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효성 '폴리케톤' 세계최초 개발 뒷얘기

'신소재' 표현 두고 왈가왈부? 나일론과 비교는 상징성…개발·상용화 신소재 분명

이보배 기자 기자  2013.11.04 16:06:0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4일 진행된 효성그룹의 '폴리케톤' 세계 최초 개발·상용화 발표 기자간담회장의 취재 열기는 생각보다 뜨거웠습니다. 재계 전체적 분위기가 뒤숭숭한 요즘, 그 중심에 있는 효성이 세계 최초로 고분자 신소재를 개발, 정식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룹 전체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성과 없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간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하고, 자칫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잘난 척을 하는 것으로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간담회는 생각보다 솔직담백하게 진행됐습니다. 자랑할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자랑하고,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소신껏 답하더군요.

먼저 효성은 이번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소개 폴리케톤은 지난 1938년 듀폰에서 개발된 나일론 이 세계 고분자 소재시장을 주도해 온 이래 대한민국에서 개발된 신개념 고분자 소재라고 밝혔습니다. 75년 만에 획기적 신소재가 개발됐다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나일론 이후에도 신소재는 개발되지 않았었느냐' '효성이 폴리케톤이라는 물질을 처음 발견한 것이 아닌데 '개발'이라는 표현과 '신소재'라는 표현을 써도 되느냐'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실제 나일론이 개발된 이후 전세계에서는 △1958년 폴리아세탈(POM) △1959년 폴리카보네이트(PC) △1970년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렌(PBT) △1976년 모디파이드 폴리페닐렌 옥사이드(m-PPO)의 5대 고분자 신소재가 개발됐습니다.

효성이 개발한 폴리케톤은 종전 5대 소재와 더불어 6대 고분자 소재로 일컬어지고, 기존 개발된 소재보다 내구성, 내화학성 등이 월등히 강해 사실상 75년 만에 만들어진 신소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 이원 효성기술원 전무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나일론 이후 여러 소재들이 개발된 것이 사실이고, 우리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폴리케톤이라는 물질을 창조적으로 개발한 것은 아닙니다. 폴리케톤을 만드는 공식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공식에 따라 폴리케톤을 만드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그 공식을 풀어 폴리케톤을 만들고 상용화 방법까지 완성한 것이 바로 효성입니다."

"세계 최초이자 신소재라고 자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일론과의 비교는 당시 나일론이 세계에 등장, 소재시장을 발칵 뒤집었듯이 폴리케톤 역시 신소재 시장에서 그만큼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상징성에 있습니다."

이어 안홍진 효성 홍보담당 전무가 말을 보탰습니다.

"아인슈타인보다 더 똑똑한 아들이 있다고 자랑한들 사람들에게 실체를 보여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폴리케톤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론적인 공식만 알고 있었을 뿐 개발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효성은 폴리케톤 개발과 함께 상용화에도 성공, 해외 27건의 특허출원 및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10년 동안 애지중지 똑똑하게 키운 아들이 드디어 성인이 돼서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안 전무는 검찰조사 중에 공식행사를 자제하고, 여론의 관심에서 되도록 비켜가려는 여타의 기업과 달리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일이 효성 47주년 창립기념일이었습니다. 11월에 창립기념일을 맞은 기업(CJ, 롯데쇼핑, 삼성전자)이 많은데 대부분 조용하게 보냈을 것입니다. 검찰조사 속에 신소재 상용화 발표 행사를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지만 검찰조사가 언제 끝날지 예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 최초 신소재 개발과 같은 뜻 깊은 사안에 대한 발표를 미룰 수 없었습니다."

10여년 전 조석래 회장의 지시로 처음 시작된 신소재 개발 성공을 기념하고, 어려운 때 일수록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임직원들의 뜻이 모아졌다는 설명입니다.

안 전무에 따르면 조 회장은 평소 '소재산업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라며 소재산업에 대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IMF로 회사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불가피하게 알짜사업이었던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을 매각했지만 당시 조 회장은 효성 BASF 등의 우량계열사를 매각한 뒤 "솔직히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는군요. 

결국 조 회장은 IMF 시절 구조조정에는 성공했으나 우량계열사 매각으로 10여년 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생산이 어려워지자 "세상에 나와 있지 않은 신소재를 개발하라"고 효성기술원에 주문했고, 10여년의 노력 끝에 연구 성과를 빛을 보게 됐습니다.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우려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만 미룰 수는 없었다"는 효성의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