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머리빨'이란 속어가 있다. 얼굴 생김새와 상관없이 머리 모양을 어떻게 세팅해주냐에 따라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특히, '머리빨'은 남자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남자도 꾸밀 줄 아는 시대가 됐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이 '머리빨' 이야기에 속 편히 동조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남들이 왁스를 바르는 모습도, 스프레이를 뿌리는 모습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들은 바로 '머리빨' 세울 수 없는 대한민국 탈모남이다.
10년, 20년 전만 하더라도 탈모는 중년 남성들만이 얻을 수 있는 소위 '중년질병' 쯤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고 식습관이 바뀌면서 이제는 20, 30대 젊은 남성들에게서도 탈모는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한창 사회생활과 이성과의 교류가 활발한 시기에 탈모가 진행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인걸까.
지인 중 28살 때부터 탈모가 진행된 사람이 있다. 군대를 전역하고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의 그에게 탈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더라. 언제까지나 빽빽하게 들어서서 자리를 지킬 것만 같던 머리카락들이 어느 순간 가늘어지더니, 결국 숭덩숭덩 빠지기 시작하면서 그는 대인기피증이라는 마음의 병까지 얻게 됐다.
그처럼 젊은 나이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 이들이 점차 늘면서 대한민국 두피 클리닉과 흑채 시장이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각광받지 못하는 업종이 대한민국에서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대한민국의 특성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대한민국만의 특성, 아니 한국인의 특성은 과연 무엇일까. 적어도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걱정에 휩싸여 내가 보는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남이 보는 내가 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탈모를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유 역시 바로 '남의 시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탈모인 자신을 어떻게 볼까란 생각에 휩싸여 흑채, 가발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옆머리를 길러 휑한 정수리를 덮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흑채를 뿌려 스프레이를 쓰게 되면 두피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기 마련이고 모자를 쓴다 해도 두피는 습해져 모발은 점점 가늘어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다.
탈모를 위한 치료법은 아직도 연구 개발 중에 있다. 전립선 치료제를 개발하다 부작용으로 발모가 돼 본격적으로 발모 약으로 개발된 사례도 있고 각 두피 클리닉에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탈모 진행을 늦추기도 한다. 하지만, 팍팍한 경제 사정에 비싼 돈이 들어가는 탈모약과 클리닉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제쯤 남의 시선에 구속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될까. 견디지 못해 괴로워하고 속상해하고 감추려 하면서도 그것을 벗어나려는 몸짓은 왜 하지 못하는 걸까.
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