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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이미지메이킹] 와이파이 대신 '아날로그 감성'

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기자  2013.10.28 13: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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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말을 조금은 다르게 표현해야 할 것 같다. 10년이면 강산은 물론, 세상 전체가 다 변한다는 말이 맞겠다. 그만큼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발전돼가고 또 진화해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붙이자면 현재 그 진화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존재한다.

'스마트폰'. 참 도시적이면서도 지적이다. 하지만, 어쩐지 너무도 많이 쓰이고 흔히 쓰이기 때문에 매력적이진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지하철 모두가 고개 숙여 기계를 손가락으로 애무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 그리고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사는 것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못 만나는 아쉬움보다 카톡의 사라지지 않는 '1'이 더 아쉬운 요즘 사람들. 스마트폰의 등장은 사람들의 소통을 기이하게 변형시켜 놨다. 분명, 소통의 창구는 늘어났는데 사람들은 더욱 외로워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전화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친구를 추가할 수 있고, 현실에선 꺼려지는 낯선 이들과의 대화도 손바닥 안 5인치의 세상에선 예삿일이 돼버린다. 뿐만 아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꼬박 꼬박 알람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사람들의 친화력을 우수하게 바꿔놓았다. 하지만 그 '우수'라는 기준은 양적 기준에만 부합하는 애석한 단어다.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모든 것이 오픈 돼 있는 스마트폰의 세계에서는 더 이상 서로가 서로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야 할 때, 우리는 '슬퍼요' '좋아요' '기뻐요' '힘내요'를 터치할 뿐이다.

커피 한 잔 사이에 놓고 이야기해야 할 타이밍에 커피교환권을 선물해주고선 의기양양해 할 뿐이다. "당신에겐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어요" 영화 속 연인들의 이별 징후가 그러했던가? 그렇다. 우린 서로가 점점 친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이 스마트해지는 사이, 친구의 전화번호를 잊어버렸습니다. 손바닥 안의 세상에 눈을 빼앗겨버리더니 생각마저 빼앗겨 버린 것은 아닐까요? 커피를 마시는 동안 생각해봅니다. 내 생각이란 녀석은 잘 지내고 있는지." 불현 듯 떠오른 배우 이나영이 출연한 커피광고 카피가 떠오르는 하루다.

커피 광고 속 사람들. 바로 우리네 모습이다. 영화 '모던 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이 꼬집었던 산업화 시대의 불쾌한 단상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모두가 고개 숙이고 있고 모두가 기계를 더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나중에 오존층 대신 '삼단 와이파이층'이 생겨날 수도 있을 노릇이다.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촌스럽다고 하지만, 언제나 보물은 케케묵은 먼지를 뒤집어 쓴 오래된 것들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매의 눈으로 카톡의 사라지지 않는 '1'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래된 시계를 바라보며 그 사람의 오는 길을 조용히 상상해보는 감성, 그런 감성을 지닌 사람이 이 시대엔 더욱 필요한 사람일 것 같다.

애석하게도 그 누구도 스마트폰의 시대를 쉽사리 벗어날 수는 없다. 그것이 이 시대의 새로운 딜레마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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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은 '가을'이란 시를 통해 이런 말을 했다.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라고…. 우리, 어렵겠지만 또 힘들겠지만 삶에 있어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껐으면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생각을 대신 켜놓으며 살아갔으면 한다. 
 
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