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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맨' 전 LH사장, 친정에 7000억 '일감 몰빵' 의혹

입찰방식·심의위원·CEO특보단…007작전 뺨치는 수주 몰아주기

박지영 기자 기자  2013.10.29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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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건설업계 산증인이자 현대건설 출신인 이지송 전 LH사장이 LH본사 신사옥 건설공사 심의를 앞두고 '친정식구'들과 식사를 한 정황이 포착돼 '의도된 만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이 전 사장과 만남을 전후해 무려 수천억원의 공공공사를 수주한 바 있어 의혹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수주한 공공공사는 △강남 보금자리 시범지구 A5블록 공동주택건설공사(수주액 1720억원)를 비롯해 △주한미군기지 이전시설사업 미8군 병영시설 및 보육센터 건설공사(수주액 1273억원) △LH본사 신사옥 건설공사(수주액 2580억원) △화성동탄2 수질 복원센터 건설공사(수주액 1325억원) 등 모두 4건이다. 

   지난해 LH에서 발주한 공공물량 대부분이 이지송 전 LH사장의 친정인 현대건설에 몰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 프라임경제  
지난해 LH에서 발주한 공공물량 대부분이 이지송 전 LH사장의 친정인 현대건설에 몰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 프라임경제
문제는 LH본사 신사옥 건설공사 심의를 일주일여 앞둔 2012년 9월 중순 발주처 대표인 이 전 사장과 현대건설 공사수주담당 직원들이 따로 강남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는 점이다. LH본사 신사옥 건설공사는 기술제안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술제안 입찰방식이란 발주처에서 공사 기본구도를 주고 가장 적정한 가격에 설계와 시공을 진행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 대형건설사들은 입찰방식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A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보전이 쉽지 않은 최저가입찰방식을 배제하고 기술제안 입찰 또는 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소수 입찰경쟁에 따른 높은 낙찰확률과 공사예정가격 대비 90%대 공사비를 확보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발주처와 얘기만 잘된다면 대형건설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B건설사 관계자 또한 "대형건설사들이 공사수주를 위해 심의위원들과 발주처 관계자들을 상대로 대규모 로비를 벌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며 "그러나 발주처 사장이 내부직원을 심의위원으로 배치해 특정 회사 편을 든다면 그 입찰은 하나마나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사장과 현대건설 간 부적절한 의혹은 이뿐만 아니다. LH본사 신사옥 건설공사 심의위원 심사평가에서도 석연찮은 점이 발견됐다. 심의위원 6명 중 5명이 LH 내부직원이었다. 쉽게 말해 승진을 앞둔 선임부장을 심의위원에 배치해 인사를 미끼로 특정회사를 몰아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던 L부장은 올 1월 처장으로 승진했으며, 나머지 4명 역시 전 근무지 보다 확장된 이른바 황금보직으로 전보 발령 난 상태다. 

현대건설이 LH본사 신사옥 건설공사를 따낸 데도 건축부문 점수가 높게 측정된 덕이 컸다.

신사옥 건설사업은 주요부분이 건축부문이어서 100점 만점 중 43점으로 배점이 가장 높았으며, 나머지 기계(15점), 전기(15점), 토목(7점), 조경(7점), 에너지(13점) 등은 배점이 낮은 편에 속했다.

현대건설은 2순위였던 GS건설과 불과 3.66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며, 심지어 건축을 제외한 토목과 조경부문에선 1.35점 낮았다. 즉, 건축분야서 차점자인 GS건설과 5.01점 차이가 나 우여곡절 끝에 LH본사 신사옥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전 사장을 둘러싼 구설은 또 있다. 전례 없는 CEO특보단을 구성해 조직전체 장악력을 극대화했다는 뒷말도 낳고 있다. 총 9명으로 이뤄진 특보단은 각 부처의 단장, 본부장, 처장으로 구성해 운영됐다.

공교롭게도 현대건설은 CEO특보단이 만들어지기 직전 4건의 턴키심의 공사에서는 단 한건도 수주하지 못했었다. 심의위원을 장악하는데 특보단이 쓰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위 소속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발주처 사장이 특정건설사 영업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CEO특보단을 만들어 심의위원으로 내세워 특정건설사에 공사를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 부임한 사장이 책임을 지고 철저한 조사를 해야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