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제가 여전히 저성장 늪에서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민 주거대책이 공회전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여파로 인한 국회 파행까지 겹쳐 관련 제도 정비에 차질이 빚어지는 양상인데, 오히려 이번 소강상태를 관련 제도 정비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금융시장의 전세자금 대출의 왜곡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더욱이 11일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공동주택 관리비 개선 등과 함께 주택바우처 제도가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소위 회의 일정이 무산돼 바우처 관련 논의의 장기 표류가 우려된다.
◆전세자금지원, 저소득 계층엔 그림의 떡 논란... 어떻게 풀까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6월말 기준 전금융권의 전세자금대출 비중은 3~5소득분위가 81.6%를 차지하고 있다. 한은 추계치로 보면, 전세자금대출이 중·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자금대출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계층은 연소득 6000만원 미만의 4분위로, 이들은 전체 비중의 37.2%를 차지하고 있었다.
연소득 6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인 5분위에게도 전체 전세자금대출 비중의 16.9%를 차지하는 자금이 제공됐다. 연소득 3000만원 이상의 3분위에도 전체의 27.5% 비중으로 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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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의 주거 문제가 경제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제도적 맹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이 각개격파 형식으로 에너지 낭비를 할 수밖에 없어 유기적인 종합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 ||
저소득층 서민들이 전세자금에 쓸 자금을 꾸기에는 금융권 문턱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저소득자들의 상환능력, 소득 등을 평가해 대출을 승인하는 데서 오는 한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더욱이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저소득전세자금대출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주로 월세에서 거주하는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가의 한계도 있다. 또한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대출도 소득 하위 계층인 1∼2분위의 비중은 29.1%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세자금의 소득 분위에 따른 할당제 도입 검토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큰 그림' 종합추진 없으면 주택 바우처 효과 감소 우려
주택 바우처 제도(주거급여제: 저소득층의 임대료가 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임대료의 일부를 쿠폰 형태의 교환권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 역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초여름 국토교통부가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심의, 의결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 중 주거급여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내년 10월부터 시행될 주택 바우처의 기준이 윤곽을 드러냈다. 4인 기준 월 소득 165만원 이하 가구에 매달 11만원의 주거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주거 유형별로 임차가구에는 임차료를, 자가가구에는 유지수선비를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중 관계법령 정비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에서 주택법을 고치는 쪽으로 먼저 착수한(강석호 의원 주택법 개정안 대표발의) 것이 현재 국회 파행과 각종 부동산 정책들과 함께 표류 중이다.
일각에서는 주택급여법을 별개로 만드는 게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의견도 존재하고, 11일 국토위 회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박기풍 국토부 1차관 등 당국자들이 민주당 소속인 박기춘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만나는 등 국토위를 거쳐야 할 각종 현안의 처리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관련 제도를 단일법으로 할지 현행 법률 개정을 통한 첨가 형식으로 할지라든지 처리의 속도 문제보다는, 유기적인 집행과 효과의 파급이 가능하도록 추진될 가능성 여부라는 지적이다.
오병윤 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바우처 제도 방안에 따르면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지방 극빈 취약계층은 지금의 주거급여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는 주택바우처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국도 이 같은 모순 발생 가능성을 인지, 정책브리핑 형식으로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공개한 바 있다. 영구임대 거주자의 임대료 수준이 너무 낮아 지원액이 낮게 산정될 수 있는 점에 대해 당국은 추가 대책을 마련해 그 감소액만큼 추가로 현금 보전할 계획이라는 게 10월15일자 정책브리핑의 골자다.
이 같은 사각지대 발생 우려와 이를 해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을 정리하는 중에 빅딜 형식으로 '주고받기'로 처리되기보다는 전체적인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관성을 지향할 필요가 높다는 점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26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 "민주당이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월세상한제 도입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바우처 △준공공임대사업의 확대 △매입임대주택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많은 대책들을 종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관련 사항이 모두 종합적으로 처리돼야 서민의 주거 안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주목된다.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이 아니더라도, 전월세상한제와 연계되지 않는 바우처의 본격화는 세 올려주기의 풍선 효과만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또 임대사업자 등록 문제가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바우처 보완만으로 서민 주거 안정화의 배경을 모두 잡을 수 없다는 점도 난제다. 국토교통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보유한 전체 주택(899만9000채) 중 개인이 임대사업용으로 등록한 것은 27만여채를 약간 상회하는 데 머문다.
전세자금의 정책적 분배 개선이나 주택 바우처의 효율성 강화가 가능한 부동산 법안의 '일관 공정' 정비 등은 그간 미뤄져 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개별 부서나 민간회사에 맡기기 보다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거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파행 상황이 새삼 아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