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내년 6.4 지방선거일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남 순천시장에 뜻을 두고 있는 입지자들의 윤곽이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내년 순천시장 선거의 변수는 △정당공천제 존속여부 △안철수신당의 파괴력 △최루탄 투척 김선동 국회의원의 재판 △조충훈 시장의 민주당 복당여부 △노관규 민주당 지역위원장과의 관계설정 등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 순천시장에는 조충훈(60) 시장을 비롯해 △김대희(59) 시의장 △기도서(50) 전남도의원 △이창용(62) 시의원 △안세찬(52)전 시의원 △허석(50) 전 순천시민의신문 대표 △신택호(48) 변호사 △이수근(45) 통합진보당 순천지역위원장 등이 선거판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거나 출마를 종용받고 있다.
구희승 변호사, 이은 전 해양수산부 차관, 허정인 전 전남지사특보, 박광호 전 순천시의장 등은 국회의원으로의 출마선회 또는 포기 쪽으로 기울었다는 전언이다.
순천시장의 요즘 판세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리에 치러낸 조충훈 시장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해 이변이 없는한 현재로서는 재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난해 노관규 시장의 사퇴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4.11 보궐선거에서 탈당(민주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충훈 후보는 "박람회를 성공시키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당선됐다.
이는 "해본 사람이 잘할 것"이라는 시민들의 정서와도 무관치 않았던 결과로, 조충훈 시장은 한차례 시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순천만정원박람회'는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축제행사로는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표상으로 440만명(유료관람객 88%)을 넘겼고, 5무(無)박람회(교통정체·식중독·바가지요금·잡상인·공짜표)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런 상승기류 속에서 조충훈-노관규 '밀월설'도 유포되고 있다. 조충훈은 악조건 속에서 박람회를 치러냈고, 노관규는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원박람회를 유치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박람회 기간 종종 만나서 접점을 시도했다고 한다. 조 시장이 민주당에 복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공천확신없이는 복당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시장이 박람회에 '올인'한데는 본인의 화급한 사정도 있었지만, 성공시켜야만 차후 정치판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최루탄 투척혐의로 재판중인 통합진보당 김선동 국회의원의 항소심 결과에 따라서는 2014년도에 보궐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하는 부류가 있다.
3심재판이 연초에 끝날거라는 관측에서부터 변호인을 통해 최대한 선고기일을 연기할거라는 관측까지 설이 무성하다. 재판결과에 따라서 조 시장으로서는 '잘 나갈때' 여차하면 국회의원을 넘보는 시나리오도 검토할 수 있다.
조충훈 시장의 부친 고 조규순씨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공화당·민정당에 수십년간 몸담았던 사람으로, 순천지역의 보수적 정서에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는다. 여러차례 국회의원에 도전했으나, 매번 300~500표차로 분패해 집안에 한(恨)이 많다.
조충훈 시장도 가풍의 영향으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오랜기간 있었다. 호남지역 특성상 민주당으로 옷을 바꿔 입었지만, 정서적으로는 새누리당에 호의적이다. 특유의 친화력에 당파보다는 실용노선이 더 어울린다는 평이다. 박 대통령이 정원박람회 폐막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차 순천을 찾은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조충훈 시장 이전에 6년간 시정을 이끈 노관규 민주당지역위원장의 고심도 만만치않은 것으로 보인다. 3개시장(여수·순천·광양)이 전부 무소속으로 당선된 지역인데다, 순천에서는 연거푸 민주당 후보가 밀려 내년 선거에서도 무소속이나 안철수신당에 패할 경우 자리보전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노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이거나, 기초의원 공천을 놓고 관계설정에 애를 먹는 쪽에서는 "원외위원장의 한계론"을 설파하며 그를 끌어내릴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 따라 조 시장에 대한 입당타진이 시도되는 것으로 보인다. '박람회 공통분모'를 가진 노관규-조충훈 두 사람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논리다. 노관규 시장때 '잘 나갔던' 사람들이 조충훈 시장때 한직으로 밀리거나, 박람회 현장에 투입될 때 갈등기류가 외부에 노출되기도 했다.
조 시장을 입당시킬 경우 내년 선거는 '따놓은 당상'이 되지만, 이후에는 국회의원직을 놓고 잠재적 경쟁자가 된다는 부담도 있다. 더구나 인구가 늘고 있는 순천시의 경우 2016년쯤에는 분구돼 국회의원을 2명 배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당사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조 시장이 입당하지 않을 경우 노 위원장은 차선의 인물을 접촉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 위원장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몇몇 정치인을 접촉했으나, 선뜻 나서지 않거나 또는 중량감이 떨어져 후보물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역대 시장들에게 정치자문을 해줬다고 자서전에도 강조한 허석 전 시민의신문 대표도 검토될 수는 있다. 그러나 허 대표는 노관규의 '영원한 앙숙'인 서갑원 전 의원과 가깝게 지내는 것도 이물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허석 전 대표는 최근 자서전에 "신문사의 견제와 비판이 있었기에, 노관규 시장이 구속을 피했다"고 자평하고 있어 노 위원장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다.
