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원화가 강세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는 추가로 원화가 아직도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이 경향이 계속될 지 주목된다. 이 같은 환율 경향을 안고 버틸 정도로 한국의 경제 체력이 튼튼한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우리 원화가 저평가(2~8%)됐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한국 외환보유액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3260억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환율 수준뿐만 아니라 외환보유액 규모의 적정성까지 문제를 제기한 셈인데,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 국가들을 상대로 '환율전쟁' 가능성의 '사전 단속'에 나섰다는 풀이도 나온다.
결국 환율전쟁마저도 각오한 수준의 대응책 등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방안을 모두 검토할 필요가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당국자가 환율 관련 미국 지적에도 "갈 길을 가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런 상황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 영향 둘러싸고 해석 분분…절상 압력 만성화 가능성 문제
KDB대우증권은 6일 보고서에서 "미국보다 성장률 반등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 주로 1·4분기에 원화절상 압력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 현재와 같은 사정이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이어 "하반기에는 한국 대비 미국의 성장률 반등속도가 빠르고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가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화는 완만하게 절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반년 정도를 생각해 현재 상황의 미세 관리(스무딩 오퍼레이션)만 하면 되는 것일까? 문제는 외부의 환경적 변화 효과에 의한 변동 예측이 가능해도 우리 자체 소비와 수입 등 동력으로 원화절상 압력이 변화할 가능성을 자신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부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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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강세 국면을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현재 우리는 경제 펀더멘탈 약화로 소비 촉진 등이 어려워 '절상압력 자체해소 실패의 만성화' 가능성이 있어 미리 강한 제동을 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 ||
이와 관련해 의미있는 지적들을 약간 다른 각도에서 내놓은 보고서들이 근래 등장한 바 있다.
먼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한국 경제의 환율변동에 대한 민감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가 10% 절상될 경우 생산 및 판매과정에서의 부가가치 민감도는 2005년 -0.92%에서 2011년 -1.01%로 확대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지출 측면의 부가가치 민감도는 0.77%(2005년)에서 0.95%(2011년)로 더욱 큰 폭 벌어졌다. 전체적 민감도는 -0.15%(2005)에서 -0.05%(2011)까지 축소됐다.
자동차·기계·전기전자 등 주요 산업의 수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부가가치 민감도는 확대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재와 자본재 등의 최종재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결국 고환율이 전체 부가가치에 미치는 충격은 축소되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산업구조와 소득분배구조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고 수출제조업의 고용효과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고환율로 인한 수혜나 저환율로 인한 피해가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고 판단했다.
한편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빨라진 원화 강세 한국 경제 위협한다'에 따르면, 원화절상에 따른 수입물량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 비중은 2000년 50.8%에서 지난해 63.2%로 높아졌는데 가격탄력성이 큰 소비재 수입 비중은 10%에 못 미친다는 점을 주목했다.
일견 상반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 같은 보고서들의 해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국 이는 소비재 수입이 늘고 있는가 혹은 그 비중이 어느 정도냐로 초점이 다소 달리 맞춰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앞의 보고서 역시 저환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경상수지 흑자가 많아 원화절상 압력이 발생하면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기본적 경제학적 매커니즘이다. 이렇게 되면서 절상 압력이 수그러드는 흐름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원칙은 그렇다.
하지만 한국의 실상은 원화가 절상돼도 수입이 많이 늘어날 여지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 수입의 60%가 에너지 등 변동이 많은 부분이다. 20%가 기업의 설비투자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나머지만 가계가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가능성에 영향을 받는 수입이다.
즉 두 보고서가 풀이한 문제는 모두 맞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많이 나도 수입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원화절상 압력은 해소되지 않은 채 만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어느 경우나 사실 전제로 인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만성화 가능성이다. 현재의 경제 체력으로는 가계의 소비 진작을 주문하기도 어렵다는 점 등을 보면, 이런 만성화는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자금 유출입 관리 필요성 높은 가운데 중앙은행 금리 대책 발언도
종합하면 소비에 도움이 되는 측면 등 여러 면이 있다고 해서 현재의 환율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크고, 일단 불거지면 우리의 관리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아예 '선제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그만큼 더 크게 부각된다.
현재와 같은 환율 상황은 단기자금의 유입에서 가속화된 측면이 크므로 이를 제어, 조종하려는 방안에 시선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증시로 지난 9월 한 달간 아일랜드에서 221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앞서 7~8월에 각각 70억원, 150억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해 유입 자금이 크게 늘었다. 케이만아일랜드로에서는 9월에 4740억원이 들어왔는데, 앞서 두 달간 유입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활발해지고 있다.
룩셈부르크 국적 자금은 9월에 3760억원이 크게 유입됐다. 아시아 헤지펀드시장 중심국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자금 유입도 늘었는데, 지난해 말보다 최근 두 국가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은 각각 78.2%, 2.7% 증가했다.
이는 신흥국시장에서 이탈한 자금 특히 투기성 단기자금이 우리 시장에 들어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빚고 있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정부가 최근의 원화 강세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주요변수라고 보고 대응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강화 가능성 등에 이목이 집중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포지션·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외환건전성부담금)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정책 외에도 중앙은행의 역할 가능성도 쉽게 꺼낼 것은 아니지만 유용한 카드로 관심을 모은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환율) 변동성이 너무 크지 않게 하는 여러 수단이 있다"고 말해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한 움직임을 시사한 바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석좌교수는 5일 뉴욕에서 기자들을 만나 가파르게 오른 원화가치가 수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기준금리 조절을 통한 환율 대응을 주문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데다 금리도 미국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대외자본 유입으로 원화절상 추가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손 교수의 진단을 감안하면, 이 같은 방안 역시 검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는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