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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0만원짜리 관람석? 부산불꽃축제 '천태만상'

일반호텔 1박2일 패키지 특급호텔 맞먹는 60만원까지…바가지상술 '기승'

노병우 기자 기자  2013.10.29 17: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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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야단법석, 아수라장, 엉망진창…' 지난 10월25일 전야제에 이어 26일 양일간 열린 화려했던 부산불꽃축제의 또 다른 단면은 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올해 9회째를 맞은 부산불꽃축제는 '부산직할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50년의 사랑, 부산!'이란 주제로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약 1시간 동안 폭죽 8만발이 가을 밤바다를 수놓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늘은 불꽃으로 더 없이 아름다웠지만 그 아래 광안리 일대는 '축제의 찌꺼기'로 몸살을 앓았다.  

◆광안리 밤바다 찾은 135만여명…'불꽃'에 물들다

부산불꽃축제 당일인 26일 오후 광안리해수욕장은 다소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쇼가 열리기 몇 시간 전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부산불꽃축제 현장은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거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관람객로 가득 차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으며,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은 길을 '먹자판'으로 만들었다. ⓒ 프라임경제  
부산불꽃축제 현장은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거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관람객로 가득 차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으며,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은 길을 '먹자판'으로 만들었다. ⓒ 프라임경제
본행사인 불꽃쇼에 앞서 오후 2시부터 광안리 해변도로에서는 밴드, 힙합, 비보이, 현대무용 등 일찌감치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한 공연이 열렸다. 백사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스카음악과 모던록 밴드 등의 거리공연과 불꽃음악회를 즐기며 축제 분위기에 들떴다.

거리공연이 끝난 오후 6시부터는 백사장 중앙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불꽃음악회'가 열렸고, 특히, 건물 외벽을 이용한 플라잉 퍼포먼스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오후 8시경 불꽃쇼 시작 직전, 허남식 부산시장의 개막선언과 함께 해변을 가득 메운 관람객은 한 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8시 정각, 짙은 어둠을 뚫고 첫 번째 불꽃이 솟아올랐다.

멀티불꽃쇼에서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3색 불꽃은 시민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과수 불꽃과 국내 최장인 길이 1km의 나이아가라 불꽃, 국내 최대의 초대형 다색 천륜국화 불꽃은 광안대교의 은은한 경관조명과 어우러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감동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또 이야기와 함께 하는 '스토리텔링 불꽃'이 레이저 조명, 음악과 함께 연출되자 시민들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웅장한 음악 선율을 따라 바다 위에서 치솟은 불꽃들은 광안리 밤하늘을 밝게 물들였다.

한 시간여 진행된 불꽃쇼는 화려했고, 불꽃 아래 모여든 시민들은 아름다운 축제를 만끽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불꽃쇼 이후 광안리해수욕장은 서서히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질서 '오리무중'…곳곳에서 몸싸움 실랑이

부산시는 이날 불꽃축제의 행사 안전을 위해 경찰, 소방, 경호 관련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모두 3300여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불꽃축제는 행사 전부터 무질서로 얼룩졌다.

   올해로 9회째인 부산불꽃축제에는 웅장한 음악 선율을 따라 바다위에서 치솟은 8만발의 불꽃들이 광안리 밤하늘을 밝게 물들였고, 허공에서 춤을 추는 불꽃의 향연은 시민들에게 추억과 아름다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 프라임경제  
올해로 9회째인 부산불꽃축제에는 웅장한 음악 선율을 따라 바다위에서 치솟은 8만발의 불꽃들이 광안리 밤하늘을 밝게 물들였고, 허공에서 춤을 추는 불꽃의 향연은 시민들에게 추억과 아름다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 프라임경제
부산시는 행사 2~3시간 전부터 해안가 쪽 인도까지만 자리를 잡도록 허용해 안전선을 설치했지만, 안전요원들은 도로변과 반대편 인도까지 밀고 나오는 시민들을 막지 못했다.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은 길을 '먹자판'으로 만들었고, 이 때문에 시민들은 이동에 큰 불편을 겪었다. 사람들이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을 지경까지 됐다.

자리에서 이동하려면 신발을 벗어들고 시민들이 깔아놓은 야외용 돗자리 위를 밟으며 빠져나와야 할 정도로 통로 찾기는 어려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사장 주변 도로 곳곳에서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시민들이 몸싸움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입구가 따로 있다", "이곳엔 들어가면 안 된다" 등의 경찰 통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너도 나도 못들은 척 무작정 밀고 들어갔다. 이날 통제는 사실상 무용지물처럼 보였다.

현장 경찰 관계자의 이야기다.

"여기 지금 우리 경찰이 아마 300~400명 정도 투입된 걸로 알고 있는데 보시다시피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전혀 통제가 안 됩니다. 한 사람이라도 편의를 봐주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달려들기 때문에 이렇게 통제를 하고 있는 건데 제대로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죠. 관람객들이 너무 많은 것도 있고, 일부 관람객들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통제할 때 가장 힘듭니다."
 
불꽃축제가 끝난 후 135만여명(경찰 추산)의 관람객이 한꺼번에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인근 도로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상당수 관람객들은 갈 길을 잃고 밀리는 행렬에 몸을 맡겨야 했다. 경찰은 '우측통행'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정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주택가에선 고성방가를 하는 취객들까지 가세하면서 광안리 밤거리는 마치 통제 불능 난장판 같았다. 

