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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재밌는 구경거리 '콜라 100년 전쟁'

추민선 기자 기자  2013.11.08 17: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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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한 장의 흥미로운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받았습니다. 그 유명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이하 펩시)의 광고인데요, 지난 할로윈데이를 맞아 펩시가 코카콜라를 공격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왼쪽 사진은 펩시가 코카콜라 망토(할로윈데이에 입는 유령망토)를 걸치고 "무서운 할로윈 되세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코카콜라는 "누구나 영웅이 되길 원하지"라며 유령망토에서 영웅이 입는 망토 탈바꿈해 펩시에게 멋지게 맞대응합니다.

   지난 31일 '할로윈데이'를 맞아 펩시와 코카콜라가 제작한 비교광고 ⓒ 네이버블로그 캡쳐  
'할로윈데이'를 맞아 펩시와 코카콜라가 제작한 비교광고. ⓒ 네이버블로그 캡처

유쾌한 두 기업의 광고는 콜라전쟁으로 불리는데요, 두 기업의 콜라전쟁은 무려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콜라전쟁의 시작은 콜라시장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카콜라에게 끊임없이 도전한 펩시의 공격적 마케팅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처음 코카콜라와 펩시 모두 음료 목적이 아닌 의약품 개발 도중 우연히 발명됐고, 음료 출시 후 대중의 폭발적 인기를 얻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높은 점유율을 쉽게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펩시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것이죠. 2차대전 이전 펩시는 코카콜라와의 승부를 위해 코카콜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고, 이에 수요가 급증하자 사탕수수를 비싼 가격에 계약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쟁 탓에 사탕수수 가격은 폭락했고 펩시는 파산위기에 처합니다.

결국 펩시는 코카콜라에 두 차례 인수를 제의하지만 모두 거절당합니다. 어쩔 수 없이 펩시는 자체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되죠. 이 결과 '반값 마케팅'을 추진, 곧 대박을 치게 되고 펩시는 다시 콜라시장 2위를 수성, 위기 탈출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판매량은 급증했지만 반값마케팅으로 인해 펩시는 저렴한 콜라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주게 됐고, 반대급부의 영향을 받아 코카콜라는 비싸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얻습니다.

이를 계기로 펩시는 저가브랜드 이미지 탈피를 위해 갖은 노력을 했고, 그러던 중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까지 시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공격적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펩시는 비교광고의 시작인 '펩시첼린지 광고'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펩시 첼린지 광고의 골자는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펩시와 코카콜라를 시음하게 한 후 더 맛있는 콜라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음자 2/3가 펩시를 선택한다는 내용의 이 광고가 전파를 탄 후 펩시의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코카콜라와의 격차는 1%까지 줄어들게 됐죠. 지금까지 이 광고는 비교광고의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펩시의 수많은 공격마케팅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코카콜라는 턱밑까지 쫒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리고 코카콜라 역시 광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양사 간 콜라전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됐고, 오늘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방송위원회 광고심의 규정이 개정되면서 비교광고가 허용됐지만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01년 공정거래위에서 '비교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제청하면서 비교광고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도 흥미진진했던 비교광고가 제법 나왔습니다. 삼성전자·아이폰을 필두로 LG전자·애플, 폴로와 빈폴을 상대로 한 헤지스의 광고 등이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죠. 이러한 비교광고는 시장점유율이 낮은 기업이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겨냥할 때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지만, 비교광고가 모든 나라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문화적 배경이나 국민성에 따라 비교광고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태도도 다를 수 있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에서는 비교광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동구권이나 남유럽 등에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비교가 수위를 넘어 비방으로 번질 경우 법적 제재는 물론 막대한 금전을 동반한 법적소송이 진행되기도 하죠. 지난해 삼성전자가 LG전자를 상대로 만든 냉장고 용량에 대한 비교광고가 부당비교광고 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요. LG전자는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받았다며 삼성전자에게 100억원대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처럼 살 떨리는 자금전쟁을 배제하면 코카콜라와 펩시의 콜라전쟁처럼 유쾌한 비교광고는 방송의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무시무시한 금액이 오가는 법정다툼이 아닌 위트 넘치는 아기자기한 광고대결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