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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마을운동' 속박계몽의 노스탤지어

정금철 기자 기자  2013.10.21 15: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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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창조경제를 주야장천 주창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새벽종 운동'으로도 불리던 새마을운동을 언급하자, 때를 노리며 이를 갈던 야당은 물론 국민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덧대질 얘기를 향해 귀를 열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 새마을운동에 대해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이와 함께 "앞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살려서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또다시 마련해야 할 때"라며 범국민운동으로 승화하길 바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부친의 경제부흥 캠페인이던 새마을운동을 계승하자는 태도는 목 놓아 외치던 창조경제 일변도에서 다소 벗어난 자세인 것은 물론 21일 조사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지율 조사 결과와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끈다.

이 기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7.9%로 전주대비 1.9%포인트 하락했으며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33.3%를 기록, 같은 기간 0.3%포인트 상승했다.

호사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모방 행보는 과거 부친의 카리스마를 이어받기 위한 것으로 감성에 호소하는 대국민 캠페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이쯤 얘기하면 과거 새마을운동에 대한 실증적 결과가 궁금할 게 당연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캠페인의 실상은 짐작으로 파악하는 성공적인 그것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박정희 정권 당시 평균 경제성장률은 9.3%였으나 물가상승률 역시 20%에 육박했고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640억달러, 870억달러가량으로 수출보다 수입 규모가 컸다.

특히 경제정책 미스에 따라 경기분위기가 가라앉자 통화 및 재정팽창을 시도, 부양을 시도했지만 종국적으로 외환위기와 함께 일본정부에 청구권 일체를 내주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게 근자 상당수 경제학자들의 일관된 견해다. 

이러한 경제적 관점에서 벗어나더라도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현재는 각자의 다양성이 고르게 존중받는 첨단 자유의 21세기로 강제가 개입할 틈바구니는 70년대에 비해 협소하다.

아울러 성공한 정책은 확실히 두드러지고 미진한 정책은 철두철미하게 잊힌 당시 상황도 충분히 그렇거니와 박정희란 인물이 가진 냉철한 카리스마에 별 다른 항거 없이 스스로 제압당한 순진무구한 사상의 약자들과 새마을운동 전후에 태어난 세대와의 괴리감은 무엇으로도 좁히기 힘들다.

과거 대다수의 국민은 부각된 정책적 신화에 머리를 조아리며 군부독재 향수에 취해있었지만 밀레니엄이 익숙한 신흥 대한국민은 나름의 주관으로 독자적 정치색을 갖고 있는 만큼 모두를 포용할 범세대적 캠페인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향수를 잊지 못한 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철저히 수긍하는 지지층이 존재할 것은 보나마나 따지나마나 자명하다. 선택한 자들의 계층·세대·지역적 구분이 확실하다면 새마을운동은 시행여부를 떠나 정치사상적 차이를 구분하는 리트머스紙 용도로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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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 자신과 같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받아들이느냐 배척하느냐의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현 정권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과는 대조적으로 '창작은 어렵고 모방은 쉽다'는 말 역시 존재함을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