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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파기환송심 첫 공판현장 '양형 놓고 공방 치열'

한유통·웰롭 실소유자 따라 양형 달라질 수 있어…검 vs 변 법리해석 '눈길'

이보배 기자 기자  2013.10.30 13: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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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치열한 법리공방 속 막을 내렸다. 29일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은 김 회장의 혐의에 대해 '재벌 비리의 전형'이라고 공격했고, 김 회장 측 변호인은 김 회장 개인이 아닌 '그룹의 문제'라고 받아쳤다. 실질적으로 김 회장의 배임 및 횡령혐의 중심에 있는 한유통과 웰롭의 실소유자가 누구냐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전이 오간 것이다. 지난달 대법원의 예상치 못한 파기환송 결정으로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김 회장 파기환송심 첫 공판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29일 오후 3시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가 김기정)의 심리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진행됐다.

  한화그룹 장교동 본사 사옥. ⓒ 한화  
한화그룹 장교동 본사 사옥. ⓒ 한화
구급차에 실려와 공판에 출석한 김 회장은 한 눈에 봐도 병색이 짙어 보였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간이침대에 누워 재판에 임했지만 재판 시작 20여분 만에 퇴장했다.

평소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급성천식으로 산소호흡기 도움을 받고 있는데다 최근 낙상으로 전치 3개월의 요추 골절로 긴 재판을 견디기 힘들다는 변호인 측의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

김 회장 퇴청 이후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본격화됐다. 양측은 컴퓨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수사경위와 1, 2심 및 대법원 판단에 대한 의미를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 자체는 기존 항소심에서의 대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검찰과 변호인 측은 이날 양형 판단의 기준이 되는 김 회장에 대한 배임행위와 관련한 재판부의 법리해석을 놓고 초반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양형 판단 기준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한유통과 웰롭의 실소유자가 김 회장이었다면 개인의 착복이 되지만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의 차명 자회사였다면 비록 불법이지만 양형 감경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검찰 "김 회장 이익은 자신 몫, 손해는 계열사 몫"

먼저 검찰 측은 "김 회장이 실제 자신의 소유인 한유통·웰롭 등의 차명 소유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룹 계열사를 희생시켜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익은 회장님, 손실은 계열사 책임'이라는 차명재산 원칙 아래 두 회사를 운영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회장은 3000억원에 달하는 차명 소유회사의 부채를 한화그룹 계열사 자금을 이용해 변제했다"면서 "대법원 역시 두 회사에 대한 한화그룹의 지원이 그룹 계열사 전체의 이익인지 의문이라고 판시하며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이들 회사를 한화그룹의 위장계열사로 보되 실소유자가 김 회장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고, 대법원은 항소심의 애매한 법률적 판단과 관련해 파기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검찰 측은 "대법원의 판단은 '한유통·웰롭에 대해 김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위장계열사'라며 개인의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면서 "항소심의 감형결정에 대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에서 이미 한유통과 웹롭이 김 회장의 것이라고 판단한 만큼 항소심의 감형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인 측 "한유통·웰롭은 한양유통 자회사"

반면 김 회장 측 변호인은 "한유통과 웰롭은 김 회장 소유의 차명 기업이 아니라 한양유통의 자회사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 어디까지나 그룹을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는 반박을 펼쳤다.

두 회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급보증은 빙그레의 부도로 이어질 그룹 전체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명이다. 다시 말하면 한화그룹 계열사의 지급보증은 김 회장의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외환위기 당시 부득이하게 떠안은 그룹의 채무 변제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

아울러 김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시종일관 이들 회사가 김 회장 개인소유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들에 대한 그룹의 지급보증이 개인 채무변제를 위한 편취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김 회장의 차명 소유회사로 단정 지을 수 있는 직접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을 보탰다. 두 회사의 실소유자를 판가름하는 게 양형의 중대한 의미를 갖는 요소라면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역설이다.

이와 관련 검찰 측은 즉각 반응하며 "대법원에서 두 회사가 김 회장의 차명 회사라고 판단했는데 파기환송심에서 이를 다시 다루는 게 맞느냐"면서 "유무죄에 대한 쟁점이냐 양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런 반문에 김 회장 변호인 측은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유죄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며 "한양유통의 자회사라면 구조조정을 면밀하게 못해 불법이 있었지만 김 회장에게 엄벌을 내릴 요인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유무죄가 아닌 양형에 취급돼야 한다"고 받아쳤다.

양측의 공방 끝에 재판부는 "개인 착복이냐, 기업전체를 살리기 위해 범죄가 이뤄졌느냐는 양형의 중요한 잣대"라며 "이는 대법원에 따르는 게 아니라 앞으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김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양측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경 요소로 작용될 수 있는 두 회사의 실소유자 증명이 김 회장의 실형선고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위장계열사의 빚 청산을 위해 그룹 계열사에 3000여억원대 규모 손해를 입힌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의 실형을,  지난 4월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1년 감형된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대법원은 "한화그룹 계열사의 다른 부실계열회사 채무와 관련한 부당한 지급보증행위가 배임이 되는지 문제가 된 사안에서 별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며 김 회장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은 심리부터 선고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이번 최종 판결은 빨라야 연말이 될 전망이다. 다음 기일은 내달 7일 오후 3시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