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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워크아웃? 우리은행 PF 대주단 역할론 고무줄

시공사 주채권은행 입장 vs 대주단+주채권은행 경우 따라 태도 극명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1.08 08: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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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건설사가 워크아웃 등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100대 건설사 중 무려 21개사가 워크아웃 혹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갈라져 있고 선분양을 하는 아파트 사업관행상 갈등에 봉착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경우 워크아웃 내지 법정관리에 들어간 주요 21개 건설사 중 무려 9곳에서 주채권은행 역할을 맡고 있다.

어느 곳보다 마음고생이 클 상황이고 역할 역시 강조되는 상황이지만, 사실 우리은행이 스스로 문제를 키운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산 덕이 파밀리에 잔금유예 입주안 거부, 왜?

2년여째 갈등을 빚어온 경기도 일산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건은 현재 공매처리로 털고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문제 사업장에서 우리은행은 시공사인 신동아건설의 주채권은행이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단으로 이중적 지위에 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애초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입주가 지연되고, 부실시공 논란에 말려들게 됐다. 이에 따라 잔금납부 거절과 관련한 소송이 복잡해지면서 PF 자금을 납입하지 못하게 됐고 PF 연장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시행사 측은 구상안으로 잔금유예 조건 입주로 자금흐름을 풀자는 아이디어를 냈으나 거절됐다.

시행사로서는 이 같이 복잡하게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 시공사와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부실시공 등 소송이 신동아건설 워크아웃에 많은 부분 기인한다는 점, 시행사가 엄청난 자금여력을 갖고 사업에 나서지 않는 게 현실이라는 한국식 선분양제의 현실 등을 감안하면 몇 가지 문제가 있더라도 PF 대주단의 은행들이 양보해 거시적으로 문제를 풀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산 덕이 파밀리에의 경우 잔금유예 입주를 하게 될 경우 PF 대금이 아닌 시행사 세금으로 유입자금이 쓰인다는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주채권은행 우리은행, 풍림&삼호 때 PF 대주단에 희생 강요

우리은행의 태도는 2012년 5월 풍림산업 처리 국면 때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국민은행과 극심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풍림은 당시 워크아웃을 하던 중 결국 법정관리로 치달았는데, 풍림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청라PF의 대주단 PF가 이기적으로 자금 융통의 흐름을 막아 문제가 커졌다는 주장을 폈다. 공사비 지급 안건이 통과됐는데 국민은행 등이 이를 회피해 결국 위기가 터졌다는 것.

그러나 국민은행은 시행사와 시공사 간 손실부담 협약 문제로 지급할 금액이 없다는 다툼이 있어 납입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맞섰다.
   우리은행의 워크아웃 건설사 관련 PF 처리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의 회복을 돕는다는 대전제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은행의 자금 회수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 프라임경제  
우리은행의 워크아웃 건설사 관련 PF 처리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의 회복을 돕는다는 대전제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은행의 자금 회수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 프라임경제

더욱이 국민은행이 내놓았던 또 다른 주장인, 이 공사대금을 PF 대주단에서 지급해도 주채권은행들이 지속 부담할 일반자금 부족액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은행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결국 주채권은행으로서의 우리은행 주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워크아웃이라는 특수성에 빠진 상황에서 △PF 대주단이 자금의 흐름을 막아 위기를 가중시키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를 회피해 자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주채권은행이 지는 부족액 충당 책임에 앞서 더 큰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해 12월 불거진 삼호 출자전환 무산의 경우도 PF 관련 은행들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의견 충돌을 빚은 경우다. 삼호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대주주인 대림산업과 함께 삼호에 출자전환 자금지원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PF 사업장에서 발생할 손실규모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미리 확정채무로 인식하고 가자는 내용이 일부 은행들의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워크아웃 등으로 건설사가 위기에 빠진 경우 관련 PF사업장에서는 자금 융통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PF 대주단에 상당한 손실감수를 요청하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자신이 시공사의 주거래은행이자 PF 대주단에 발을 담근 이중적 상황에서 보이는 태도와는 상반되는 게 아니냐는 말 바꾸기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다.

'주채권은행이자 PF 대주단' 경우라도 입장 일관성 無

이렇게 둘로 경우를 나눠 보면, 우리은행은 시공사에 다소 가까운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택하는 것이라는 항변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주채권은행인) 시공사에 다소 가까운 입장에서 이익을 대변하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시행사와 각을 세운다고 보기도 어렵다.

난관에 봉착한 시공사의 주채권은행이자 PF 대주단으로 역할이 겹쳤던 사례는 금호산업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다.

금호산업의 중동 리첸시아 PF 사업장에서 우리은행은 PF 대주단에 들어가 있기도 했고 동시에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을 주도하던 주채권은행이기도 했다.

이 경우는 분쟁을 우려해 시공사 금호산업이 시행사의 주식을 모두 사들인 케이스로 금호산업이 자금회수를 자신했었다. 금호산업이 시행사이자 시공사로 입장을 모두 대변하는 단일한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도 우리은행은 자금 회수 문제를 놓고 다른 금융기관들과 충돌을 빚었다.

이러한 사안 중 일산 덕이 파밀리에의 경우를 보면, 시공사 주채권은행이자 PF 대주단에 속하는 은행으로서는 PF 공사비용에 자금이 우선 충당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야 논리상 맞을 것이다.

그러나 금호산업은 산업은행이 PF 공사비용 지급이 우선이라는, 즉 시공사에 유동성을 늘려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고, 반대로 우리은행은 별도약정을 무기 삼아 대출금 회수를 시도했다.

산업은행의 주장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이던 우리은행이 별도약정을 이유로 PF 대출 원금을 회수하는 행동은 금호산업에 손실을 입히는 게 된다. 이는 파밀리에 처리태도와도 다소 다르고, 그렇다고 PF 대주단에 책임 감수를 강하게 요청한 삼호나 풍림 경우의 입장과도 결이 완전히 다르다. 결국 이 갈등으로 주채권은행이 변경되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워크아웃 건설사의 처리를 하면서 PF 사업과 관련한 난제들을 푸는 방식에 일관성이 없이 처리를 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주채권은행인 시공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돕는 파트롱 역할도 아니고, PF 대주단에 막중한 책임을 강조하는 악역을 감수하는 공공적 캐릭터라고 볼 것도 아니다.

대출 회수 극대화에 가장 부합하는 조건을 그때그때 택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이 개입된 경우에는 대의가 아니라 가장 냉엄하고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대전제를 깔고 관련 당사자들이 대응해야 한다는 씁쓸한 결론으로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