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며칠 전,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중년 남성 A씨의 이미지 메이킹 컨설팅을 진행했다. 평소 말쑥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그였기에 외형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에 중점을 맞춰 상담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그의 내면이 너무 어두워 화들짝 놀란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유독 화려한 색상의 액세서리를 주로 애용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것이 그의 어두운 내면과 관계가 있음을 컨설팅 중에 알게 됐다.
혹자는 이미지 메이킹이라 하면 사람의 겉모습만을 코치하고 조언해주는 것인 줄만 안다. 하지만, 진정한 이미지 메이킹이란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함이 옳다는 생각이다. 마음에 머물러 있는 생각들은 어떤 방식이던지 밖으로 표시가 나며 그 표시들을 역추적해 보듬는 역할까지 이미지 메이킹의 영역인 것이다.
A씨는 흔히 말하는 중년 우울증을 앓고 있는 듯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존재가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지워져가고 있는 것 같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의 패션을 둘러보니 빨간 스카프, 금장 시계, 청바지에 흰 슈트 등 화려한 패션과 소품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려 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가 하는 고민은 대한민국에서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남성들이라면 한번쯤은 한숨 쉬며 생각해봤을 사안이다. 70, 80년대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일궈냈던 산업의 역군들이 2000년대 들어설 곳도 갈 곳도 없어져 버린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반겨주지 않는다는 것은 마음에 금이 가는 일일 것이다. 마음에 틈이 생기면 사람은 평소와 달라진다. 아주 미세한 틈이라도 생길라치면 그 곳으로 개미떼 같은 외로움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이 그 개미떼들에게 갉아 먹히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외로움에 정복당해 있고 또 혼자 그 외로움을 삭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A씨 역시 외로움에 정복당해 버린 사람 같았다. 그는 퇴직 후 가장의 권위를 박탈당하고 사회에선 퇴물 취급을 받는 대한민국 흔한 '아저씨'가 돼 있었다. 화려한 액세서리만이 자신의 외로움을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이며 세상을 사는 무기가 됐다.
사실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운동을 하라, 삶의 지표를 남이 아닌 나로 설정해라, 항상 행복한 생각을 해라" 등은 말 그대로 '말'뿐인 조언이다. 그리고 사실 바뀌어야 할 것은 그가 아닌지도 모른다. 그를 힘들게 하는 세상의 시선을 바꾸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것은 굳이 말을 안 해도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성들이 중년이 되면 유독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진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중년들은 이렇게 말한다.
"밤늦게 집에 들어왔을 때 식구들은 다 자고 있어도 그 녀석만큼은 달려와 나를 반겨준다.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아저씨들도 환영받고 싶어 하고 관심 받고 싶어 한다는 얘기와도 같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돈 버는 기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중년남성들이 늘면서 그들에겐 이른바 삶의 낙이란 것이 없어진 듯도 하다. 왜 사는지 이유도 모른 채 나의 삶이 아닌 가족들을 위한 삶, 더욱이 누구도 그 공로를 치하해주지도 않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글을 보는 당신들은 대한민국 중년 아저씨의 친구 혹은 자식, 와이프, 그리고 부모 일 것이다. 이미지 메이킹 컨설턴트까지 찾아와 진지한 상담을 받는 중년의 마음, 그 아픈 마음을 우리 모두는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밥 먹었어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힘내세요!"라는 기운 찬 시선,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넌지시 잡는 손. 이 작고 소소한 것들이 그들을 충분히 변화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 날, 내가 A씨에 건넸던 것은 그저 뜨거운 악수뿐이었다. 그와 나눈 단 몇 초간의 악수 속에서 나는 그가 화려한 겉치장을 버리고 진정한 의미의 이미지 메이킹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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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