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3.11.08 08:34:43
[프라임경제] 2013년 10월말, 길었던 분양금반환청구소송이 결국 패소로 끝을 맺었다. 대법원은 경기도 일산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 계약자 일부가 낸 소송에서 전후 사정을 살펴볼 때 이 정도의 공사 지연과 부실시공 등을 이유로는 분양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결국 이 아파트 문제를 공매로 푸는 방안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지난 5일 문의에 공매를 진행할 뜻을 확인하고 "신동아건설 임직원 대상 분양 물량 중 일부도 (공매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 분쟁이 남긴 것은 공매가 이런 류의 분쟁에 가장 마지막 유효 해법이냐가 아니다. 아파트처럼 큰돈이 걸린 분쟁, 특히나 이 분쟁이 여러 당사자가 개입된 복합적인 사건이 되면 소비자(계약자 및 입주민)은 설 땅이 없다는 점이 교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가 몸살을 앓고 있다. 모두 3316가구에 각종 고급 편의시설이 들어설 대형 프로젝트로 조성한다는 당초 밑그림이 무색하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결국 공매라는 카드까지 등장했다.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08년으로 시행사(사업주체)는 드림리츠, 시공사로는 신동아건설이 나서 공사를 맡았다.
그러나 준공 6개월을 앞둔 가운데 신동아건설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초 2010년 12월 입주예정이었던 이 아파트 단지는 신동아건설의 공사 지연 및 워크아웃 여파로 입주예정일이 밀리면서 소송 등 각종 잡음에 시달리게 됐다.
속칭 '날림공사' 즉 부실시공으로 급하게 매듭을 지었다는 불만과 지연된 입주는 계약조건 불이행이라는 논란으로 계약자들의 손해배상소송, 분양금반환소송 등으로 이어졌다.
◆'부실시공 소송전 VS 자금경색 유발은행 선택' 어느 잘못이 더 클까?
계약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10월 대법원 판결과 엮인 시행사 상대로 분양계약 해제소송을 낸 그룹과 입주를 미루고 손해배상소송을 낸 그룹이 있다. 이 두 그룹은 잔금 지급을 거부했다. 나머지 한 그룹인 1300세대는 잔금을 내고 입주자, 주민이 됐다.
문제는 이 같이 잔금을 둘러싼 분쟁이 불거지면서, 시행사에서 경색 국면에 빠지게 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점이다. 자금 융통이 되지 않아 은행에서 대출받은 PF 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됐는데, 대출 연장이 되지 않으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계약해제소송이 길어지는 것을 본 일부 계약자들은 시행사와 잔금 일부(전체 분양가 20%)를 입주 후 2년간 유예하는 조건으로 합의하고 입주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도금 대출을 해준 PF 대주단(우리은행 등 8개 금융사) 중 일부가 소유권 이전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입주가 막혀 논란이 일었고 이후 우리은행에 의해 공매 카드가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우리은행은 시행사인 신동아건설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하다.
◆우리은행 추진 공매, 최선 해법인가 논란
결국 가장 좋은 해법이 무엇인가라는 관점 차이에 따라 공매인지, 혹은 잔금유예 입주가 나은지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우선 공매로 가닥을 잡게 된 쪽, 즉 잔금유예 입주라는 합의안을 거절한 은행 측 판단의 골격은 PF 쪽 비용으로 유입되지 않는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유예안은 자금이 아파트 시행사의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문제가 있다. 대주단으로서는 자금을 PF 대출 상환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렇게 잔금을 유예하면 나중에 개별 계약건이 문제가 되는 경우 다시 추심을 해야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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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일산 덕이지구 파밀리에 단지가 공매 지경까지 직면했다. 날림공사 논란에 PF 자금 조달의 복잡한 이해관계까지 얽혀 추락한 것이다. 유사 피해 방지를 위해 워크아웃 국면의 문제해결책 마련이 요청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 ||
공매를 해서 일어나는 사실상 가격하락 문제는 손실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어차피 현재 주변 거래 상황, 공매 사례 등을 모두 감안하면 문제를 계속 안고 가는 경제적 비용보다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반대로, 잔금유예안을 무산시키고 공매로 가닥을 잡은 점을 비판하는 쪽은 은행만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PF 연장과 잔금유예 입주 등 시행사 측 카드를 수긍했다면 더디게나마 자금이 흘러 매듭이 지어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잔금유예 입주분 중에 일부 분쟁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는 그때 추심을 하고 경매에 회부하는 등으로 처리하면 된다. 순리대로 풀면 되는데 간단히 공매처리를 하려는 것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식 선분양제 무시 '시행사 몰아붙이기'
우리은행 등이 중심이 된 PF 연장 거절, PF 쪽 자금유입이 아닌 시행사 세금으로 처리 등에 대한 거부감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논리적이지만 실상 아파트 분양이라는 전체 흐름에서 보면 관행을 벗어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비싼 가격의 아파트를 살 때 모두 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분양을 하는 게 우리나라의 특성인데, 이는 항상 분쟁 가능성을 안고 있고 이는 PF 관련 은행이나 건설사 거래 은행 모두 인식하고 감수하고 있다.
시행사에서 세금문제가 발생한 것은 문제지만, 시공사 워크아웃 발생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터져 자금 경색, PF 연장 논란 등이 불거진 만큼 시공사의 주채권은행에서 양보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는 어느 한 곳에서만 틀어져도 문제가 되는 선분양 시스템에서 금융권이 일정한 소방수 노릇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더욱이 시공사의 주채권은행인 동시에 PF 대주단에 속하는 우리은행이 세금문제 등 난제 속에서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만 문제를 풀고 결과론적으로는 자금이 들어올 길 중 일부를 막은 점은 과거 풍림산업의 워크아웃 와중에 우리은행이 보인 태도와 상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2012년 5월 당시 주채권은행으로서 풍림산업 PF사업장의 대주단 은행들과 다른 입장을 보이며 논쟁을 벌였었다.
당시 우리은행은 "이번 풍림산업의 유동성 부족과 직접 관련이 없는 채권은행들이 17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해 아파트를 준공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럼에도 PF 대주단은 시공사와 시행사 간 분쟁을 핑계로 정상적인 공사비 지급을 미루면서 풍림산업의 유동성 부족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날을 세웠다.
우리은행의 주장은 PF 대주단이 사실적 혹은 법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금흐름을 막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번 신동아 파밀리에 건에 견주면, PF 관련 은행들이 시행사에서 내놓은 잔금유예 입주라는 해법을 거절해 PF 연장 난항 등의 문제를 빚어서는 안 된다는 사고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PF와 시공사 주채무은행이라는 문제 모두에 발을 들인 상황과, 그냥 주채무은행이기만 한 경우에 말이 바뀐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익의 회수를 위해서는 가장 편하고 확실한 길을 택하는 PF 대주단의 속성을 우리은행이 잘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유일한 철칙은 금융권은 자신이 손해를 보는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 외엔 없어 보인다.(관련기사 참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렇게 문제가 복잡한 분쟁의 경우 개별 금융기관에 주도권이 모두 넘어가도록 할 게 아니라 애초부터 은행과 시행사, 시공사, 계약자 및 주민, 지방자치단체가 모여 협의점을 찾아 피해를 줄이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인 쟁점에서만 처리하기에는 파급효과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적 혹은 사회적 관점에서 큰 테이블을 마련하지 않는 한 '돈을 내도 집에 입주가 안 되는' 경우가 다른 곳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선제적 주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