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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태로 본 신용도' 증권사, 어디까지 믿어야…

'신용등급 탑티어' 우리투자증권·삼성증권·KDB대우증권…NCR 포함 신평사 기준 손질 지적도

정금철·이정하 기자 기자  2013.10.24 1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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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긴 침체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금융투자업계에 '동양그룹 유동성 파동'이라는 또 하나의 돌발변수가 생겼다. 그러나 동양그룹 사태는 금융투자업계 자금이동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불러왔고 기회를 노린 증권사들은 '동양증권 이탈 고객모시기'에 혈안이다. 여기에 설상가상 드라이브를 거는 격으로 최근 금융당국 국정감사에서 동양증권 주가연계증권(ELS) 자산 분리예치와 관련한 지적이 나왔다.

해당 증권사는 ELS 증권의 경우 한국예탁결제원, 예수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전액 별도 분리예치하고 있다며 고유재산과 구분계리 중인 ELS의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사태 발생 이후 동양증권 ELS를 포함해 금융투자상품에서 빠져나간 자금규모는 10조원 이상 수준으로 치달았다,

   동양그룹 사태로 신용평가는 물론 재무건전성 평가에 대한 새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동양그룹 사태로 신용평가는 물론 재무건전성 평가에 대한 새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법적 송사도 이슈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인터넷 피해자모임 카페를 축으로 모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의 기업어음(CP) 채권자 800여명은 조만간 검찰에 동양증권을 사기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며 금융소비자원은 오는 28일부터 불완전판매 및 임의매매 등과 관련한 공동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 거주 중인 한 투자자는 투자금 29억원에 대한 원금손실 책임을 물어 동양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여론 집결을 위한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변수의 크기가 워낙 큰 탓도 있지만 이 같이 산불처럼 사태가 확산되는 이유는 당연히 증권사 신용도와 재무건전성인 만큼 관련 이슈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동양 계열사 법정관리 리스크로 회사채 시장에 양극화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위등급 회사채 발행시장은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상대적 하위등급 시장에는 우려가 가득하다.

이와 관련 김수양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시장은 상위, 하위등급 간 양극화 심화추세"라며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A등급 이하 회사채 신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대내외 변수·실적악화에도 증권사 신용등급 우수평가

24일부터 금융위원회가 투자부적격등급 계열사 회사채·CP의 일반고객 판매행위 금지를 골자로 한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신용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개정안에 따라 동양증권을 비롯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동부증권 등은 계열사 신용등급 조정과 관련, 회사채나 CP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날 현재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회사채 등급을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위주로 살펴본 결과, 상태는 양호한 수준이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신용평가사별 신용등급. ⓒ 프라임경제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신용평가사별 신용등급. ⓒ 프라임경제
회사채 평가에서는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 KDB대우증권이 두 개 이상의 신평사로부터 AA+ 등급을 받아 국내 증권사 중 1위를 기록했고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은 AA로 차순위에 올랐다.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평가기관 한신평 한 곳)은 AA- 등급으로 보통 이상이었지만 동양증권은 지난해 A등급을 웃돈 수준에서 최근 BBB 등급 이하까지 하락했다.

이 조사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를 기준점 삼았고 신평사별 분류항목에 차이가 있는 기업신용등급 부문은 제외했다, 회사채 평가는 원리금 지급능력의 정도에 따라 'AAA'부터 'D'까지 10개 등급으로 나뉘며 등급 중 'AAA'부터 'BBB'까지는 원리금 상환능력을 인정한다.

원리금 지급능력은 우수하지만 상위등급보다 경제여건 및 환경악화에 따른 영향을 받기 쉬운 'A+' 등급. 'BB'에서 'C'까지는 환경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AA'는 원리금 지급능력이 매우 우수하지만 최상급인 'AAA' 채권보다는 다소 아래 등급이다.

이와 함께 기업어음은 평가대상에서 빠진 하나대투증권과 동양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해당 범주 내에서 A1을 받아 최고 등급을 차지했다.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신용도에 따라 'A1'에서 'D'까지 6개 등급으로 나뉘며 'A1'에서 'A3'까지는 적기 상환능력이 인정된다. 'B'와 'C'는 환경변화에 따라 적기 상환능력이 바뀔 수 있는 투기등급, 'D'는 상환불능 상태다.

◆신평사 등급평가도 덩달아 도마 위

이 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현재에도 신평사 개별평가에 대한 의문과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평가결과를 업체 신용도와 연관 지을 필요가 없다는 신용평가 무용론도 여전하다. 실제 이번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서도 신평사 역할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컸다. 신평사들은 사태 얼마 전까지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 계열사에 B등급을 매겨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와 관련 H증권 채권분석팀 관계자는 "동양 사태도 그렇거니와 최근까지 증권업황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증권사 신용도에 큰 변화가 없다는 건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몇몇 증권사들의 경우 실적 악화에도 작년과 큰 변화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등급평가에 대한 요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을의 입장인 것은 맞지만 원금상환 이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특정채무의 신용리스크를 공정히 평가하고 있다"며 "발행자나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고려치 않고 독립적 위치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해왔다"고 항변했다.

다만 국내 신평사들이 '을(乙)'보다 못한 '병(丙)'의 입장으로 '갑(甲)'인 발행사의 입김에 휘둘려 '눈치 등급부여' '뒷북 등급 조정' 등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하지 못한다는 금융투자업계 자체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여전해 평가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한편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각각 피치, 무디스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으며 유일한 국내업체인 나이스신용평가(옛 한신정평가)는 나이스홀딩스가 최대주주다.

◆동양증권도 재무건전성 양호? NCR 논란 가속화

신용도와 마찬가지로 국내 대형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다. 24일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1분기 486.79%로 조사됐다.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만 파악한 것으로, 이는 작년 말 472.28%에 비해 13.91%포인트 오른 수치다.

NCR이 가장 높은 신한금융투자는 2012년 회계연도 말 589.6%과 비교해 62.5%포인트 상승한 652.1%였고 △삼성증권 602.96%→663.1% △현대증권 443.49%→458.73% △대신증권 405%→415% 순으로 비율이 높아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451.24%에서 426.52%로 NCR비율이 24.72%포인트 하락했고 미래에셋증권(408.3%→389.4%)과 우리투자증권(591.93%→575.25%)도 차순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여기서 문제로 꼽힌 부분이 있다. 동양증권 역시 330.12%에서 336.13%로 NCR 수치가 오른 것. 

NCR은 영업용순자본에 대한 투자자산별 위험금액(총위험액) 나눔 값으로 재무건전성 평가지표에 활용된다. 총위험액을 구하는 투자자산의 경우 회사채는 물론 국공채, 자산유동화증권(ABS), 주식, 파생증권까지 모든 투자자산이 포함돼 증권사의 근본적 재정상황을 추산하는 산출근거로 쓰여 왔다.                            

그러나 동양증권은 CMA에서의 대규모 자금유출로 총위험액이 감소했고 NCR 비율이 높아졌다. 투자자 유치를 위한 방침으로 국공채 및 우량 회사채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증권 관계자는 "수차례 지적된 것처럼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평가지표로 활용하기에 모순이 크다"며 "NCR 150% 이하 하향조정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NCR 산출근거를 순수 자금리스크에 근거한 기준으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재무건전성 지표인 NCR 150% 미만의 경우 즉각 적기 시정조치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 150% 미만 경영개선 권고, 120% 미만 경영개선 요구, 100% 미만은 경영개선 명령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