시민 행렬이 차도까지 점령하면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몇몇 이면도로는 한때 차량이 꼼짝달싹 못하며 주차장으로 변해버렸으며, 보행중인 시민들조차도 한 동안 길 위에서 갇히는 보기 드문 모습까지 연출됐다.

이외에도 관람객이 떠난 백사장과 인도, 도로 위 곳곳은 대형쓰레기 장으로 변했다. 환경미화원들이 청소에 나섰지만 수십톤의 쓰레기를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두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자 너도 나도 손에 들고 있던 쓰레기들을 내던지는 바람에 순식간에 많은 쓰레기더미들이 만들어졌다.

   인파가 빠져나간 뒤 해안가와 인도 위 곳곳에는 관람객들이 남긴 음식물 쓰레기로 넘쳐났으며, 환경미화원들이 배치돼 청소에 나섰지만 수 십톤의 쓰레기를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 프라임경제  
인파가 빠져나간 뒤 해안가와 인도 위 곳곳에는 관람객들이 남긴 음식물 쓰레기로 넘쳐났으며, 환경미화원들이 배치돼 청소에 나섰지만 수 십톤의 쓰레기를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 프라임경제
기자가 50대 환경미화원에게 심정을 묻자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 들으라는 식으로 큰 소리로 하소연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렇게 길에다 쓰레기를 버리니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막막하네요. 이렇게 엄청난 양은 처음 봅니다. 양이 엄청나서 밤사이에 다 치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자기 쓰레기 자기가 들고 가기만 해도 이런 난장판은 되지 않았을 텐데…"

◆카페베네 본사, 부산 광안리점에 '자릿세 금지' 지시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의 바가지요금도 시민들의 무질서만큼이나 놀라웠다.

현장 주변 업소들 중 일부는 수십만원대 자릿세를 당연한 듯 받아 챙기고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아예 입장조차 할 수 없다고 표시판을 세워두는 곳이 허다했고, 기존가격보다 몇 배로 음식 값을 더 받는 식당도 있었다. 음식점 중에는 1인당 10만원 이상의 고가 메뉴만 내놓는 곳도 허다했다.

기업이 체인점으로 운영하는 고급 커피전문점들 역시 수십만원의 자릿세를 챙기는 등 바가지 상술에 적극 동참했다. 일부 커피점 테라스는 소위 명당자리라는 명목으로 10만~25만원에 거래됐다. 예약을 했더라도 그 자리를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불꽃축제가 열리는 핵심시간인 6~9시 또는 7~9시까지 한정된 시간 동안에만 이용이 가능했다.

대다수의 커피숍들은 불꽃축제가 열리기 전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불꽃축제로 예약된 자리이기 때문에 4시까지 나가야 한다'고 안내하거나 테이블 위에 예약석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손님들이 오랜 시간 머무르지 못하도록 했다.

   행사 당일 해안가 일부 상가들은 입구에 출입 저지선까지 치면서 일반손님의 출입을 막고 예약 고객만 골라 받는 등 주변 상인들의 추태가 축제를 엉망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 프라임경제  
행사 당일 해안가 일부 상가들은 입구에 출입 저지선까지 치면서 일반손님의 출입을 막고 예약 고객만 골라 받는 등 주변 상인들의 추태가 축제를 엉망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 프라임경제
특히 커피전문점 A사 부산광안비치점은 불꽃축제가 열리는 곳 정면에 위치해 명당 중에 명당으로 소문이 나며 9월초부터 예약전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사 부산광안비치점 역시 2층 좌석 값이 1인당 5만~20만원에 달했지만 대부분 매진됐다. 

축제 전날인 25일 기자가 이곳을 찾아가 종업원에게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해서 그런데 지금 예약이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종업원은 "불꽃축제가 내년에도 열리니까 내년에도 관람하러 오실 생각이 있으시면 우리 브랜드는 9월1일부터 예약을 받기 때문에 그때 하면 된다"고 말했다.

A 커피점 외에도 B, C, D 커피전문 체인점들 역시 1인당 4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에 좌석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축제 전부터 예약이 꽉 찰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도 다른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불꽃축제 기간 예약을 받아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축제 일주일 전 본지가 '부산불꽃축제 커피전문점 자릿세 실태'를 주제로 취재를 진행하자 카페베네는 본사 차원에서 자릿세 마케팅을 금지하도록 지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카페베네 광안 1호점 종업원에게 자리 예약을 문의하자 종업원은 "다른 브랜드처럼 원래는 예약을 받아 진행하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에서 공문이 내려와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베네 본사 측은 "본사에서는 잘 몰랐던 사실이지만, 본사가 권장하거나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기존 예약 고객들에게 환불조치를 하고 올해부터 해당 좌석예약 서비스를 하지 않기로 조치했다"고 말했다.

◆호텔숙박료 평소보다 4~5배 '껑충'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일반호텔은 1박2일 패키지 상품이 특급호텔에 맞먹는 50만∼60만원까지 치솟았다. 평소 1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3~4배 비싼 요금이다. 모텔 역시 평소 4만~5만원 하는 것과 달리 행사 당일에는 15만원 이상 올려 받았다. 

이런 바가지요금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렸다.

대학생 손민석(부산·가명)씨는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 꽉 찼다고 해서 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바에는 사실 가격이 조금 부담이 되긴 하지만 예약을 해서라도 편하게 보는 편이 낫지 않냐"고 말했다.

40대 자영업자 김신혜(서울·가명)씨는 "커피숍 자리 값이 2시간에 20만원이라는 게 사실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축제가 시민들, 관람객들을 위한 축제인지 사람들 등쳐서 장사하려는 장사꾼들의 축제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