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거취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포스코 흔들기'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일찌감치 민영화 됐음에도 정권교체 때마다 회장 인사와 관련해 정치권 외압 논란이 늘 있어왔다. 김대중정권 때는 김만제 회장이, 노무현정권 때는 유상부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사퇴했다. 현재의 정 회장 역시 이명박정권 당시 이구택 회장을 대신해 자리에 올랐다.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전례가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정 회장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지만 외풍은 점점 강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이석채 KT 회장이 사퇴를 결정하면서 정 회장을 둘러싼 루머는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청와대 발 사퇴설이 다시 불거졌지만 이사회에서 정 회장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로 1년4개월가량 남았다. 지난 이사회에서 정 회장의 거취와 관련 아무 언급이 없었던 만큼 다음 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이사회에 또다시 관심이 쏠린다. 내년 초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해서 퇴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 측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매번 터져 나오는 사퇴설에 포스코 안팎에선 정치권의 개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민영기업의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정부개입설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 측이 정 회장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는 정황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이 될 턱이 없다"는 공감대는 널리 퍼져 있는 게 현실이다.
포스코는 독립경영을 위해 사내이사(5명)보다 많은 사외이사(6명)을 두고 있지만 외풍을 막아내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입김으로 사외이사까지 교체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야말로 포스코를 둘러싼 시나리오가 판을 치는 형국이다.
올해 초부터 끊이지 않은 사퇴설과 각종 시나리오에 포스코 측도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매번 "사실무근이다" "확인된 바가 없다" "사퇴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등으로 적극 대응 했지만 언론은 믿지 않는 눈치다. 지난 8일 이사회 직전 터진 정 회장의 사퇴설에 포스코 홍보실 관계자는 "내 사표를 걸고 그런 일은 없다"고 강수를 두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계속되는 줄다리기 공방에 기자도 맥이 빠진다.
청와대의 사퇴종용설, 자진사퇴설 등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정 회장은 지난 10월 세계철강협회 회장자리에 올랐다. 정 회장은 내년 10월까지 1년 동안 전 세계 170여개 철강사들을 대표하는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다.
당시 국내 언론은 세계 철강업계의 주요 이슈에 대한 포스코와 국내 철강사의 발언권 강화와 함께 세계 철강 산업 내 차지하고 있는 한국 철강산업의 위상도 강화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그것도 그뿐이었다. 세계철강협회 회장 선임에 대한 축하와 칭찬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연이은 사퇴설과 함께 포스코 차기 회장에 대한 하마평이 언론 여기저기에 도배를 했다.
국가 기간산업 발전을 이끌면서 성장해온 포스코가 엄연한 민영기업이긴 하지만 공기업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힘들다는 태생적 한계엔 일정 부분 공감한다. 그렇다 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당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장이 바뀌는 악순환의 고리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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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외압이 있다고 느낀다면, 그 실체를 알고 있다면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고 당당하게 맞서는 정 회장의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