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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CJ프레시웨이의 도전… 동대문 '그린테리아' 오픈 현장 가보니

시장상권 오픈한 첫 푸드코트… 입주상인 '들썩' 고객몰이 '후끈'

조민경 기자 기자  2013.10.28 15: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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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특히, 대형마트 입점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일부 전통시장의 경우 존폐 기로에까지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하며 상인들과 상생은 물론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선순환 고리의 중심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동대문종합시장의 명소이기도 한  '그린테리아 동대문점'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중순,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동대문 평화시장과 마주보고 있는 동대문종합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대문역에서 동대문종합시장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역 근처에서부터 소소한 물건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부피 큰 짐을 나르는 용달차량들로 인근 도로는 혼잡했다. 거리 역시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해, 시장 특유의 활기를 느끼기 충분했다.

상가형태로 지어져 동대문종합상가로도 불리는 동대문종합시장은 크게 A, B, C, S 4개 동으로 이뤄져있었다. 이곳에 들어서자 빽빽이 자리 잡은 악세사리, 원단, 의류부자재 상점들이 시선을 빼앗았다. 알록달록, 반짝반짝한 제품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손님들로 성황을 이루며 복도 곳곳에서 틈을 비집고 지나가야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시장에 자리한 푸드코트…일평균 1500명 방문

상가를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이런 곳에 푸드코트가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려도 잠시, 6층에 다다르자 눈  앞에 찾아 헤매던 그린테리아 동대문점(이하 그린테리아)이 나타났다. 

그린테리아는 CJ프레시웨이가 동대문종합시장·동대문쇼핑타운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푸드코트다. 지난해 11월22일 오픈해 아직 일 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입주 상인은 물론 시장손님, 외국인 관광객까지 일 평균 1300~1500명의 손님이 찾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라고 한다. 

이런 설명과 함께 그린테리아로 들어가 보니 '시장 안 푸드코트가 그래봤자 상인을 위한 식당이겠지'하는 생각은 싹 날아가 버렸다. 창고로 쓰이던 공간이라는 것은 짐작 조차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깔끔한 분위기와 주변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그린테리아는 오픈과 동시에 주변 상인들은 물론 외국관광객까지 몰리면서 동대문 인기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 프라임경제  
그린테리아는 오픈과 동시에 주변 상인들은 물론 외국관광객까지 몰리면서 동대문 인기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 프라임경제
그린테리아 내부를 한마디로 말하면, 새롭게 꾸며진 대학교의 학생식당 같았다. 아니, 모던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테이블마다 심플하면서도 포인트를 준 천장 조명과 연한 우드톤의 테이블, 파벽돌을 활용한 기둥들은 마치 CJ프레시웨이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의 인테리어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창가 좌석을 통해서는 청계천이 내려다보여 웬만한 데이트 장소 못지않은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린테리아는 이러한 분위기와 경관 외에도 차별화된 식단과 콘셉트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바로 '건강한 식단'. 입주상인들이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입맛에 노출돼 있다는 판단에서 덜 자극적이고 저염식 메뉴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화학조미료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또한 원재료에서부터 안전하고 건강함을 추구, CJ프레시웨이의 산지직구매, 도매시장 구매, 계약재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매일 오전 4시 신선한 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1인석·건강식단…상인 배려 '곳곳에'

그린테리아의 전문영양사는 이들 재료를 활용해 색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그린테리아는 푸드코트라는 특성을 살려 한식(Mom's cook), 양식·일품(Chef's table), 면류·김밥·튀김류(Little kitchen) 3개 코너를 운영, 동시에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침과 점심, 스낵·저녁 시간대별로도 차별화된 식단을 구성해 입주상인들이 음식에 물리지 않고 하루에도 한 끼 이상 무리 없이 이용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메뉴를 내놓기 위한 그린테리아의 노력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매주 수요일을 '프레시데이', '헬스데이', '브랜드데이' 등으로 지정해 평소 제공하기 쉽지 않은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때마침 그린테리아를 방문한 날이 수요일로, 이날은 가을 제철 전어를 산지 직송해와 구이를 선보여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다른 수요일에는 나시고랭이나 계열사 외식브랜드 '비비고', '차이나팩토리' 메뉴를 접목한 식단을 선보여 특히 젊은 상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린테리아는 푸드코트의 특성을 살려 한식과 양식/일품, 면류/김밥/튀김류 3개의 코너를 운영, 매일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 프라임경제  
그린테리아는 푸드코트의 특성을 살려 한식과 양식/일품, 면류/김밥/튀김류 3개의 코너를 운영, 매일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혜진 그린테리아 점장은 "정기적으로 주요 고객층인 상인들의 선호도 조사결과를 반영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고객사인 동대문종합시장·동대문쇼핑타운 측과도 주 1회 운영회의를 통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메뉴개발 외에도 그린테리아 곳곳에서 상인들을 위한 배려를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시장이 문을 닫는 오후 5~6시 이후인 7시까지 운영을 하고 있으며, 상인들에게는 일반 외부고객들보다 500원 저렴하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상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밥과 반찬, 샐러드 코너를 자율배식으로 운영해 호평 받고 있었다.

또한 여건상 혼자 식사하는 상인들이 많은 만큼 1인석을 다수 마련했다. 300석이 대부분 다 차는 피크시간대로 통하는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아침, 저녁 시간대에도 1인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정도라고 한다.

그린테리아는 당초 동대문종합상가의 4300개 입주상점, 1만명의 상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오픈했지만, 현재는 시장고객들뿐만 아니라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점장은 "이 근방의 음식점들이 단가가 비싼데다, 그린테리아처럼 프리미엄 급식을 누릴 수 없는 곳이 마땅히 없어 많은 상인들과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주요 고객층인 상인들뿐만 아니라 외부인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도 홍보·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시장의 '상생'…우려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사실, 이곳 그린테리아는 CJ프레시웨이에 있어 도전이었다. 그린테리아를 통해 기존 단체급식사업에서 푸드코트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

앞서 CJ그룹 본사에서 그린테리아를 운영했지만 임직원을 위한 단체급식소 형태에 가까워, 푸드코트로서 모습을 갖춘 것은 이곳 동대문종합상가에 들어오면서부터다. 또한 그린테리아는 시장에 입주해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푸드코트라는데도 의미가 있다.

이러한 CJ프레시웨이의 도전에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린테리아 오픈 당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사회이슈로 떠올라, 기업이 시장에 푸드코트를 운영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린테리아는 시장, 상인들과의 상생역할을 해내며 이러한 우려 섞인 시선을 불식시켰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처음에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픈 전 상권 등을 철저히 조사한 뒤 입점한 결과, 주변 식당이나 상권에 타격은 없다"며 "상인이 1만명에 달하고 유동인구도 워낙 많아 타격을 주기보다 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프리미엄 푸드코트로 시장에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시장상권을 활성화하는 등 상생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린테리아는 현재 고객사인 동대문종합시장·동대문쇼핑타운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동시에 경쟁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수시로 경쟁사 직원들이 그린테리아를 방문해 영업현장을 둘러보고 돌아갈 정도라고 한다. 

그린테리아는 앞으로도 상인들에게 단순한 식사가 아닌 즐거움, 건강을 주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더해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장과 함께 윈-윈(win-win)해 최초의 시장 내 푸드코트, 동대문종합상가의 명소로 자리 매김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