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정보기관 NSA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 세계 35개국 정상의 전화 통화를 도청했다는 문건이 NS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문서에 나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문제가 세계적인 '도청스캔들'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25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이 스노든이 공개한 기밀 자료에 근거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NSA가 백악관, 국무부, 펜타곤 등 고위 관리와 자신들이 보유한 해외 정상들의 도청 내용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24일 자신의 휴대용 전화 도청에 대해 미국을 비난하면서 미국과 이들 우방과의 외교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 같은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뒤 백악관 홍보 담당 제이 카니 비서관은 정부를 대변해 미국은 전화 도청을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고 메르켈 총리에게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발표로 사태가 가라 앉기는 커녕 베를린 정부 관계자는 즉각적으로 미국은 과거에도 전화 도청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었다고 맞받아 쳤다.
가디언지가 입수한 NSA 메모에 따르면 이러한 도청 행위는 NSA 단독행위가 아니며 일상적으로 전 세계 지도자들의 전화를 도청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심지어 미국 관리들이 이를 독려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NSA 정보통신 부서(SID) 직원이 기록한 지난 2006년 10월 자 메모의 제목이 “고객(백악관, 국무부, 펜타곤)들이 SID가 목표로 하는 외국 정상 전화 번호 입수에 도움을 줄 수 있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서에는 또 “최근 사례에서도 미국 고위직 관리들이 NSA에 35개국 정상 전화 번호를 포함해 200개의 전화번호를 제공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 문서는 이들 정상의 전화도청이 거의 보고할 만한 내용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기록도 있다. 메르켈 총리의 공개적 분노 표출이후 미국은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미국 우방에 대해 스파이행위를 한 것에 대해 앞으로 잠재적 외교적 불화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이 이번에 입수한 NSA 메모는 조지 W. 부시 집권 2기 중반에 기록된 것으로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가 국무부 장관이었고 도널드 럼스펠드가 국방부 장관으로서 마지막 임기를 채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주 오바마 미 대통령이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르몽드 지가 보도한 내용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르몽드 지는 NSA가 매일 프랑스 시민 700만 명 이상의 전화를 도청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또 같은 기간 독일 슈피겔지도 NSA가 유럽 연합(EU) 사무실과 고위 관료 전화를 도청하고 있다고 공개했었다.
유럽 연합 이사회는 이번 주 미국 통신회사가 유럽 시민과 관련한 자료를 미 정보기관에 양도하기 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제안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으며 유럽 의회도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은행 데이터 공유 협약 유예가 바람직하다는 투표를 실시해 이를 통과 시키는 등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