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3.11.15 10:27:56
[프라임경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여러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이에 걸맞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 사례가 바로 전기자동차로, 이미 여러 브랜드들이 앞 다퉈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국내 자동차시장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많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받으며 출시된 SM3 Z.E.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킨 동시에 전기차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순수하게 '전기'로만 굴러가는 전기자동차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기아차 '레이EV'와 한국GM '스파크EV'에 이어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가 출시한 100% 순수 전기차 'SM3 Z.E.'로 인해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SM3 Z.E.는 르노그룹 및 르노삼성차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로, 소형이 아닌 국내 유일 준중형급 전기차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SM3 Z.E.의 상품 가치를 시승을 통해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시승코스는 씨에스호텔을 출발해 서귀포시 서부보건소와 싱게물공원을 거쳐 퀵드롭 스테이션(배터리 교환소)까지 총 75km 구간이다.
◆뛰어난 초반 응답성…짧은 주행거리가 문제
SM3 Z.E.는 차량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Zero–Emission. 즉,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무공해 전기차다. 기존 SM3의 모던 다이너미즘 디자인에 Z.E.만의 특별함을 가미했으며, SM3 가솔린 차량을 능가하는 전장(배터리 탑제고려 130mm 후측 연장)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으로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 모두에게 안락함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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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전기 모터의 힘을 100% 낼 수 있는 SM3 Z.E.는 성인 3명이 타고도 순간적인 힘이 엄청날 정도로, 뛰어난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 르노삼성자동차 | ||
공식적으로 발표된 SM3 Z.E.의 주행 성능을 살펴보면, △주행거리 135km(보정복합연비 기준) △최고속도 135km/h다. 현재 대중화된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과 비교해 성능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전기차시장의 가능성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전기차 이전 단계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교해도 확실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올라 시동버튼을 눌렀지만, 엔진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물론 소음이 너무 작다보니 보행자가 차량접근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르노삼성은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30km/h이내 주속 주행시 가상의 엔진 사운드를 내는 보이스 기능을 탑재하는 섬세함을 내포했다. 60km/h와 120km/h 주행에서도 소음 차이가 작아 소리로만으로는 속도감을 느끼기도 어려울 정도다.
전기차의 특성은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전기모터의 힘을 100% 낼 수 있다는 것이다. 23kg·m의 토크로 응답성이 좋아 언덕 주행에서도 치고 나가는 파워가 만만치 않았다. 성인 3명이 타고도 순간적인 힘이 대단할 정도로, 초반 응답성과 가속 성능도 상당히 뛰어나다.
곳곳에서 진행 중인 공사구간을 지나 '에코모드'로 쭉 뻗은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다보면, 90km/h 이상에선 가속 페달이 밟아지지 않는 일종의 잠금 장치를 느껴졌다. 물론 가속페달을 꽉 밟으면 최고 138km/h의 속도로 주행이 가능했다.
내리막길에서는 주행 시 발생하는 바퀴 회전 에너지를 회수해 전기로 변환시켜 배터리를 재충전하면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었다. 주행거리를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흔히 쓰는 방식이다.
반면, 코너링은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트렁크 바로 앞에 장착된 250kg 정도의 배터리로 인해 뒤쪽이 무거워지면서 오버스티어링 현상도 우려됐다. 여기에 기존 가솔린 모델 대비 전체적인 무게가 늘어나면서 브레이킹 역시 다소 밀림 현상이 있었다.
◆충전시간 '퀵 드롭'으로 10분에 해결
한편, 90km 정도 달려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전기차 '퀵 드롭(quick drop)' 센터에서는 SM3 Z.E.의 배터리 교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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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이 SM3 Z.E.의 짧은 주행거리를 보안하기 위해 완충시 135km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8~10분 내에 교환할 수 있는 '퀵드롭 시스템'을 마련했다. = 전훈식 기자 | ||
제주도 택시들의 일일 평균 운행거리는 190~200km이다. SM3 Z.E.의 주행 가능 거리는 135㎞로, 1회 이상을 충전해야 평균 운행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단 의미다. 하지만 43kW급 충전기(공공 인프라용)로 사용해 80% 가량을 급속 충전하더라도 30분(7kW급 충전기 완속 충전시 3~4시간)이라는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
르노삼성은 이러한 단점을 보안하기 위해 완충시 135km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8~10분 내에 교환할 수 있는 퀵드롭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퀵 드롭 시스템을 이용한 배터리 교환은 5분~10분 정도 소요된다. 차량을 들어 올린 후, 리프트가 차량 밑에서 특수볼트 4개를 돌려 배터리를 빼내는 방식이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검정색 배터리는 가로 120cm, 세로 70cm의 크기로, 무게는 250kg에 이른다.
현재 배터리 교체 장비 가격은 5억원이지만, 향후 국산화가 이뤄지면 2억5000만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르노삼성 측은 예상했다.
◆'의외 변수' 협소한 트렁크, 뚜렷한 호불호
과연 현장에서 SM3 Z.E.를 살펴본 택시 기사들의 입장은 어떠할까.
퀵 드롭 센터가 설치된 장소가 택시조합으로, SM3 Z.E.를 자세히 살펴본 택시 기사들의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충전 시간은 둘째치더라도, 가솔린·디젤 대비 주행거리가 너무 짧고, 충전소도 너무 적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바로 협소한 트렁크 크기다.
20년의 경력을 가진 한 택시 기사는 "제주도의 특성상 골프채나 큰 짐을 가진 관광객이 많은데, 트렁크에 골프백 1개가 겨우 들어가는 SM3 Z.E.를 택시로 활용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SM3 Z.E. 트렁크 용량은 317L이지만,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되면서 실제 사용 가능한 용량은 줄어들었다.
이러한 지적에도 SM3 Z.E.는 기본적으로 도심에서 출퇴근용 또는 근거리용으로 정숙한 주행을 즐기기에는 적당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차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으로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약 2200원 가량만 충전하면 135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가솔린 차량 대비 충전 시간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비용 측면에서는 연간 2만km를 주행할 경우 약 24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충전인프라가 보급된다는 전제 아래, 친환경에 사명감이 투철하거나 주로 도심에서 단거리를 이동하는 운전자에게는 전기차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가격도 4200만원(SE 플러스 기준)이지만, 환경부 보조금(15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제주도 경우 800만원)을 받아 기존 가솔린 차량과 비슷한 가격대에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