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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단풍의 계절에 진실과 정의를 읽자

조재호 기자 기자  2013.10.29 11: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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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단풍이 온 산하를 물들이고 있다. 추위가 예년보다 빠르게 시작되면서 단풍도 빨라졌다. 우리나라 최북단인 설악산은 지난 9월30일 첫 단풍이 들었고 이미 절정을 치닫고 있다. 북한산도 지난 16일 첫 단풍에 이어 지금 절정이라고 한다.

광주에 있는 무등산도 지난 22일 첫 단풍을 알린데 이어 다음달 6일 절정을 맞는다고 한다. 바다 건너 제주 한라산에도 지난 14일 첫 단풍이 들었으며 지금 절정을 맞고 있다.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인 단풍이 아름답다면 있는 그대로를 즐기면 그만이다. 과학자도 아닌데 그 속사정을 알아보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복잡하게 살 이유는 없다. 왜 단풍이 드는지, 단풍 색은 왜 저리도 형형색색인지 따질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유를 알 필요가 없는 것일까? 사실 단풍의 원리를 안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지는 것도 아니며 단풍을 즐기는데 있어 풍류를 더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는 국립공원을 방문할 경우 단풍이 드는 이유를 안다는 이유로도 입장료를 깎아줄리 만무하다. 그리고 여자 친구와 단풍구경을 떠났을 때 단풍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한다고 애정이 더 깊어진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광합성을 설명하며 엽록소가 가을에 파괴되는 이유를 이야기 하고 보조색소인 안토시아닌, 크산토필, 카로티노이드를 떠들어보아도 단풍 그 자체를 즐기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이렇듯 사고하는 사람을 가리켜 현실적인 인간이라고 한다. 특히 일상의 현실, 그 가운데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과정을 중시하는 사고는 진실에 접근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며 비록 그 진실은 현실적으로 별다른 보탬이 되지 않을지라도 ‘나’가 아닌 ‘우리’가 함께 끌고 가는 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하며 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는 관점에서 가을에 단풍이 왜 물드는지 원리를 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과정일 것이다.

미국 국가 정보국(NSA)가 10여 년 전부터 한국을 포함해 무려 35개국 세계 정상들의 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전 CIA 요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지에 폭로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기사를 쓴 가디언지 기자가 한국도 도청 대상국에 포함돼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 망명 중인 스노든은 이 엄청난 사실을 폭로하면서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상태로 미국으로부터 ‘배신자’란 꼬리표가 따라 붙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지식인으로서 인류가 가진 양심에 비추어 도저히 미국 국가 정보원이 행하고 있는 일련의 범죄행위를 눈감을 수 없어 배신자라는 낙인을 감수하고 진실을 추구한 인물로 보여 진다.

최근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미국의 우방이자 세계 경제 대국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바로 도청 당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미국에 강력 항의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인 슈피겔이 메르켈의 도청 사실을 대서특필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 연합(EU)도 이 같은 사실과 관련, 미국과 유럽 간 FTA 협상을 유예할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거세게 항의한 상태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한혜진 부대변인은 "현재 관련사실을 확인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진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사안의 성격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YTN에 말했다.

독일식 항의와 한국식 태도가 어쩌면 이리도 다를까. 혈맹으로 다져진 국가이다 보니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우리가 아쉬운 소리를 더 해야 하는 처지라 예의주시하며 사안의 성격을 따져야만 하는 것인가. 이미 사안의 성격은 도청이라는 범죄 행위임이 분명한 마당에 외교적 클리쉐(clicher)가 더 필요하다는 것인지 참 안타깝다.

최근 고전적 자본주의를 가지고 현대 사회를 진단하는 데 한계를 느끼면서 '인지자본주의'라는 학문이 새로 둥지를 틀고 있다. 인지자본주의와 고전 자본주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얼까. 간단히 얘기하자면 자본주의는 자본을 가진 자가 노동자를 고용해 생산을 영위한다는데 초점을 두는데 반해 인지자본주의는 그 기반을 정보와 지식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있다. 인지자본주의의 대표적 학자인 리치아나 테라노바는 인터넷 이용자들은 자본에 종속돼 활동하는 게 아니라 '자유노동(Free labor)'을 통해 수동적 소비자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 이용자로 변화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기반 소셜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인터넷 이용자가 스스로 생산하며 교환하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사회에서 각국 국가 정보요원들이 반칙을 행하는 것은 특히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정보의 왜곡을 통해 원칙이 무너지고 정의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도청행위에 대해 당당히 얘기해야 하고 따져야 한다. 미온적인 반응은 국격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리고 눈을 국내로 돌려 국가 정보원이 지난 대선 기간에 행했던 반칙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이러한 문제제기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28일 발표한 담화에서 "핀란드가 30년을 내다보며 국가를 경영한다는 사실에 감명 받았다"고 밝혔듯이 한국의 30년 후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