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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 4대 천왕의 재평가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1.13 09: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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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이 길지 않다. 대통령직을 수행한 기간이 1000일이 조금 넘으니, 재선도 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제 배경을 생각하면 잠시 다녀간 정도일 수도 있겠다.

한때 미국의 진보적 가치를 대변한 인물, 비운의 정치인으로 조명받았던 케네디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요즈음 학생들이 배우는 케네디'와 '그들의 조부가 배운 케네디'가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암살 후 멀지 않은 시기에 편찬된 1968년 고교 교과서는 케네디 전 대통령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그리면서도 미국의 진보적 이상을 부활시킨 지도자로 기술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이후 시들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그의 집권기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인 쿠바 미사일기지 사태와 관련해서도 평가가 크게 변했다는 지적이다. 1968년 교과서가 이를 케네디 정권이 보여준 강인함과 자제력의 사례로 본 반면, 1983년 교과서는 미국측이 승리하기는 했지만, 쿠바 사태 등 여러 면에서 온화한 제스처를 보였던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공산당내 강경세력에 의해 축출됐다는 점에서 결국 이 사태가 공허하게 됐다는 시각을 더했다.

심지어 1998년 교과서는 핵전쟁 위기를 부추긴 일로 이 사태를 평가했다. 핵전쟁 목전까지 가면서 공산진영을 압박한 케네디 정권의 선택을 영웅적 행보로 취급하는 것은 성급했다는 수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도 이 같은 '케네디에 대한 평가 변화'가 감지된다. 1988년부터 2000년까지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1위로 꼽혔으나 최근에는 4위에 밀려났다. 과거 그를 우상시했던 시대 분위기에 젖어 있는 43~64세 장년층이 그나마 순위를 떠받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를 영웅시하는 시각이 재평가를 통해 객관화되어도 아무 혼선이 없을 정도로 미국이 건재하다는 데 있다. 보기에 따라선 인물에 대한 이 같은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이 미국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은행권에서 크고 작은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요 4대 금융그룹의 전직 혹은 현직 수장에 연결짓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근래 여러 전직 회장들의 이름이 각종 사건으로 거론된다. 이 인물들이 아직 거론되는 것은 이른바 '4대 천왕'의 장기 집권과 절대적 카리스마의 잔상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걸 누가 최고위층을 차지하고 있느냐에 좌우된다는 식으로 관련해 해석하는 것도 병이겠지만, 상황을 직시한다는 면에서는 이런 해석론을 동원한 재평가 작업 역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흠집내기가 아닌 한, 기회가 될 때마다 인물을 그리고 그 인물의 시대를 재평가한다는 일은 필요하다. 앞으로의 금융은 공로가 큰 일부 고위층을 신격화하지 않아도 한 시대를 기술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시스템으로 좌우되도록 개선해 나가는 작업의 일환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냉전이라는 큰 문제를 정확하게 그려내고 평가하기 위해서, 키워드에 해당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쯤은 변경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외국 사례를 보면 이 같은 재평가 작업엔 성역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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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떤 전제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도 확실하다. 

따라서 이런 작업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큰 틀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깔고 진행되어야 한다. 먼 미래로 과제를 미뤄버리려는 태도도, 편리한 대로 먹칠을 하고 잊는 평가 태도도 모두 지양한 상태에서, 현안이 있을 때마다 4대 천왕의 시대에 대한 부지런한 작업이 진행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