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3.11.08 11:38:18
[프라임경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횡령혐의 파기환송심 2차 공판이 7일 진행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한화유통의 한유통과 웰롭에 부동산을 매각했던 당시 한화유통 대표이사였던 양욱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증인심문이 이뤄졌다. 또 김 회장에 대한 일부 배임행위의 유무죄 판단을 결정짓는 사안 중 하나인 '부동산 감정평가'와 관련, 새로운 감정평가사를 선정해 감정평가를 의뢰하기도 했다. 감정평가는 3주 후 법원 제출 예정이며,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김 회장의 형량이 줄어들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7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파기환송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이날 역시 간이침대에 의지한 채 법정에 출석했고, 건강상의 이유로 공판 시작 30여분이 지난 후 법정을 떠났다.
최근 네 번째 구속집행정지 연장 결정을 받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재판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매 공판마다 법정에 출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한화유통(전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이 한유통과 웰롭에 부동산을 매각했던 당시 한화유통의 대표이사였던 양욱 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양 전 대표는 2005년 3월 한화유통 대표이사로 취임, 한유통·웰롭의 채무해결을 담당했던 인사다. 김 회장은 이 두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룹 계열사를 동원, 그룹에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유통·웰롭, 한화유통 자회사 여부 '검 vs 변 공방'
이날 검찰 측은 한화유통이 당시 떠안고 있던 재무리스크였던 한유통·웰롭에 대한 지급채무보증 800억원과 연결자금 1300억원을 어떻게 해소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심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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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회장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서는 한유통·웰롭 지원 당시 한화유통 대표였던 양욱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심문이 진행됐다. 사진은 한화그룹 장교동 본사 사옥. ⓒ 한화 | ||
두 회사에 대한 보증채무 때문에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겼고, 지속적인 투자가 힘들어져 2005년 5월 홍동욱 전 한화그룹 재무담당 부사장(이하 CFO)를 찾아가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논의했다는 것. 자신의 도움 요청에 그룹 차원의 한유통·웰롭 살리기 '계열사 부동산 매매' 등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검찰 측은 또 유휴부동산을 매각해 그룹 계열사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것과 관련, 이후 한화유통의 사정이 나아졌는지 물었다. 이와 관련 양 전 대표는 "부동산 매각으로 한화유통의 재정이 특별히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이전에는 연결자금에 묶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비춰져 금융권 이용이 거의 불가능 했다"면서 "이 문제가 해소된 이후 사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고 답변했다.
이 밖에도 검찰 측은 한화유통의 채무보증 과정과 지급보증 해소를 위해 부동산을 감정 없이 공시지가에 내놓은 점을 면밀히 캐묻고, 양 전 대표가 경기고 출신으로 김 회장 및 홍 전 CFO와 선후배 관계임을 강조했다.
또 한유통과 웰롭이 자회사라고 주장하는 양 전 대표와 한유통·웰롭 대표가 인사조차 하지 않은 점 등을 꼬집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김 회장 변호인 측은 이날 한유통과 웰롭이 한화유통의 자회사라는 점을 부각시켰고, 한화유통이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된 측면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졌다.
이와 관련 양 전 대표는 "대표 부임 직후 당시 기획실장으로부터 한유통과 웰롭이 한화유통의 자회사라고 보고 받았고, 두 회사의 보증채무관계에 대해서도 보고 받았다"면서 "자회사에 대한 채무 보증은 '내 새끼가 가져가는 것'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홍 전 CFO를 찾아가 개선 요청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표 부임 이후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보증채무였다. 유통회사는 지속적인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데 에로사항이 많았다"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 규모와 사정을 고려해 여러 각도로 생각해봤지만 한화유통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본부 협조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홍 전 CFO를 찾아갔다는 것이다.
특히 양 전 대표는 그룹 차원의 계열사 부동사 매매를 통한 한유통·웰롭의 지원이 반가웠다고 증언했다. 그는 "두 회사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적자 부실이 발생하면 우발 채무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룹 차원의 부동산 매매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오래 끌고 오던 상황에서 그룹이 액션을 취해줬다는 생각에 반가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김 회장 변호인 측은 한유통과 웰롭이 한화유통의 자회사라면 양 전 대표 부임 당시 두 회사의 대표가 인사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검찰 측을 의식한 듯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양 전 대표에게 "한화유통의 모회사는 어디냐"고 물었고, 양 전 대표는 "한화석유화학 현재 한화캐미칼"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변호인 측은 "한화캐미칼의 모회사는 어디냐"고 물었고, 양 전 대표는 "주식회사 한화"라고 짧게 잘라 말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한화유통 대표가 취임하면 한화캐미탈과 주식회사 한화 대표에게 인사하러 가느냐"고 물었고, 양 전 대표는 "안 간다"고 답했다.
◆부동산 감정평가 결과, 김 회장 형량에 영향 미치나
이날 공판의 또 다른 화두는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한화석유화학의 한유통에 대한 전남 여수시 소호동 부동산의 저가매도로 인한 배임혐의와 관련된 '부동산 감정평가'였다.
지난 9월 대법원은 여수시 부동산과 관련한 부동산 감정평가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 원심의 유죄 판단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감정평가사 협회에 의뢰해 이모 감정평가사를 적임자로 선정했고, 지난 감정평가서와 대법원 판결문 일부를 이씨에게 전달했다.
앞서 원심은 고려감정평가법인의 감정펑가를 기초로 문제가 된 소호동 부지의 적정가치를 713억원으로 평가했지만 검찰은 한화석유화학이 이를 공시지가 수준으로 저가에 매도, 27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법원은 검찰 평가액의 오류를 제거할 경우 해당 토지의 시가가 448억원으로 배임죄를 성립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새로 진행된 감정평가에 검찰과 변호인 양측 모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감정평가 결과로 인해 김 회장의 유죄 판결이 무죄로 돌아설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형량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부터 변호인 측이 김 회장이 '감형'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상황에서 새 감정결과 토지시가가 검찰 측이 제시한 가격 보다 낮게 책정된다면 김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오후 3시 서울고법 312호 법정에서 진행되고,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 2명에 대한 심문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