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기자 기자 2013.10.22 16:46:15
[프라임경제] 방송통신위원회의 강력한 보조금 규제 정책에도 불법보조금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역 일대 휴대폰 판매점들은 최신 스마트폰에 50만원대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며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심지어, 일부 판매점들은 출시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스마트폰에도 불법보조금을 지원하고, 페이백을 통해 현금으로 보조금 일부를 지급하기도 했다.
그동안 방통위는 이동통신 3사 경쟁과열을 막고, 시장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이례 없는 보조금 제재조치를 취해왔지만 이처럼 불법보조금 행태는 여전하다.
방통위는 27만원을 초과한 보조금은 불법이기 때문에 조사 후 적발되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방통위는 대리점·판매점이 이통사 방침과 관계없이 수익을 위해 자체적으로 불법보조금을 고객에게 지급해도 그 책임을 이통사에게 묻겠다는 방침이다.
◆요금할인 가장한 공짜폰? 소비자 주의요망
방통위 입장과 달리 가입자 유치경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주말 강남역 일대 대부분 휴대폰 판매점들은 '위약금 면제' 'LG G2·갤럭시S4 LTE-A·베가 LTE-A 공짜' '완전 무료' 등 눈길이 쏠리는 홍보문구를 내걸고 있었다. 실제 일부 판매점들은 지난 8월 출시된 LG G2와 베가 LTE-A를 '공짜'로 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조건은 이렇다. 통신사를 SK텔레콤(000660)으로 이동하고, 개통 후 3달만 69요금제(6만9000원)를 사용해야 한다. 약정기간은 24개월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단말은 반납해야 하는데,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갤럭시 노트2의 경우 20만원대 후반까지 갤럭시 노트1은 10만원대까지 현금으로 보상해준다.
이 판매점 직원의 말을 빌리면 이런 조건에 LG G2를 구매할 경우 고객이 실제 납부하는 금액은 매달 약 7만5900원 정도다. 이는 요금제 금액과 부가세, 이자만 합친 금액으로 기기값이 포함되지 않는다. 기기값은 청구는 되지만 할인율이 있기 때문에 무료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직원은 "단말기 할부금이 1만8420원이 나오는데, 이에 따른 할인율도 1만8420원이기 때문에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은 기본료와 부가세 정도다"며 "기기값이 공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베가 LTE-A는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 직원에 따르면 매달 청구되는 기기값은 1만6080원이지만, 약정기간에 따른 할인은 1만8000원이다. 이에 따른 차액인 2000원을 요금제에서 빼기 때문에 고객이 실제 납부하는 요금은 7만3900원 수준이다. 역시 기기값은 무료다.
이 같은 요금할인은 보조금과는 별개다. 방통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24~30개월 약정을 하게 되면 매달 1만원 안팎의 요금할인을 받도록 이용 약관에 규정돼 있다"며 "요금할인을 이용해 단말기를 싸게 사는 것처럼 안내해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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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일부 판매점이 불법보조금을 통한 고객유치에 나섰다. 방통위에 따르면 판매점과 대리점의 이 같은 행위는 이통사 행위로 간주된다. 따라서 향후 이통사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최민지 기자 | ||
◆불법보조금 '적색' 경보…판매점 행위도 이통사 책임
방통위는 불법보조금 규모를 알기 위해서는 요금할인이 아닌,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할부원금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말기 보조금은 해당 단말기 모델의 출고가에서 할부원금을 제한 차액이다. 만약, 이 차액이 법정보조금 27만원을 초과하면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해당 휴대폰 판매점 직원은 "G2는 기기값이 95만4800원인데, 2년 약정을 쓰는 조건으로 44만2200원에 살 수 있게 할인해주는 것"이라며 "손님에게 돌아가는 보조금 지원은 약 51만원이고, 기존 단말을 반납하면 76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손님이 부담하는 금액은 요금뿐이니, 결국 공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결국, 할부원금은 44만2200원인 셈이다.
다른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2년 약정·3개월 69요금제 사용 기준 LG G2 할부원금을 40만원으로 정해 판매하고 있었다. 즉,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보조금은 약 55만원.
방통위 제재를 피해 페이백으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존 단말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50만원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판매점에서는 기기값에서 27만원을 빼고, 나머지는 현금 환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기값 무료에 대해 언급하자 해당 직원은 "약정기간 매달 청구되는 기기값 30개월치를 한 번에 통장으로 넣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베가 LTE-A, LG G2, 갤럭시 S4 LTE-A 등 단말기만 고르면, 다 공짜로 줄 수 있으니 걱정말라"는 말을 보탰다. 다만 베가 LTE-A는 SK텔레콤으로, 나머지 단말은 KT(030200)로 통신사를 이동해야 한다는 부연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 단속에 적발되지 않고자 법정보조금인 27만원을 기기값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뗀 후 "소비자가 지원받는 금액은 총 50만원이기 때문에 불법이며, 적발이 되면 제재를 받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판매점의 불법보조금 행태는 이통사 제재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정보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대리점 행위는 이통사 행위로 간주된다. 이는 대리점에서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면 이통사가 제재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리점이 판매점을 재 위탁해 판매점 실적까지 다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점의 불법보조금 지급 행위 역시 이통사 제재로 이어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