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 주위에는 칠칠치 못한 지인들이 더러 있는데요, 그중 한 명인 A씨는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깨지는 불상사를 일으키곤 합니다.
두 달 전쯤 A씨가 스마트폰 액정이 깨져 속상하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관련 댓글들을 살펴보던 중 '서비스센터에서 깨진 액정을 받아 매입하는 곳에 팔면 10만원 넘게 보상해준다'는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수리교체를 한 상태라 이 댓글을 보고 땅을 치고 후회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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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손 액정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업체들은 깨진 액정을 1만원부터 최대 12만원까지 보상해주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지만, 짝퉁 스마트폰 양성이라는 어두운 이면도 갖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최민지 기자 | ||
스마트폰 기종과 파손 정도에 따라 금액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1만원부터 최대 12만원까지 보상해준다고 합니다. 갤럭시노트3는 보상금액이 가장 큰 스마트폰 기종 중 하나인데요, 최대 9만원에서 12만원까지 깨진 액정을 매입한다고 합니다. 또 △갤럭시S4 10만~12만원 △갤럭시노트2 8만~10만원 △갤럭시노트·갤럭시S3 4만~6만원 △갤럭시S2 2만원 등 현금으로 고객에게 돌려준다고 하네요.
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 액정교체·수리비는 최신 기종일 경우 13만원입니다. 그 외 기종은 10만원 초반대로 책정된다고 하네요. 즉, 소비자는 파손 액정을 되팔아 수리비의 상당부분을 절약할 수 있는 셈입니다. 소비자들이 깨진 액정 매입소식을 두 손 들고 환영할 만 하죠.
그렇다면, 왜 매입 업체들은 삼성전자 제품만 취급하려고 하는 걸까요? 실제로 깨진 액정 매입사이트들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를 위주로 매입을 하고 있었습니다. LG전자·팬택의 스마트폰은 '매입 불가'라고 명시해 놓은 사이트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며칠 전 LG G2를 사용하는 지인이 파손된 액정을 되팔려고 여러 업체를 방문했지만, 취급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죠.
이유는 디스플레이 종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에 OLED를 탑재하지만, LG전자와 팬택은 LCD를 사용하는 차이에 있다고 하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삼성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가 중국·동남아 등에 되팔기 용이하다는 것이죠.
AMOLED 중고 액정은 중국 등에서는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가격이 비싸 해외 업체들이 한국을 통해 구입하려는 것이죠. 매입 업체들이 원하는 것은 액정 자체가 아니라, 강화유리를 제외한 AMOLED 디스플레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이 매입된 깨진 액정이 해외서 불법 유통돼 짝퉁 스마트폰으로 번질 수 있는 우려에 있습니다. 사실 국내서 소비자들에게 깨진 액정을 매입해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깨진 액정을 사서 불법 스마트폰을 제조해 유통시키는 것이 심각한 불법사항인 것이죠.
이미 삼성전자는 중국 등에서 유통되는 짝퉁 삼성폰으로 인해 고심하고 있는데, 깨진 액정을 통한 불법 스마트폰이 해외서 더욱 기승할까봐 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깨진 액정이 해외로 나간 수만큼 불법 스마트폰 수도 증가한다는 공식이 성립되니 말이죠. 그렇게 된다면, 삼성전자 이미지 타격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깨진 액정 매입이 이슈가 된 후 회수정책에 나섰는데요. 소비자들 반발에 삼성전자는 원하는 고객에 한해 돌려주기로 정책을 다시 전환했죠.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이 소유한 액정을 왜 제조사가 마음대로 못 팔게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릴 만 합니다. 소비자가 깨진 액정을 돈을 받고 파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유통 구조로 봤을 때 해외에서 또 다른 소비자가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죠. 국내 소비자가 취한 이득에 해외 소비자가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삼성전자 또한 상당히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한편, 현재 삼성전자는 깨진 액정 매입과 관련해 법률 검토와 액정수리비용을 재조정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