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얼핏 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연필꽂이 정도, 동네 문방구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원형 형태의 용기로 보이는데요. 1시간가량 3D프린터로 구현돼 나온 화병입니다.
지난달 31일 하이비젼시스템이 1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산업용 3D프린터 '큐비콘' 시연회를 진행했습니다. 늦은 오후 4시 모 증권사 회의장에서 열린 시연회장에는 1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더군요. 개인투자자부터 업계 종사자들로 질의응답시간은 턱 없이 부족하기만 했죠.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최두원 하이비젼시스템 대표는 "기존 방식으로 이 화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옆면과 아랫면을 각각 만들어 이어 붙어야 하지만 3D프린터는 노즐을 통해 원료를 조금씩 분사해 하나의 구조로 된 제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이번 개발 및 판매에서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하나의 성장엔진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습니다. 지속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향하겠다는 강조의 일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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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비젼시스템이 1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산업용 3D프린터 '큐비콘'으로 시현한 화병. = 이정하 기자 | ||
특히 아시아에서의 성장성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중국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3D프린터사업이 2012년 기준 1600만달러에서 2016년 16억달러 정도까지 신장할 것으로, 일본은 같은 기간 3500만달러에서 5900만달러 규모 성장이 전망됩니다.
이와 관련해 이성호 유화증권 연구원은 3D프린터에 대한 보고서에서 "3D프린터가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산업혁명에 비유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 연구원은 "방적기와 증기기관에 의한 1차 산업혁명과 전기에 의한 2차 산업혁명의 공통점은 방식의 변화"라며 "3D프린터 역시 생산방식의 변화로 주목받고 있다"고 가치를 높게 뒀습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일까요. 얼마 전 3D프린터를 이용한 총기제작 등 신종 범죄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축구로 잘 알려진 영국 맨체스터시 배글리 지역에서 범죄조직이 3D프린터를 이용해 총기를 제작,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슈가 됐었죠.
캐나다에서도 3D프린터를 통한 총기 제작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실제 얼마 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사는 매트라는 이름의 남성이 3D프린터로 22구경 소총을 만들었고 탄환 발사장면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의 영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3D프린터 기술은 21세기의 연금술로 불리기에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과거 연금술은 어땠을까요? 중세 유럽 연금술사들은 비금속의 표면은 은빛으로 만드는 물질에 매혹됐고 평생을 이 물질을 이용해 연구에 매진했지만 결국 수은중독으로 비참하게 죽어갔습니다. 이후 몇 백 년이 지나서야 수은의 위험성이 알려지게 됐죠.
여기서 알 수 있듯이 3D프린터의 찬란한 기술혁명이 수은중독과 같은 폐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무조건적 개발보다는 이에 따른 방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