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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전거 권장하면서 자전거사고는 '나 몰라라'

추민선 기자 기자  2013.10.22 17: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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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럽의 거리를 보면 정장차림에 운동화·안전모를 착용한 사람들의 자전거 출퇴근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우리나라도 자전거 타기가 보편화하고 있는 추세다. 고유가 시대에 자동차 연료비를 아끼고, 이참에 운동까지 겸하려는 인구가 늘고 있는 것.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국민건강 증진을 홍보하며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고 있다. 자전거도로가 크게 늘었고,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소 곳곳에 자전거 보관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자전거 인구에 비례해 각종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는 △2010년 2968건 △2011년 3017건 △2012년 3441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자전거 관련 부상자도 △2010년 3073명 △2011년 3159명 △2012년 3595명으로 늘고 있고, 사망자 또한 △2010년 34명 △2011년 19명 △2012년 30명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퇴근시간 이후나 주말 등 가족 단위로 여가시간을 즐기는 한강과 각 하천 주변 자전거 도로와 인근 인도에서 사고가 빈번한데, 기자 역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보행자도로를 따라 걷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자전거와 충돌할 뻔 일을 수차례 경험했다.  

한강둔치 자전거도로에서 일주일에 서너 번씩 자전거를 탄다는 회사원 김우빈씨(35·남)는 "자전거 주행 중 사고 모습을 늘 본다"며 "한강둔치에서 크고 작은 (자전거)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한번은 시속 30~40km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를 피하려다 다른 과속자전거에 부딪혀 구급차에 실려가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자전거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나 규제는 없을까. 서울지방경찰정 교통안전과에 문의했더니 "현재 도로교통법에는 자전거가 차도를 이용할 때에만 차로 규정돼 규제를 받고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때에는 사고 후 본인이 직접 해결하지 않는 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실망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네덜란드는 자전거를 교통정책의 중심수단으로 설정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경우 시내 중심부는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자전거와 보행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도 자전거 전용도로에 사람이나 차량이 통행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모든 시내 도로 20%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확보했다.

핀란드, 프랑스, 미국 등은 자전거 교육과 홍보에 재원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영국은 매년 100만∼200만파운드를 자전거 사업 기금으로 조성해 자전거 교육훈련, 보관소안전개선, 탈의실 설치 등과 같은 이용자편의 개선사업에 쓰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자전거 관련 제도와 법적 규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자전거동호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정호씨(43·남)는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자전거이용 인구는 빠르게 늘어난 반면 자전거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처벌규정도 미흡하고, 자전거도로 건설이 곳곳에서 중단되는 등의 이유로 자전거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 환경, 교육에 대한 3박자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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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방안으로 자전거도로에 대한 최소한의 이용 기준을 마련하고 자전거 운전자이 안전교육훈련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또 보행자와 함께 이용하는 자전거도로가 아닌 자전거 전용도로가 확충돼야 하는 것은 물론 보행자가 자전거전용도로를 통행하거나, 자전거운전자가 인도를 질주할 때엔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법적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