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3.10.25 15:41:41
[프라임경제] 최근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분할 합병해 관심이 뜨겁다. 일관제철사업의 경영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냉연제조 및 판매부문을 합병한 현대제철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철강 '최고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포스코와 본격 경쟁이 가능해졌다. 현대제철 합병을 계기로 국내 철강사 양대산맥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재조명해봤다.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전까지 포스코는 제철소에서 쇳물을 뽑아내 완성품까지 생산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갖춘 국내 유일의 업체였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부문 합병으로 '포스코-현대제철'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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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건립된 친환경 밀폐 돔형 원료처리시설. ⓒ 현대제철 | ||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의 합병이 포스코가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국내 철강시장에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포스코는 연산 3900만톤 규모 조강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고, 현대제철은 올해 3고로를 구축하면서 경쟁상대로 손색없는 수준인 연산 2400만톤 규모 제강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이번 합병에 따라 포스코가 현대차로 파는 100만톤가량의 물량이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포스코의 국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는 상황이다. 다만 반대의견도 있다. 국내 철강시장이 포화상태를 보임에 따라 포스코가 일찌감치 해외 수출비중을 늘려온 만큼 현대제철 합병이 직접적 타격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또 포스코가 자동차에 납품하는 700만톤 물량 중 현대차 납품물량이 100만톤으로, 쌍용차와 GM 등 현대차를 제외한 곳의 납품 물량이 더 많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 철강 1위 넘어 종합소재·에너지 기업으로 도약
포스코는 1958년 4월1일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로 문을 열었다. 자본은 물론 기술, 경험도 없었지만 회사 창립식을 열고 일관제철소 건설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1973년 국내 최초로 조강 103만톤의 1기 설비를 준공했고, 네 번의 확장사업을 통해 1983년 조강 910만톤 체제 포항제철소를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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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제선공장 용광로에서 쇳물(용선)이 흘러나오고 있다. ⓒ 포스코 | ||
이후 지속적 설비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1998년 조강생산 기준 세계 1위의 철강회사로 발돋움했으며, 1999년 추진된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구매, 생산, 판매 등 전 부문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디지털 통합시스템을 완성했다.
2000년 민영화한 포스코는 해외 생산기지 확대를 위해 인도네시아, 인도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등 주요 해외거점에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FINEX, postrip과 같은 혁신적 독자 기술개발과 함께 안정적 원료확보를 위해 해외투자를 늘리고, 고부가가치 전략제품의 판매 비중 또한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포스코는 지난 6월 글로벌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선정, 4년 동안 6회 연속 글로벌 철강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 34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평가에서 포스코는 △생산규모 △수익성 △기술혁신 △가격결정력 △원가절감 △재무건전성 △원료확보 등 모두 23개 항목 평가 결과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꼽혔다.
하지만 철강 1위라는 타이틀에 안주하기에는 미래가 만만치 않다. 현재 세계 철강업계는 공급과잉의 늪에 빠져 철강 본업만으로는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이와 관련 정준양 회장은 작년 창립 44주년에 '꿈과 희망, 소재와 에너지로 더 나은 세상을!'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발표하고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철강명가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내면서 종합소재 및 에너지사업에서도 '명가' 포스코의 이름을 올리는 과업은 백년 포스코를 위한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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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용융아연도금공장에서 출시되는 제품들. ⓒ 포스코 | ||
소재사업은 철강과 마찬가지로 원료의 안정적 확보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비와 높은 기술·노하우를 기반으로 하고, 비교적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긴 안목을 갖고 사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주체를 찾기 쉽지 않다. 바로 이런 부분이 포스코가 철강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재사업에 진출한 이유다.
포스코는 그간 연구성과를 바탕 삼아 2009년 카자흐스탄에서 UKTMP사와 합작해 티타늄슬래브 공장을 착공했고, 2011년 11월 마그네슘 소재를 얇은 판재로 압연하는 기술을 토대로 순천 마그네슘 판매 공장을 가동,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계열사 도요타통상과 마그네슘 소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포스코는 자가발전을 통해 제철소를 운영하면서 발전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도 상당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2005년 경인에너지를 인수, 포스코에너지로 출범하면서 3300MW의 발전능력을 가진 국내 최초이자 최대 민간발전사로 성장시켰으며 2012년에는 전년대비 약 150% 증가한 2조9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초 넘어 세계 최고 도약 목표 '현대제철'
1943년 국내 최초 철강업체로 출범한 현대제철은 전쟁의 폐허 속에 버려진 고철을 재활용해 만든 철강제품을 건설·조선산업에 공급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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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3고로 출선 장면. ⓒ 현대제철 | ||
60년 역사를 가진 현대제철은 전기로 부문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조업기술과 경쟁력을 뽐낸다. 특히 지식경제부가 세계 일류상품을 선정하기 시작한 첫 해인 2001년, H형강과 열간압연용 원심주조공구강롤을 '세계일류상품' 반열에 올렸고, 2005년에는 선미 주강품과 무한궤도, 부등변 부등후 앵글, 강널말뚝까지 총 6개 제품을 세계일류상품으로 키우는 등 세계 속에 한국 철강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사업경쟁력을 더욱 견고히 하면서 2010년 4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식'을 통해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 일관제철소의 본격 가동을 선포했다. 2010년 1, 2고로의 성공적 완공으로 세계 철강업계 상위권에 진입했고, 고로 가동 첫 분기부터 흑자를 이루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지난 9월13일 3고로 완공과 함께 기존 전기로 조강생산능력 1200만톤을 포함, 연간 2400만톤의 조강생산량을 갖췄다.
이와 함께 고로 가동 3년 전인 2007년부터 강종 개발 노력을 꾸준히 진행, 고로 가동 원년인 2010년 내판재와 섀시용 강판의 강종 전부인 49종을 개발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외판재 13종과 고강도강 등 22종, 작년에는 100~120K급 초고장력강 등 10종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강종 개발에만 10년이 걸린다는 자동차강판 분야에서 현대제철이 이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선행 맞춤연구'에 해답이 있다. 현대제철은 조강생산과 열연강판 제조분야(고강도 강판 기술개발), 현대하이스코는 냉연강판 제조분야(자동차 고기능 강판 기술개발), 현대·기아차가 완성차 개발분야(고안정성 차체개발)를 중점 연구하는 '프로세스 단계별 연구개발'로 기술개발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의 분할합병으로 양사 간의 연구개발(R&D) 활동이 통합돼 고장력 자동차강판 등 신강종 조기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을 인수해 제선에서 제강, 연주를 거쳐 열연강판 생산은 물론 하공정 제품인 냉연강판까지 생산하는 명실상부 글로벌 일관제철소로 거듭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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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원료돔 내부. ⓒ 현대제철 | ||
그런가 하면 현대제철은 규모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글로벌경쟁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제철소에 밀폐형 원료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 제철소'를 구현했다는 메리트를 지니고 있다.
일관제철소 건설 초기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과 함께 환경분야에서도 최고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을 반영해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철소 건설'을 또 하나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적극 부응한 것.
일관제철소에서 가장 큰 오염물질로 지적되는 비산먼지를 제거하고자 세계 최초로 도입한 '밀폐형 제철원료 처리시스템'은 전세계 어떤 일관제철소도 시도하지 않았던 획기적 아이디어로 다른 일관제철소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경쟁력과 환경 수준을 갖춘 글로벌 종합철강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현대제철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