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나라 살림이 어렵다. 공식적인 국가부채만 해도 올해 약 48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부채, 그리고 정부보증채무 등을 더하면 올해 대한민국이 짊어지고 있는 총 부채는 1100조원으로 급증한다. 박근혜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기준으로 -1.8%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에 -0.4%로 줄일 수 있다고 전망(22일 이한구 새누리당 국정감사 자료)해 사실상 '균형재정' 달성을 다음 정부로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쓸 곳이 점점 늘고 있어 정부는 세수 확보와 세원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때리기가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일반회계 세외수입 중 벌금·몰수금·과태료 수입 편성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기업 대상 벌금과 과징금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내년도 벌금·몰수금·과태료 등으로 6975억원의 세입을 책정했다. 지난해 6043억원에 비해 15% 증가한 수준이다. 국세청은 벌금·몰수금·과태료로 1495억원의 수입을 예상했다. 올해 대비 2배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세무조사 반발 불복소송 증가

세원 발굴을 위한 노력에 황색등이 켜졌다. 구멍이 있거나 비논리적인 징수 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어, 재원 마련이 시급한 정부 당국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하지만 무리한 집행이라는 기업의 불만이 높다. 더욱이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특히 올 상반기 심판·소송 등을 통해 납세자가 이의를 제기해 세금을 깎아주거나 취소한 불복환급액이 8121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25배에 이르는 것은 국세청이 무리하게 세금을 거둬들인 결과가 아니냐"고 지적한 것처럼 불복 움직임도 많다.
또 세금의 경우도 대형 분쟁 사건은 연줄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조세사건의 검찰고발·조세범칙조사 전환 여부 등을 결정하는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 민간 외부위원에 대형 로펌 소속 조세전문 변호사가 다수 위촉돼 있는 것으로 지적된 바 있다. 재벌·대기업의 사건 변호를 많이 담당하는 로펌 관계자들이 처벌 수위 조절에 관여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기준 없다 논란도 일어
은행권 역시 올해 초중반 진행된 세무조사로 세금 추징이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 등 일부 케이스는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신한은행의 브랜드 사용료에 따른 법인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과거(2005~2007년)에는 브랜드 사용료를 내지 않은 점을 오히려 문제삼은 바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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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 브랜드 사용료 세금 논란에서 보듯, 현재의 세금 부과는 정책 일관성 논란과 함께 법리 부족 우려까지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원 발굴이라는 명제 하에 전방위로 저인망식 과세를 할 게 아니라 치밀한 사전준비와 검토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 ⓒ 프라임경제 | ||
우리금융그룹 민영화는 이와 반대로 세금을 깎아주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분할매각 현황에서 경남·광주 두 지방은행의 분할시 부담세수 규모가 상당하다. 우리금융지주가 법인세 6383억원, 증권거래세 165억원을 내야 한다. 또 분할돼 신설될 경남은행지주·광주은행지주 법인도 등록면허세 26억원을 내야 한다.
이는 두 지방은행을 내년 2월에 인적분할, 6월에 주식 매각 완료를 전제로 매각을 완료할 경우 적격분할 인정을 받아 면세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별법 마련이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세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와 이견이 있었으나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매각으로 공적자금이 환수되는 만큼 세수가 줄어들어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획재정부의 이견을 조율한다는 것.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같은 국고 회수인 상황에 단지 '민영화 흥행'이라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해서 정책적 일관성을 포기하는 게 옳으냐는 또다른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재부 '논란 속 어물쩍 입장 변경?' 편리한 부가세 초점 이동 우려도
기업체에 대한 압박과 함께 주요 축으로 꼽혔던 지하경제 양성화 등에서도 노란 불이 켜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장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현 부총리는 조세 형평성을 강조하면서 세원 확보 논란에서 한 발 빼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10월초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현 부총리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감면 정비 등과 같이 세제 개편의 목적은 세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재부가 지난 5월 말 발표한 공약가계부에서 비과세 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48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한 발 물러서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부가가치세 인상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돼 간접세를 통한 증세라는 새 돌파구를 찾는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22일 "조세연구원에서 올해 3월부터 '부가가치세 발전방안 연구'라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담당연구원이 올해 5월, OECD Working Party (OECD 실무자 조정회의)에 참석해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인상에 관한 종합적인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과 같은 세금 관련 상황이 각종 논란과 반발로 벽에 부딪히자 결국 부가세 등을 통한 증세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다만 간접세를 통한 증세는 소득 분배에 역진적으로 작용한다는 새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만큼, 한계에 부딪힌 현재의 징세 방법론을 재점검하는 게 순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밀한 법적 논리를 점검하는 등 불복 가능성만 미리 대비해 봐도 지금보다 한층 효율적인 조세 행정이 가능하고 '길들이기'나 '때리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