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불리는 도박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스포츠토토의 불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끓더니, 최근엔 연예인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때문에 말들이 많다.
일명 '맞대기 도박'을 한 혐의로 유명 연예인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맞대기 도박이란 휴대전화를 이용해 스포츠 경기 승리팀을 맞추는 방식으로, 운영자가 경기 일정을 보내면 참가자들이 예상 승리팀과 판돈을 문자로 전송한다. 배팅에 성공하면 배당금을 받고, 실패하면 돈을 운영자에게 입금하는 후불식으로 진행된다.
검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연예인만 현재 6명으로 △개그맨 이수근 △방송인 탁재훈(본명 배성우) △그룹 H.O.T. 출신 가수 토니안(본명 안승호) △그룹 신화에 소속된 가수 앤디(본명 이선호) △방송인 붐(본명 이민호) △개그맨 양세형 등이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통해 벌인 도박 배팅액은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장난이나 놀이라고 봐줄 수 없는, 말 그대로 범죄 수준이다.
불법도박 범죄는 비단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 따르면 불법도박 시장규모는 지난 2008년 약 53조원에서 지난해 75조원으로 증가했다. 또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78조원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다. 도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는 우리사회 안전망을 위협하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범죄현황에 따르면 도박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저지른 범죄는 최근 3년간 4738건에 달했다.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친어머니와 친형을 살해한 '인천 모자 살인사건'과 '경기 하남시 여고생 살인사건' 또한 도박빚 때문에 저지른 사건으로 드러났다.
이런 지경에도 불구하고 불법도박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여전히 더뎌 보인다. 사감위 권한만 봐도 그렇다. 사감위는 그동안 적법 사행산업만 관리해 왔지만, 지난해 5월부터 불법 사행산업을 감시하라는 법 개정이 이뤄져 올 4월부터 불법사행산업 감시신고센터를 발족했다. 하지만 이곳 직원은 단 11명뿐. 이들이 올해 적발한 도박혐의자는 315명에 불과하다. 온 국민이 다 알만한 인기 연예인들만도 이렇게 무더기로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판국인데, 국가센터에서 올해 붙잡은 불법도박자 수가 고작 300명 남짓이라니….
또, 사감위에는 감시권한만 부여돼 있고 수사권한은 없다. 즉, 불법도박 차단을 위해 사감위는 감시하고 경찰은 수사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사행산업 사이트를 폐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불법도박과 관련한 권한이 일원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불법도박 근절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사감위가 감시 후 불법 사항을 적발하더라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절차를 거쳐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분이 멀다하고 불법도박 사이트들은 사라지고 만들어진다. PC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불법도박과 마주하는 세상이다. 불법도박에 대한 감시부터 수사 및 대책방안까지 시대에 맞게 일원화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