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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동부그룹' 3조 규모 자구책 발표, 왜?

동부하이텍·동부메탈 포함 주요자산 대거 매각…김준기 회장 사재 출연

이보배 기자 기자  2013.11.18 10: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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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동부그룹이 3조원 규모의 그룹 사상 유례 없는 자구책을 내놨다. 2조원가량을 예상했던 시장예상치도 뛰어 넘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수십여년간 공을 들여왔던 동부하이텍마저 팔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구조조정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마무리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2015년까지 졸업하고 사업 측면에서는 앞으로 금융, 철강, 전자, 농업·바이오 등 4대 주력분야를 중점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의 자구노력 확대 요청을 적극 수용하는 것은 물론 재무구조를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눈물 머금고 동부하이텍·동부메탈·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이날 동부그룹에 따르면 동부는 자구계획 실현을 위해 오는 2015년까지 주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을 매각하고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증자 참여 등을 포함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동부금융센터. ⓒ 동부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동부금융센터. ⓒ 동부
먼저 동부하이텍은 보유 중인 동부메탈 지분 등을 처분해 차입금을 대폭 축소한 뒤 매각할 계획이다. 그동안 동부가 중점 육성한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떼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동부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엄청난 투자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으나, 반도체부문의 향후 투자에 대한 금융권의 계속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부메탈의 경우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31.28%)에 김 회장이 1인 대주주로 있는 동부인베스트먼트 보유지분(31.00%)과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8.5%)을 합친 경영권 있는 지분(70.78%)도 매각하기로 했다.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및 당진항만 매각 외 동부특수강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보유 계열사 지분 처분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재 2조3500억원의 차입금을 내년 1조원 이하, 2015년에는 9000억원 이하로 대폭 줄이고, 현재 269%인 부채비율을 내년에는 154%, 2015년 140%까지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복안이다.

동부건설은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비록한 각종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 이미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성공리에 매각했으며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처분을 위한 막바지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동부팜한농은 울산, 김해 등지의 유휴부지 및 보유 지분을 처분하고, 동부CNI등 다른 계열사들도 각종 유형 자산과 지분 등을 처분해 자구계획에 힘을 보탠다. 동부는 이런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통해 2015년까지 약 3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부 측은 "이번 자구계획의 경우 각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산과 실현성 높은 계획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과감하고 획기적 재무개선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실제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매각하면 이들 두 회사가 갖고 있던 차입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구계획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동부는 현재 6조3000억원 규모인 차입금을 2조9000억원대로 대폭 감소시키고 부채비율은 현재 270%에서 170% 수준, 이자보상배율은 현재 0.14배에서 1.6배로 개선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완전히 졸업할 수 있게 된다.

◆'금융·철강·전자·농업 바이오' 4대 주력사업 중점 육성

그런가 하면 동부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금융, 철강, 전자, 농업·바이오  주력 4개 분야를 중점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불경기가 3~4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주력사업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체질을 굳건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분야는 동부화재를 중심축 삼아 뛰어난 경영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에 여세를 몰아 금융 선진국인 미국 본토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철강분야는 합금철부문을 매각하고 전기로제철사업의 안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키로 했다. 무엇보다 동부제철은 인천공항과 당진항만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를 전면 개선함으로써 경쟁력있는 체제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자분야는 부품사업인 반도체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가전, 로봇, LED, IT 등 세트사업 중심의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농업·바이오분야는 기존 농자재분야의 확고한 사업경쟁력에 기대 바이오분야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김 회장 1000억 사재 출연…벼랑 끝 승부수 "끝까지 책임 질 것"

동부의 이번 대규모 자구계획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김 회장이 직접 사재를 출연해 참여한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보유 계열사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해 1000억원 가량의 재원을 확보해 동부제철 유상증자 등에 투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동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동부
동부는 지난 10년간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상태에서 매년 구조조정을 통해 만든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쓰지 않고 부채비율 250%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본사업 경쟁력 강화와 연관사업 인수합병(M&A)에 우선 투자해왔다.

이 결과 자산과 매출액, 임직원 수가 획기적으로 늘었으나 STX, 동양그룹 사태에 따라 주채권은행에서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청, 특단의 자구계획을 결정하게 됐다.

김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이제 주요 회사들의 투자가 모두 끝난 상황이므로 지금부터는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일에 집중시켜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기필코 졸업하자"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번 사재출연 역시 김 회장 스스로 재산 일부를 처분해 힘을 보탬으로써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해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반드시 졸업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고 동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동부그룹은 STX와 동양그룹이 무너진 이후 끊임없이 다음 기업으로 지목돼 왔다. 결국 시장 우려와 압력에 이 같은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김 회장은 '30년 반도체' 신화를 일단 접고, 1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의 벼랑 끝 승부수에 시장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