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닌 쉬야오 선머 빵주?"
매장 주변을 돌다보니 점원이 당연하다는 듯 중국어로 말을 건넸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점원의 얼굴을 보자 어설픈 한국어로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신가요"라고 언어를 바꿨다. 잠시 후,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들어오자 조금 전 말을 건네던 점원은 등을 돌리더니 그들에게 붙어 판매에 열을 올렸다.
지난 11월12일 오후 3시. 평일임에도 동대문 패션상권에는 수많은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5월 말 이곳에 들어선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을 시작으로 헬로APM, 밀레오레, 두타까지 일렬로 줄지어 선 동대문 패션벨트 거리를 걷다보니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의 외국어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최근 외국인 쇼핑객들이 늘면서 소위 '봉'으로 여겨지는 이들의 소비행태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푸대접을 받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명동상권은 중국‧일본인들이 주요고객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 명동 중심거리를 걷다보면 외국인을 상대로 한 '삐끼 행위'가 자주 눈에 띄지만 정작 내국인에게는 무뚝뚝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동대문 상권도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소비자들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내국인 푸대접'이 동대문으로까지 번져간 모양새다. 판매점원들의 밀착 서비스가 외국인 소비자들에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내국인들은 명동에 이어 동대문에서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명동에서는 화장품 로드숍 직원들이 중국어나 일본어로 말을 걸어오다가 내국인이라고 하면 잘 안 챙겨주고 시큰둥해지는 것을 자주 경험했지만 동대문도 마찬가진 줄 몰랐다"며 "물건 가격 좀 빼려 했더니만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 그냥 제값주고 샀는데, 일부러 현금을 두둑이 챙겨왔지만 외국인들에게 밀려 물건 값을 제대로 깎을 수조차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동대문 상권은 패션 쇼핑의 메카였다. 지방에서도 날을 잡고 쇼핑하기 위해 동대문을 방문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던 동대문 상권은 경기침체로 한동안 옛 명성을 잃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 중가로 롯데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동대문 패션상권이 제법 살아나고 있다.
이 동대문 상권에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수와 매출 실적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에 따르면 롯데피트인의 10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 증가했고, 10월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 기간에도 세금 환급 건수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장 내 점원들이 중국인으로 대체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이날 기자가 방문한 대부분의 매장에는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인 점원들이 판매 일선에 나와 있었다.
두타의 한 매장 직원은 "상품 몇 개 놓고 이것저것 물어보다 내려놓고 가버리는 한국인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한번 사면 구매 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중국인을 상대하는 것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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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모시기'에 혈안이 돼 내국인을 푸대접하는 한국시장의 모습이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