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공·수혜주체와 가격결정·지급주체가 불일치하는 현재의 밴(VAN)시장이 거래당사자인 밴사와 가맹자 간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장거래구조로 개편된다. 이번 개편에 따라 기존 밴수수료도 30원가량 인하될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5일 여신금융협회 주최로 열린 '밴시장 구조 개선방안'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밴시장 구조개선 방안에 대한 그간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2012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체계 개편 이후 추가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해 밴수수료 합리화 방안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밴시장 구조, 어떻게 바뀌나
이번 구조개선 방안의 핵심은 거래의 당사자인 밴사와 가맹점 간에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시장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맹점이 밴수수료를 지불하지만 가격결정은 밴사와 신용카드사 사이에서 이뤄졌다.
KDI는 이번 밴시장 구조개선으로 △리베이트 소멸 △밴사 간 압력 △기술혁신 도입 촉진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에 따라 밴 수수료 인하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발표를 맡은 강동수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현재 밴수수료는 건당 평균 113원으로 추정되며 리베이트 소멸 때 건당 평균 83원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며 "신 체계 이행 시 일반가맹점의 수수료 합계 또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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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I는 거래당사자인 밴사와 가맹점 간에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장거래구조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밴서비스 이용주체인 가맹점이 밴사와 직접 협상해 결정한 수수료를 밴사에 지급하게 된다. ⓒ KDI | ||
1안은 기본방안을 적용하되 수수료 합계가 상승하는 가맹점에 한해 밴수수료 상한을 각각 1.5%, 2.7%로 설정하고 밴수수료 상한이 적용되는 공공밴 성격의 나눔밴서비스(가칭)의 손실을 카드사가 보존해 주는 것이다. 수익감소 규모는 각각 10억원 이내로 추정된다.
2안은 일반가맹점에만 기본안을 적용하고 영세가맹점과 소액다건 가맹점에는 기존처럼 1.5%, 2.7%의 가맹점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 박사는 "매입방식, 매입 청구데이터 확장 의뢰 여부, 전표 수거 의뢰 여부에 따른 밴수수료 차등화를 통해 가맹점의 효율적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며 "단말기 표준화를 통해 가맹점이 다른 밴사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책당국 또한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밴수수료 공시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조를 통해 밴사 간 담합을 억제하고 조기 적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안과 유사… 밴 업계와 갈등 계속될 듯
하지만 이번 개선안은 KDI가 지난 7월 발표했다가 반발을 샀던 기존 안과 크게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밴 업계와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과 달리 밴사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밴 업계와 신용카드 업계, 가맹점주들의 합의가 이뤄지기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밴 수수료에 대한 법적 조치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카드사와 밴사, 가맹점이 의견수렴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개편안은 언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강 박사는 "이번 시장 구조개선 방안은 '밴 수수료 인하'가 중점이 아니라 시장에 만연한 리베이트를 해결하고 현재 잘못된 시장구조를 바로 잡자는 것"이라며 "본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감정적으로 나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논리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결정은 이해당사자인 밴 업계와 신용카드 업계, 가맹점주들이 해야 하는 만큼 최종 결정은 보고서와 다를 수 있다"며 "KDI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의견수렴이 전제되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실행은 어렵다"고 설명을 보탰다.
하지만 밴 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개편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240만개 가맹점과 개별적으로 수수료 계약을 체결하고 각기 다른 정산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며 "이는 실제 중소영세가맹점 수수료인하 효과도 없어 보인다"고 반발했다.
또한 "시장자율에만 맡기면 리베이트 규모만큼 밴수수료가 인하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추정하고 있으나 현재 제공되고 있는 리베이트는 현금뿐 아니라 현물도 포함돼 전체를 줄일 수 있다는 가정은 현실을 지나치게 간과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밴 수수료를 줄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하겠다는 게 제도개편의 출발점이었지만 확실히 이를 입증할 근거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 "밴 수수료는 30원 인하되지만 이는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전체 수수료가 낮춰지지 않아 가맹점수수료가 낮아질 여지는 없다고 본다"면서 "본래 83원을 받아야 하지만 113원을 받고 30원을 돌려주는 '착한 리베이트'를 없애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