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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풍암고 학생들, 전셋값 담긴 지갑 찾아줘

장철호 기자 기자  2013.10.21 0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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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광주지역 한 고등학교 학생 3명이 전셋값이 담긴 지갑을 주인에게 찾아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전셋값이 담긴 기잡을 찾아 준 풍암고 2학년 선행 학생들. ⓒ광주시교육청 제공.  
전셋값이 담긴 기잡을 찾아 준 풍암고 2학년 선행 학생들. ⓒ 광주시교육청

화제의 주인공은 광주풍암고등학교(교장 윤영월) 2학년 강산·김민혁·고재언 학생 3명으로 이들은 지난 13일에 상무지구 5.18기념문화회관 앞에서 8개의 각종카드와 현금 및 수표(전세계약금) 등이 담겨져 있는 지갑을 주운 후 지갑속의 택배영수증을 보고 주인에게 핸드폰으로 연락하여 지갑을 돌려주었다.

지갑을 분실한 이는 송원대학교 정 모교수로 지갑을 잃고 망연자실하고 있던 때에 학생들로부터 지갑은 물론 지갑속의 내용물을 돌려받고 너무도 고마운 마음에 며칠 뒤 풍암고 교장에게 지갑을 찾아준 2학년 학생 3명에 대해 격려를 부탁하는 편지글을 자필로 보내와 이같은 선행이 알려지게 됐다.

편지글에서 정 교수는 "평소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게임중독, 휴대폰중독에 예절모르고 과잉보호로 길러져 큰 일이라고 생각했던 편견이 이 학생들로 인해 무너졌다"며 "이 학생들을 격려해 주시고 타학생들의 본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풍암고 윤영월 교장은 "우리학교 학생들의 선행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특하다"며 "풍암고 모든 선생님들은 앞으로도 인성이 훌륭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지덕체를 겸비한 학생들을 키우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지갑 주인 정 모씨의 글

풍암고 교장선생님께.

저는 송원대학교 교수 정xx입니다. 학교를 방문하여 이 학생들을 격려해주고 싶은데 시험철이라 짬을 못내고 급히 이렇게 전합니다.

며칠전 10월13일 일요일 오후 1시 20분경 지갑을 분실했었습니다. 쌍촌동과 상무동 경계에 있는 5.18기념문화회관 앞에서 조수석에 앉은 남편이 내리면서 남편 무릎에 얹어놓았던 제 간이핸드백까지 내리면서 땅에 떨어뜨리게 된 것입니다.

저는 금호동의 집에 도착해서야 지갑을 분실한 것을 알게 되었고, 8개의 각종카드와 현금 및 수표(전날 인출한 돈-아이의 전세 계약금)등 온갖 것이 담긴 지갑을 분실하였음을 알고는 망연자실하고 있는 찰나, 전화 1통이 왔습니다. 010-xxxx-xxxx이었습니다.

지갑을 그 자리에서 주워 열어보니 쪽지가 있어 그것을 보고 혹시 주인 일까하고 전화드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먼저 현장에 도착하고, 곧 저도 도착해서 보니 해맑은 학생3명이 주워서 택배 보낸 쪽지를 보고 영리하게도 추리하여 전화한 것 이었습니다.

길게 칭찬도 못했습니다. 앞 분식집에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바쁘다고 하여 이름을 적어두었는데 휴대폰 메모장에 적고서 워낙 손발이 후덜덜 떨려 당황했던지라 저장을 안했던가 봅니다. 한 학생 이름이 특별해서 기억나는데 '강산'이었고 그리고 전화번호 010-xxxx-xxxx입니다. 2학년 이었고요. 다음날 새벽 예매 해놓은 서울 표, 온갖 정보와 공인인증서 담긴 USB랑 모두 한가지도 흐트럼 없이 돌려받고 보니 그날 밤새 우린 얘기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익히 분실물을 그렇게 고스란히 찾는 예가 많아 세계의 본이 되기도 하지만, 평소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게임중독에 휴대폰중독에 예절모르고 과잉보호로 큰일이라고만 여겨왔던 저의 편견을 풍암고 2학년생 3명이 일순간에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이렇게 우리나라도 살만한 나라이며 밝은 미래가 있구나 생각하니 자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바로 옆에 솜사탕 장사도 잉어빵장사도 있었는데 그들이 습득했더라면 이 학생들처럼 주인을 찾아주었을까도 생각해 봤고요.

다행히 허겁지겁 사진1장 찍자했더니 쑥스럽게 허락 했던게 있어 보냅니다. 봐도 봐도 티없이 착하고 순수하게 보입니다.

교장선생님! 부디 부탁하오니 이 학생3명을 찾아 크게 박수로 격려해주시어 타 학생들의 본이 되게 해주십시오. 풍암고 홈페이지를 열어 보았으나 적을 길 없어 이런 방법으로 풍암고의 자랑스런 학생을 알립니다. 혹시 믿지 않으실까 염려되어 컴퓨터 작성을 안하고 오랫만에 친필로 적습니다.

입시관계로 진학실에는 저희학교 교수님들이 자주 방문하시는데, 차후 방문시에 저도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풍암고가 이렇게 인성교육이 훌륭한 학교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깨끗하고 역동적인 지덕체를 겸비한 학생들로 키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풍암고의 모든 선생님들, 그리고 사랑스런 학생들 모두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3. 10. 16.

송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정xx 올림. (010-xxxx-xxxx)