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노조원만 해도 1만7500명, 한국 대표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의 노조가 갖는 위상은 크다. 국민은행 노조는 목소리가 큰 편에 속하는데 근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KB국민은행장 부임 때도 갈등을 빚었다. 지난 13일 1차 선거를 치르는 등 국민은행 노조의 올해 선거일정은 이미 진행에 들어갔고 어느 때보다 많은 시선을 모았고 잡음이 불거졌다.
이번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후보로는 한상만, 소병문, 하진서, 유강현, 정덕봉, 윤종한, 성낙조, 박병권(후보 번호순) 8명이 나서 일합을 겨뤘다. 하지만 이 같이 풍성한 후보군은 결국 적임자를 고르는 즐거움 대신 '안타까운 낯붉힘'만을 전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모 후보가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며 제출한 진정서를 접수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13일 밝혔다. "A 후보가 국민은행 비정규직 직원 해고를 주도했다"는 내용이 담긴 비방 문자메시지가 대량 발송됐다는 등 혼탁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메시지 괴담은 강경·온건노선 갈등 사례일 뿐
이번 문자메시지 괴담이 어떻게 결론나든 정작 시선을 줘야 할 문제는 이 해프닝 자체보다는 이면에 숨은 노조의 역할론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기대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 노조인지 혹은 온건 노선으로 가야 하는지와 함께 노조가 앞으로 어떤 역할론을 떠맡아야 하는지를 압축한 것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노조 선거가 많은 후보군 등장 등으로 시선을 끌었다. 일부 잡음도 있었으나 이는 최근 금융시장 지형변화 국면에서 노조 역할론 변화를 주문하는 시사점이었다는 평가다. 사진은 후보 유세 장면. = 임혜현 기자 |
아울러 문자메시지 괴담 역시 비정규직 해고라는 껄끄러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이는 그간 정규직 중심으로 운영돼 온 큰 회사 노조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드러난 이런 모든 부담감을 안고 들어설 새 지도부는 얼마 전 새롭게 편성된 '임영록-이건호 지도체제'라는 지주(금융그룹)-은행 사령탑과 새롭게 손발을 맞춰가며 때로 긴장을 조성하면서 막중한 사명을 풀어갈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되는 것이다.
◆생산성 부담·개혁 필요성 속 노조역할론 정립 관건
KB국민은행이 지금 처한 사정은 녹록치 않다. 이 은행의 임직원 1인당 생산성 등 수익성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낮은 순위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국민은행의 체질과 성적표를 의식한 듯, 이 행장은 최근 대손비용 절감 및 변동성 축소를 위해 여신업무 프로세스와 문화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건전성보다 실적이 우선인 여신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핵심성과지표(KPI) 외 인사평가에 적용할 별도 기준을 마련,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계대출은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기업금융은 심사 능력과 감각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이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현재 상황을 둘러싼 개혁은 모두 직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구두끈을 다시 고쳐매고 뛰자는 청사진은 평가 등 민감한 점으로 이어지는 점에서 직원 업무 부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영진과 직원 입장을 제대로 조율할 노조가 출범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전이 여러 후보의 등장과 잡음으로 치러졌지만,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식을 널리 공유하게 된 점은, 노조가 앞으로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따지면 종국적으로 국민은행 노조는 '트러블 메이커' 역할에만 머무르지 말고 조정자이자 어려운 여건을 헤쳐가는 '경영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해야 하는 역할론이 부여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