허 전 대표는 노관규 위원장과의 관계설정에 서툴러 새정치를 부르짖는 '안철수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석 전 대표는 다음달 13일 자서전(허석의 수오지심) 출판기념회를 갖고 본격적인 얼굴알리기에 돌입한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이란,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라고 사전에 검색된다. 전두환 정권시절 학생.노동운동에 투신하며 주변을 챙기지 못한 겸손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거꾸로 조충훈 시장을 에둘러 겨냥했다는 얘기도 있다.
박람회성공에 가려져 있지만, 조 시장은 뇌물수수혐의로 한차례 구속된 전력이 있다. "부끄러운줄 알아라"고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충훈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인정받고 싶은 속내가 엿보인다.
노관규 위원장과 정치적 견해는 다르지만, 이해관계만 맞아떨어진다면 민주당 후보로 뛰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선거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구희승 변호사는 복당했던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측에 합류했다. 행정·사법고시 양과를 패스한 구 변호사는 '서울대' 동문인 안철수의원과 의기투합해 서울에서 세규합에 나서는 한편 2016년 총선때 분구가 예상되는 고향에서의 출마 또는 비례대표로 목표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의 정책네트워크 '내일' 실행위원인 박광호 전 시의장은 사임의사를 밝혀 내년 시장선거판에서 사실상 이탈했고, 같이 합류한 안세찬 전 시의원은 크고작은 시장선거에 나섰지만 번번이 낙마해 뜻있는 분들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오죽했으면 선거구호가 "할때됐다. 안세찬"이라고 읍소할 정도다.
시·도의원을 한 번씩 역임한 기도서 의원은 이번엔 '진짜' 출마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번에는 현직 도의원 신분으로 당내경선에 뛰어들었으나 패하자 불출마했다.
이창용 시의원은 40대 국장을 지낸데다 공직사회를 '속속' 꿰뚫고 있다며 여건만 조성된다면 한번 해볼 태세다. 이 의원은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때 순천시장 선거에 나섰으나, 중앙당에서 당시 한보그룹 정태수회장을 구속시킨 검사출신 노관규 후보를 낙점해 내려보내자 '반(反)노관규'를 외치기도 했다.
절치부심 끝에 방향을 틀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시의원에 당선된 집념이 있다. 지난해 4.11보궐 때 불출마를 천명했으면서도, 미련이 있었는지 당에는 공천신청서류를 제출해 뒷말을 낳았다.
김대희 시의장은 '부시장' 마냥 박람회 성공에 진력을 다했다. 그는 "박람회가 성공한데는 이를 유치한 노관규 시장의 선견지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을 자주하고 다닌다. 조 시장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는다. 시장 입지자로 언론에 이름이 거론돼도 특별히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도유망한 30대 때 판사직을 버리고 국회의원에 몇번 출마한 신택호 변호사는 주위에서 출마 종용을 받고 있으나, 본인의중은 확실치 않다. 여러차례 출마해 자금동원력에서 밀린다는 얘기가 돌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다.
신 변호사는 서갑원 의원이 '박연차비리'에 연루돼 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치러진 2011년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앞서 야 권연대 논의가 활발할 즈음에 '야권연합후보 연석회의'를 제안, 은연 중에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연대를 주장했으나 파장이 크지 않자 예비후보 등록을 포기해 선거포스터에는 그가 없었다. 작년 시장선거 때는 민주당 허정인 시장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내년 지방선거의 또 하나는 변수는 정당공천제의 존속 여부이다. 민주당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당론을 밝혔지만, 새누리당은 시간을 벌며 미적거리고 있으며 군소야당들은 현행 정당공천제가 존속돼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야가 끝없이대치하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정당공천제 폐지가 합의될지 불투명하다. 된다손쳐도 시·군·구 기초의원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공천제를 없애고, 시장·군수 등은 현행대로 정당공천제를 고수할 가능성이 없지않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돼도 '경력사항'에 주류정당에서 활동했던 경력이나 직책, 사진을 찍어 은근히 '내천후보'임을 부각하는 전략이 많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에서 후보들을 걸러주는 기능이 사라지기때문에, 후보난립과 합종연횡에 따른 '몰아주기'로 판세를 뒤집는 혼탁한 선거양상도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