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회를 찾아 첫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시정연설은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의 정치 시행 관련 연설로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기국회 전 첫 국회 시정연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여야의 첨예한 대립과 통합진보당의 삭발 시위가 이어지는 등 국회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행된 시정연설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먼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과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4대 국정기조로 삼고 국정기조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국정기조별로 내년도 국정운영 방향과 국민과 약속한 주요정책들이 어떻게 예산에 반영됐는지 설명했다.
◆경제부흥·국민행복의 꿈 "모든 국민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고 싶어"
박 대통령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당시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7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이 지속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제 활성화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해 출범 직후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고, 특단의 부동산 대책을 추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4대 국정기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
이어 "이 결과 최근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1%대로 올라가고, 취업자 수는 세 달 연속 40만명 이상 늘었으며 지난 10월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월 500억불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제 겨우 불씨를 살렸을 뿐"이라며 "이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회복의 움직임이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고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은 경기회복세를 확실하게 살려가기 위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가장 큰 역점을 뒀다고 역설했다.
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농어촌 소득향상, 수출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벤처 창업 생태계 조성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등 미래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확대했다"며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불구, 지역경제활성화와 직결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지방재정에 대한 지원도 편성했다"고 부연다.
그런가 하면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의 토대이자 경제활성화를 위한 시장경제의 기초질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창조경제의 핵심인 업종 간 융복합 저해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문화와 보건, 의료, 환경, 해양, 농식품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자금과 기술 지원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러 법안들이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여야 의원들에게 관련 법안들의 통과를 촉구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의 생활 안정과 국민들의 노후 안정을 위해 내년 7월 기초연금제도 도입을 목표로 예산 5조2000억원을 반영했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도 복지예산을 확대 편성했다"고 제언했다.
또 "국민 행복을 위해서는 교육 역시 매우 중요하다"며 "중학교 단계에서 자유학기제 도입, 자율 교과과정 확대와 예체능 교육 및 진로직업 교육 강화, 내년부터 학교 내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고 지방대학 육성에도 힘쓰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문화융성과 평화통일…놓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
박 대통령은 4대 국정기조 중 문화융성과 평화통일에 대해서도 큰 목소리를 냈다. 5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융성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에는 문화융성의 본격적 추진을 위해 문화재정을 정부 총지출의 1.5%인 5조3000억원으로 증액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 예술인복지법 등 문화 관련 주요법안들의 제개정이 원활히 이뤄져 문화융성의 초석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5000년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국민의 창의력,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킨 문화콘텐츠산업을 적극 지원해 국가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박 대통령은 "최근 숭례문 부실 복구로 인해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면서 "앞으로 숭례문을 포함한 문화재 관리보수의 전반적 문제점을 엄중하게 조사하고 문화재 관리체계를 근본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은 아직 어렵고 멀게 보이지만 우리가 꼭 가야 할 길"이라면서 "임기 중 반드시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확고한 원칙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 이를 통해 남북 간 신뢰를 쌓고 올바른 관계개선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야당 "말씀 많았지만 정답 없었다" 일축 '결의대회 진행'
이날 시정연설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과 국정원 개혁 등 국정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었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에 앞서 연설 후 결의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었다"고 일축했고,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 요구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미흡하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30여분에 걸친 시정연설 말미에 1분가량 국정원 댓글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치른지 1년이 됐지만 아직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 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빠른 시일 내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온건적 입장이었다.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정부 의지와 사법부 판단을 믿고 기다려달라는 호소도 있었다.
이런가 하면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비롯해서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정치개입의 의혹을 추호도 받는 일이 없도록 공직기강을 엄정하게 세워가겠다"며 "국가정보기관 개혁방안도 국회에 곧 제출할 예정인 만큼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검토해 달라"고 촉구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준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정부는 여야 어느 한쪽 의견이나 개인적 의견에 따라 움직일 수 없고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한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며 의원 여러분들의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하고 "미래를 위한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맺음말을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의원들과 보좌진들의 참여속에 박 대통령의 연설내용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