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9일 진행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의 또 다른 쟁점은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이었다. 이미 세 차례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김 회장 측이 건강상의 이유로 다시 한 번 연장을 신청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정재계 인사들의 구속집행정지 신청허가 여부를 반추하며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승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김 회장 변호인 측은 "김 회장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면서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급성 천식으로 산소호흡기 도움을 받고 있고, 최근에는 낙상으로 요추 골절을 입어 3개월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치의 의견이 있었다"며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산소호흡기 단 김 회장 앞 '설전'
검찰 측은 "피고인의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형 집행 수용이 불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고 반문했다. 김 회장 주치의 쪽에서 구속집행정지 연장 이유를 밝히는데, 의사 출신 검사들은 '굳이 수용되지 않아야 할 상태에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검찰 측은 "연장 심리 때마다 김 회장이 대금을 지급하는 서울대병원 의사가 출석해 진술하는 것은 공정성에 의문이 간다"며 "지금까지 진료기록을 객관적인 제3의 기관에 맡겨 판단하거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결정 당시 법원자문위원회의 질의응답 때처럼 객관적 판단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회장 변호인 측은 "구속집행정지를 처음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여러 번에 걸쳐 집행정지 결정이 됐었고, 꼭 받아야 한다면 받겠지만 검사들도 직접 보지 않았나. 재고해 달라"며 "이미 김 회장의 건강 상태가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인데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변했다. 검찰 측은 즉각 "이해가 되지 않아도 객관적인 판단을 받아봐야 겠다"고 날을 세웠다.
양측 대립에 재판부는 "김 회장을 직접 진료하는 서울대병원 의사의 의견이 가장 정확하고, 직업적 양심을 갖고 하는 일이니 서울대병원 의사의 발언은 믿어야 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소견에 대해 의사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구속집행정지 연장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놓고 기일을 다시 열어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검찰 측 참석 의사와 피고인 측에서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의사를 배치시키고 제3의 전문가와 함께 토론해 결정하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내달 4일 구속집행정지 연장 관련 신문기일을 잡고 전문의 자문단의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구속집행정지는 있는 자 특권?
일각에서는 정재계 인사들의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두고 '있는 자의 특권'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일반인 재소자들 사이에서 '하늘의 별따기'라고 받아들여지는 구속집행정지가 정재계 인사 사이에서는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정재계 인사들은 검찰의 호출을 받기만 해도 휠체어, 간이침대 등 들것의 힘을 빌려 출석하는 경우가 많았고 구속 이후에는 여지없이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8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집행정지 허가 결정을 받았다. 만성신부전증으로 구치소 안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신장이식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수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의 구속집행정지 허가로 김 회장은 부인 김희재씨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나기도 전에 멋대로 심장수술을 받아 비난을 샀고, 사실상 구속집행정지가 불허됐다.
세금청탁 혐의로 2010년 12월 구속기소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2011년 항소심 재판 중 구속집행정지가 허가됐으나 지난해 파기환송심에서 구속집행정지가 취소, 다시 수감됐다가 올해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사로 출소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전 회장의 모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는 지난해 12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각각 구속집행정지와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부자가 나란히 구속된 경우도 있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지난달 3일 경영권을 유지하려고 2000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각각 징역 3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구 회장 친누나의 사망으로, 구 회장은 9월17일 구속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이날부터 22일까지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뒤 재수감 조치했다. 당시 구 회장의 아들 구 부회장도 함께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