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드사가 각자 입맛에 맞는 시장점유율 산정방식을 채택, 집계결과를 발표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와 기업계 카드사가 저마다 체크카드, 기업구매카드 등 자사에 유리한 실적을 시장점유율(MS)에 포함, 순위를 매겨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 공식적인 시장점유율 집계 방식이 마련돼 있지 않아 순위가 다른 탓이다.
◆'제각각' 카드사 시장점유율…이유는?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계 카드사인 A카드사가 집계한 올해 1~9월 시장점유율은 △신한(20.8%) △KB국민(14.6%) △삼성(12.2%) △현대(11.2%) △농협(9.6%) △우리(7.7%) △롯데(6.8%) △하나SK(4.5%) 순이다. 이는 개인·법인 신용판매액에 체크카드 사용액을 포함한 결과다.
그러나 B카드사가 집계한 시장점유율은 이와 다르다. B카드사가 조사한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신한(19.6%) △삼성(15.7%) △현대(13.3%) △KB국민(11.8%) △롯데(9.3%) △농협(7.4%) △우리(6.4%) △하나SK(4.2%) 등이다. A카드사와 달리 체크카드 사용액을 포함하지 않고 기업구매카드 실적을 포함해 다른 순위가 나온 것이다.
이는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방침에 따라 최근 체크카드 사용이 급증하면서 은행계 카드사와 기업계 카드사 사이 '기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사용이 급증하자 시장점유율에 실적을 넣기 시작했으나 상대적으로 체크카드 발급이 쉽지 않은 기업계 카드사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체크카드는 결제계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발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은행을 계열사로 두지 않은 기업계 카드사는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체크카드·기업구매카드 포함 여부로 주장 팽팽
공식적인 시장점유율 집계방식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각사별로 체크카드와 기업구매카드를 집계방식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계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카드사 시장점유율에는 신용공여 기간이 포함된 서비스만 합쳐 계산했다"며 "체크카드는 신용공여기간이 없는 계좌이체 방식이고 금융당국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신용카드 이용실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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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업계가 체크카드와 기업구매카드를 포함한 시장점유율 집계방식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 ||
이와는 대조적으로 체크카드로 쏠쏠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시장점유율 집계에서 체크카드를 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계 카드사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에 체크카드 포함 때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수익이 있느냐'는 것인데 분명히 수익이 나는 상품으로 대손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현금 조달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등 장점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상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각 상품별로 시장점유율을 측정하지 않는 것처럼 카드사 시장점유율에도 카드사 서비스를 모두 포함해서 계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업구매카드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에는 기업 간 거래(B2B) 실적이 법인신용판매 실적에 포함됐지만 지난 9월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이 실적이 분리됐기 때문이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기업구매카드 실적 대부분을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자사 카드로 결제하는 무수익거래로 간주하고 시장점유율에서 제외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기업 간 거래에 사용한 자사 카드결제액은 삼성카드 10조원, 롯데카드 5조원 규모다.
이와 관련 한 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롯데카드 등이 계열사와 계약을 맺고 기업구매카드 실적을 올려 불합리하다고 하지만 은행계 카드사들도 각 계열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두고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충분히 기업구매카드를 유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업구매카드는 엄연히 신용공여기간이 발생하는 상품으로 수익도 체크카드보다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은행계 카드사들은 기업구매카드는 신용판매로 보기 힘들며 이는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카드업계 내에서 시장점유율 산정으로 논란이 일자 카드사 과당경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로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낮아지는 가운데 시장점유율 산정방식을 놓고 씨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시장점유율이 과당경쟁의 산물인 만큼 신용카드업의 본질로 돌아가 '좋은 상품'에 집중, 고객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