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흥국 신용 거품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거품 붕괴 상황이 올 경우 우리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현재 신용 거품 위험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가의 대표적 투자 전문가인 마크 파버는 8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을 언급하면서 "이들 나라에서 촉발된 신용 거품이 2008년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지역의 신용 거품은 2008년 이후 가파르게 늘어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은행(WB)의 자료를 인용, 중국 기업의 신용은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였지만 지난해 132%까지 불어났고 같은 기간 터키가 33%에서 54%, 브라질이 53%에서 68%로 늘었다며 이런 신용 과다 상황이 신흥국 은행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이퍼링 도래 시점이 문제…신용 붕괴 위험은 상존?
일단 신용 거품 상황은 그간 진행돼 온 미국의 양적완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향후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시장의 변화 가능성에 따라 급격한 충격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지명자는 상원 인사청문회 사전 보고서를 통해 테이퍼링 신중론을 펴고 나섰다. 하지만 이에 앞서 12일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이르면 오는 12월에 시작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는 등 시장에 대한 분석과 해법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어쨌든 테이퍼링은 시점이 문제일 뿐, 이미 신흥국 통화들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미 시작됐으며, 각국이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환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부산한 움직임에 순차적으로 들어갈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대열에 동참하는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가 있다. 여타 신흥국보다 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평이 있기 때문에 위험의 진앙지가 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된다. 다만 한국은행이 10월31일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확산되면 신흥국 전체에 대한 국제상업은행의 신용공여 한도가 축소되면서 경제여건이 건전한 한국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처럼 우리 시장 역시 완벽한 방어벽을 갖춘 상황은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버블 붕괴 여파 취약지구는 '가계 그 중에서도 주거 관련 부채'
이런 가운데 한국 금융·경제 상황 역시 신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기 부양책으로 부동산 관련 각종 대출 규제를 느슨하게 해 주면서 빚을 내 집을 사도록 한 데다, 현재 전세 시장 왜곡 등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라는 대외적 충격파가 올 경우 누수가 시작될 취약 지점이 이 대목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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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 과다가 곧 세계경제의 암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흥국의 버블 붕괴시 여파가 닥칠 경우 우리나라는 특히 취약한 주택관련대출이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역전세 등으로 연쇄 붕괴가 발생할 고리를 끊을 대비책이 요청된다. ⓒ 프라임경제 | ||
한국개발연구원(KDI) '3분기 부동산시장 동향분석'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주택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장기 추세를 소폭 밑돌며 약보합세를 보인 반면 전세는 전국적으로 장기 평균을 크게 상회하며 강보합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9월 기준 실질 주택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1.3% 하락해 작년 3분기 이후의 감소세가 올해 3분기까지 이어졌다. 비수도권(1.1%)에 비해 수도권(-3.4%)의 하락폭이 커 체감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집값과 전세가격이 비정상적 상관관계를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전세금을 올려 집주인이 자기 부채를 갚는 부담 전가 현상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집을 전세 놓은 집주인 가운데 대출금을 2000만원 이상 만기 전에 갚은 사람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6.8%였다. 집주인 4명 중 1명 이상은 전세금을 올려받아 자기 부채를 갚았다는 뜻이다. 집값 하락이 겹쳐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가구도 약 36만 가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가격의 기형적 형성은 역전세 발생시 연쇄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상황에서 역전세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 신흥국 버블 붕괴 재발이라는 경제난으로 다시 올 경우 집을 팔아도 보증금과 대출을 해결할 수 없는 '깡통주택'들부터 급격히 무너질 우려가 높다.
◆전세영역 관리 필요성 증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택시장의 경색이 풀릴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7일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4년 건설경기 및 부동산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시계열 분석상 수도권 주택시장은 추세적으로는 하락하고 있으나 순환주기로는 확장 국면에 진입해 바닥을 통과 중"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처럼 시장 추세가 변화하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식 대응으로는 신용 버블과 같은 국제경제적 이슈 대응을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주문은 불완전한 사금융인 전세영역에 금융권이 돈을 계속 공급해 병을 키운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이제 버블 붕괴 대비라는 문제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당국이 전세를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높아지는 셈이다. 고소득 전세 세입자에 대한 구매 수요 전환에만 매몰돼 전세금이 서서히 내려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제를 등한시하지 않도록 다각도의 접근이 주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