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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우비아가씨, 카메라님을 어서 씌워 드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0.28 16: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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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취재현장에서는 가끔 장비가 사람(기자)보다 더 '호강'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사진은 어느 집회 현장에서 비가 오자 우비를 입은 보조인력이 카메라를 위해 우산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얇은 일회용 우비를 입고 팔을 올려 키를 맞추고 있기까지 한데요. 직업정신이라고 요약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사람은 비닐을 입고 기계님(?)은 우산을 쓰고 있으니, 참 영상이 뭐고 기사가 뭐라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안타깝다거나 측은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 프라임경제  
ⓒ 프라임경제

사실 취재현장에서만 장비가 사람보다 우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비근한 예로 군에서는 총기수입(손질 뜻하는 표현으로 일본어에서는 한문으로 手入이라고 쓰고 'ていれ' 즉 데이레라고 읽었는데 일제시대 이후 이 표현이 차용된 것이라는 설)에서 총을 목숨보다 더 소중히 다루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총기 검열 때도 이 목숨 운운하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게 챙겨야 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까요? 하물며 총보다 훨씬 비싼 비행기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는 식의 얘기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유사시 조종사가 어떻게든 기체를 살리려고 무리하게 탈출을 지연하기도 합니다. 27일 정희수 의원(국방위·새누리당)에게 제출한 '2000년 이후 공군 조종사 비상탈출 현황'에 따르면 이런 안타까움은 기우 아닌 실제상황으로 판명되는데요.

자료에 의하면, 공군 조종사가 시도한 18번 비상탈출 가운데 조종사가 무사히 생존한 경우는 4회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순직사고 6건 가운데 3건은 항공기에 장착된 사출(射出) 좌석이 아예 기체 밖으로 튀어 나오지 않았던 경우 너무 노후화된 장비를 사용한 영향이라고 지적됐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3건의 경우인데요. 좌석이 사출되긴 했지만 '조종사의 탈출 시도가 지나치게 늦은 시점' 또는 기체가 이미 뒤집힌 상황에서 이뤄져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가끔 일(혹은 돈, 장비)보다 사람이 우선한다는 당연한 가치가 "다 그렇다"는 변명으로 너무 쉽게 옆으로 밀려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봤습니다. 

(※이 글 속의 사진은 특정 언론사의 근무 패턴이나 카메라 기자들 일반의 관행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덧붙여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