌느니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남의 나라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정작 일반 시민들은 거기 버스가 있거나 말거나 아니 365일 버스가 서 있어도 아마 전혀 불편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어차피 민원인들은 다른 동선으로 다녀야 하니 그들만의 자존심 싸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이번 일의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도 문제겠으나 이참에 정작 납세자이자 주권자인 일반 시민들은 뒤편으로 다니는 이상한 국회 상황을 고쳐보는 논의를 시작하는 게 차라리 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